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밝혀질 것" 하차 소감 밝힌 라디오 진행자 교체 왜?
KBC 백운기 시사1번지 진행자 박영환으로 교체
마지막 방송 "여러분 생각한 대로, 언젠가 밝혀질 것"
이유 묻자 "지금 밝히고 싶지 않아" "많이 철들었다"
광주방송 "외압 전혀 아냐, 제작비 등 방송 외적 문제로 합의 안돼"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KBC 광주방송이 서울에서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겸 유튜브 <백운기의 시사1번지>에서 백운기 진행자를 돌연 교체해 그 배경이 주목된다. 백운기 앵커는 하차 직전 방송에서 여러분이 생각한 것이 맞을 것이라며 언젠가 밝혀질 것이라고 발언해 의심을 더하기도 했다.
그러나 광주방송은 외압은 사실과 다르다며 방송내용이나 논조 발언 등의 문제도 전혀 아니라고 반박했다. 광주방송은 출연료나 제작비 문제 등 방송내용 외적인 요인으로 교체하게 됐다고 밝혔다.
백운기 앵커는 지난달 28일 KBC 광주방송 <백운기의 시사1번지> 마지막 방송에서 “저는 오늘 방송을 끝으로 정들었던 KBC '백운기의 시사1번지'를 떠난다”며 “매일 아침 여러분과 만나서 때로는 울고 웃으면서 함께 했던 1년 6개월 사흘이 참으로 행복했다”고 밝혔다. 백 앵커는 “지역 민방 사상 처음으로 서울 스튜디오에서 시사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 여러분의 성원으로 1년6개월 만에 유튜브 구독자 23만1000명, 실시간 접속 1만6000명이라고 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백 앵커는 “그런데도 갑자기 그만두게 된 이유가 너무나 궁긍하실 것”이라며 “여러분이 짐작하는 이유가 맞을 거라고만 것만 말씀드리겠다. 언제가 밝혀질 날이 오겠지요”라고 밝혔다. 의심을 강하게 남기는 발언이다.
백 앵커는 특히 이날 방송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장에서의 LA타임스 기자 질문 사례를 소개했다. 백 앵커는 “LA타임스 기자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질문했다. '중국의 반도체 제조 확대에 반대하는 당신의 정책은 중국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 기업들에게 아픔을 주고 있다. 당신의 선거 때문에 핵심 동맹국에 피해를 줘도 되느냐' 바이든 대통령 면전에서 던진 질문”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은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기자는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죠”라고 기자 질문론을 제시했다.
백 앵커는 미국 NBC의 앵커 레스트 홀턴이 미국의 도청과 관련해 미국의 친구라고 말하는 윤 대통령에게 '친구가 친구를 감시하냐'고 물은 사실을 들어 “기자는 묻는 사람”이라며 “아픈 곳을 물을 수 있다. 국민이 궁금해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백 앵커는 이에 반해 “권력은 견제받고 감시받아야 한다”며 “권력은 부패한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액튼 경의 이 말은 지금도 유효한다”고 기자의 권력감시론을 설파하기도 했다.
이날 방송을 끝으로 <백운기의 시사1번지>는 <박영환의 시사1번지>로 출연자와 타이틀이 교체됐다. 박영환 앵커는 KBS 기자 출신으로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장기간 KBS <뉴스9> 메인앵커를 했고, 보수언론단체인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 준비위원회 출범식 때 사회를 보기도 했다.
백운기 앵커는 하차 이유가 뭔지를 두고 그 이상 설명하지는 않았다. 백 앵커는 2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교체 결정을 언제 통보받았는지 △하차가 본인 의사인지 방송사측 결정인지 △하차 이유가 외압에 의한 것이라고 보는지 △그렇다면 외압의 주체는 누구라고 보는지 △이번 진행자 교체가 부당하다고 보는지 등을 묻는 사전 질의 내용에 “질문한 내용과 관련해 지금은 얘기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얘기하고 싶은 맘이 없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백 앵커는 '교체 통보 언제 받았느냐, 본인 의사는 아닌거냐'는 재차 질의에 “기본적으로 그런 부분에 대해서 인터뷰를 통해서 내가 입장을 밝히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고 답했고, '부당하다고 보느냐'는 질의에 “사양하면 안될까요”라고 답했다. 마지막 방송에서 한 하차 배경 언급은 뭔가 말하려는 게 있는 것 아니냐, 한 말씀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백 앵커는 “그러면 내가 또 다른 논란에 휩싸일 것 같다”며 “나중에 편안하게 인터뷰 형식을 떠나 같은 일을 하는 사람으로 이런 저런 얘기를 하자. 인터뷰는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백 앵커는 자신이 방송에서 윤석열 정부를 향해 간혹 쓴소리를 하거나 그런 진행을 한 이유와 관련한 언급을 하기도 했다. 백 앵커는 “제가 이제와서 언론자유를 위해 대단한 일을 하고 생각하지 않고 내가 내 길을 가는 것”이라며 “다만 옛날보다 철이 들었달까 언론이 어디로 가야할지 깨달았달까 하는 정도이지. 대단히 어떻게 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KBC <시사1번지> 진행을 두고 “자신을 많이 생각하는 시간이었다”고 답했다.
이에 KBC 광주방송측은 외압이라거나 백 앵커가 진행한 방송 내용을 이유로 교체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구희선 KBC 광주방송 편성제작국장은 3일 오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백운기 앵커와 여러 차례 프로그램 관련 이야기를 진행했었고, 서로 간에 합의된 부분이 없었다”며 “본인이 저희한테 요구하는 부분이나 우리가 요구하는 부분이 일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구 국장은 외압 의혹을 두고 “외압이란 권력이나 정치권, 내부의 경영진(의 부당한 간섭)을 외압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 중에 어떤 부분이 있었다는 것이냐”며 “결단코 없었다”고 밝혔다.
구 국장은 출연료 등과 같은 문제를 들어 “방송 광고가 40~50% 깎인다면 일정 부분 마이너스 출연료를 지급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면 우리가 (진행자 교체를) 선택할 수 있다고 본다”며 “정치적인 부분의 이유는 전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출연료라든가, 다른 여러 가지 부분에 있어서 서로 동의가 안된다면 4월6일 TV 프로그램을 개편했는데, 그 부분의 연장선상에서 자연스럽게 교체했다”고 밝혔다.
서로 합의가 안 된 부분이 출연료 외에 방송의 논조나 발언 등도 포함돼 있느냐는 질의에 구 국장은 “출연자의 논조는 백운기 앵커에게 평상시에도 강요한 부분은 아니었다(없었다)”며 “외압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결단코 외압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제작비와 관련해 “그 분 사단을 동원해서 (소요되는) 제작비 (규모)를 같이 꾸려가기 어렵고,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다”고 답했다.
한편, KBS 기자 출신인 백 앵커는 과거 KBS에서 이명박 정부 당시 대선후보 특보였던 김인규씨가 낙하산으로 사장이 됐을 때 사장 비서실장을 했다. 2014년 5월 김시곤 KBS 보도국장이 청와대의 보도 개입 전화가 왔었다는 폭로 이후 그는 새 보도국장이 됐으나 일주일만에 교체됐다. KBS 노동조합이 백 국장이 청와대를 다녀왔다는 차량기록부를 공개해 논란이 됐다. (당시 KBS 사측은 보도국장 임명과 청와대 부근 방문과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이후 KBS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다 프리랜서를 선언하고 MBN의 <뉴스와이드> 진행을 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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