"엄마, 저게 뭐야?"… 도심흉물 정당 현수막, 초등학교 앞서 퇴출
보행자 목 걸림 방지 위해
2m 이상 높이에 설치해야
구속력 없어 법개정 시급한데
정작 책임당사자 국회는 뒷짐
'현수막 공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정당 현수막이 전국에 내걸리면서 정부가 어린이·노인·장애인 보호구역에는 설치할 수 없게 하는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어 정당 현수막 게시를 제한하는 법안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정작 국회는 '뒷짐'을 지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행정안전부는 4일 정당 현수막 난립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현수막 관리 가이드라인을 오는 8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앞으로 어린이·노인·장애인 보호구역에는 정당 현수막을 설치할 수 없다. 가로등이나 가로수에 걸리는 정당 현수막 개수도 2개 이하로 제한된다. 보행자 통행이나 자동차 운전자 시야를 방해할 우려가 있는 곳에선 현수막 끈 가장 낮은 부분이 땅에서 2m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한다.
한창섭 행안부 차관은 "위험하게 설치된 현수막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와 정당 간에 마찰이 발생하기도 했다"며 "이에 정당 현수막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지자체에서부터 제기됐다"고 시행 배경을 설명했다.
가이드라인은 정당 현수막으로 인정되는 범위를 구체화했다. 현수막에 정당 외 단체명을 적거나 현역 국회의원 또는 당원협의회장이 아닌 일반 당원 이름을 표기하는 경우는 정당 현수막 인정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은 정당 현수막은 관할 지자체가 정당 또는 설치 업체에 먼저 시정 요구를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철거하게 했다. 서울의 한 자치구 현수막 담당자는 "현수막 줄은 흰색이라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낮게 설치하면 목에 걸릴 수 있어 위험했다"며 "가이드라인 시행이 안전 문제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치 현수막이 갑자기 늘어난 것은 김남국·김민철·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이 통합돼 국회를 통과한 뒤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개정안은 정치적 사안과 관련한 정당 현수막은 사전 신고나 허가 없이 아무 곳에나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기존에는 정당 현수막도 지자체 허가를 받은 뒤 지정된 게시대에 설치할 수 있었는데, 이 제한을 해제한 것이다.
정당이 추진하는 정책을 국민에게 발 빠르게 알리겠다는 취지였지만 정쟁에 경도된 원색적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거리에 마구잡이로 내걸리면서 민원이 폭증하고 안전사고까지 발생했다. 개정안이 시행된 후 석 달간 현수막 관련 민원은 시행 직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한 차관은 "현수막 관련 민원은 개정 옥외광고물법 시행 이전에 3개월 동안 6400여 건이었지만 시행 이후 3개월 동안 1만4000여 건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정부 가이드라인에 앞서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정당 현수막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서울시와 경남도는 행안부에 정당 현수막 법령 개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인천시는 정당 현수막을 자율적으로 지정 게시대에 걸도록 하는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현수막 대란 수습에 나섰지만 정작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을 졸속 통과시켜 현수막 대란을 유발한 국회에선 후속 조치에 손을 놓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정당 현수막 게시 장소, 수량, 표시 방법 등을 대통령령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이 총 6건 발의돼 있다. 그러나 법만 발의됐을 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상임위원회에서 논의는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홍혜진 기자 / 권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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