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저출산이 경제 침체보다 더 두렵다는 기업인들
기업인들이 우리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로 저출산을 꼽았다. 매일경제가 윤석열 대통령 취임 1년을 앞두고 국내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인데 세계 경제 침체와 저성장 위기보다 저출산·고령화가 한국의 최대 위협 요인이라고 답한 기업인이 더 많았다. 정부가 가장 잘못하고 있는 정책으로 10명 중 8명이 저출산 대책을 지목하기도 했다.
과거 정부들도 저출산 대응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06년부터 332조원의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합계출산율은 1.13명에서 지난해 0.78명으로 급감했다. 세계 꼴찌 수준이다. 저출산은 노동 인구 감소로 이어져 잠재성장률을 끌어내린다. 국회예산정책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핵심 노동 연령대인 30~64세 인구가 1%포인트 감소하면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0.38%포인트 하락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우리나라는 잠재성장률이 5.1%에 달했다. 하지만 저출산 흐름이 지속되면서 한국의 연평균 잠재성장률은 2010~2020년 3.09%에서 2020~2030년 1.89%로 떨어지고 2050~2060년에는 마이너스로 추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은 저출산 여파로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고, 저성장의 늪에 빠지면 수요 감소로 수익을 창출할 기회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업인들이 저출산을 가장 두려워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국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것은 육아와 주거 부담 탓이 크다. 한국은 자녀를 18세까지 키우는 양육비용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7.8배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마음 놓고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도 형성돼 있지 않다. 집값이 너무 올라 월급만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원인이 복잡한 만큼 단일 해법으로는 저출산 문제를 풀 수 없다.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더 확실한 청년 주거 안정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아이를 낳으면 국가가 책임지고 키워준다는 믿음을 줘야 저출산의 깊은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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