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레고랜드인가? 선사유적인가?”…중도와 레고랜드 함께 살 길은?

박수혁 2023. 5. 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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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선사유적 발굴지인 중도에 레고랜드를 건설하면서 선사유적 훼손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중도지킴이를 자청하고 있는 시민단체가 이색 공연을 준비해 눈길을 끈다.

'중도를 묻는다'는 유진규와 중도문화연대 회원들이 그동안 중도에서 선사유적의 발굴과 매몰, 레고랜드 건설과 개장 등 모든 과정을 현장에서 지켜보면서 온몸으로 예술 행위를 한 모든 것을 융합한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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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중도를 묻는다’ 공연
중도문화연대가 11일 오후 7시30분 강원도 춘천인형극장에서 ‘중도를 묻는다’ 공연을 한다. 사진은 공연 포스터. 중도문화연대 제공

“중도와 레고랜드를 함께 살릴 수 있는 길은 없을까요?”

대규모 선사유적 발굴지인 중도에 레고랜드를 건설하면서 선사유적 훼손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중도지킴이를 자청하고 있는 시민단체가 이색 공연을 준비해 눈길을 끈다.

중도문화연대는 11일 오후 7시30분 강원도 춘천인형극장에서 ‘중도를 묻는다’ 공연을 한다. 이 공연은 강원도를 대표하는 예술인이자, 대한민국 1세대 마임이스트 유진규가 중도와 레고랜드의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자는 취지에서 마련했다.

‘중도를 묻는다’는 유진규와 중도문화연대 회원들이 그동안 중도에서 선사유적의 발굴과 매몰, 레고랜드 건설과 개장 등 모든 과정을 현장에서 지켜보면서 온몸으로 예술 행위를 한 모든 것을 융합한 공연이다. 화가 임근우와 설치작가 전부다, 배우 박명환, 판소리 배일동, 즉흥음악가 강해진·이한주, 영화감독 장권호 등 예술가뿐 아니라 춘천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 오동철 운영위원장, 강원평화경제연구소 나철성 소장 등 시민운동가도 유진규와 함께 무대에 오른다.

작품은 인류의 기원부터 중도 섬에서 선사문화를 꽃피우다가 전쟁과 질병 등으로 사라진 고대 도시국가를 보여준다. 그리고 레고랜드 건설로 수천년 동안 묻혀 있던 선사유적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지만 레고랜드 건설로 훼손된 현재의 모습을 ‘라이브 퍼포먼스’로 표현했다. 라이브 퍼포먼스는 그 역할에 맞는 인물이 날 것의 형태 그대로 등장해 표현하는 방식이다. 화가는 현장 페인팅을, 설치작가는 현장 설치를, 시민운동가는 실제 강연을, 영화감독은 사건이 일어나는 현장을 생중계 영상으로 관객에게 전달한다. 유진규는 중도에서 시작한 고대 선사문화부터 레고랜드까지 역사와 시대의 변화를 상징적인 몸짓 등으로 표현한다.

중도문화연대가 11일 오후 7시30분 강원도 춘천인형극장에서 ‘중도를 묻는다’ 공연을 한다. 사진은 중도 공연 모습. 중도문화연대 제공

중도문화연대는 2018년부터 매달 중도에 가서 유진규를 중심으로 중도 지킴이 퍼포먼스를 하는 등 예술을 통한 중도유적 보존활동인 ‘중도걷기’를 진행하고 있다. 오는 27일에도 55차 중도걷기를 준비하고 있다.

오동철 춘천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강원도는 중도에서 수많은 유적이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다시 묻고 그 위에 레고랜드를 건설하는 역사 말살의 만행을 저질렀다. 지금 레고랜드를 없애고 원상복구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레고랜드를 뺀 중도의 3분의2 지역은 여전히 허허벌판으로 남아있다. 이 빈 땅을 어떻게 할 것인지 묻고 싶다. 중도와 춘천의 미래는 이 텅 빈 땅에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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