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이제 골프장들이 환골탈태할 시간
코스 관리·서비스는 뒷전
실망한 골퍼들 떠나가버려
고객평가 수용해 변화해야
지난 3년간 코로나 특수를 누린 대중제 골프장에선 캐디가 '갑'이었다. 특히 이 기간에 급격히 늘어난 초보자인 골린이(골프+어린이)는 '특별한 하대'를 받았다. "고객님 공은 직접 찾으셔야죠. 저 언덕 위로 올라가 보세요."
주말에 30만~40만원을 내고도 손님은 '호구'에 불과했다. '풀부킹(예약 완료)'으로 뒤 팀에 따라잡히지 않기 위해 쫓기듯이 운동해야 했고, 연중 '풀가동'한 탓에 잔디 상태가 최악인 페어웨이에서 공을 쳐야 했다. 야간 라운드를 하는 중에 갑자기 조명을 꺼버린 골프장 등 '악몽' 같은 후기들도 쏟아졌다.
회원제 골프장에서도 각종 불만이 터져나왔다. "1인당 3만~4만원대 클럽하우스 식사를 피했더니 객단가가 낮은 회원으로 분류돼 부킹을 안 잡아준다" "수억 원대 회원권을 구입해도 예약이 잘 안 된다" 등의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고비용 저효율' 국내 골프장에 상처받은 골린이들은 이제 해외 골프장이나 테니스장으로 떠나고 있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그린피가 한국보다 2~3배 저렴하고, 2인 플레이도 가능하다. '코로나 잔치'가 끝난 후 떠나가는 고객들을 붙잡으려면 국내 골프장들의 환골탈태가 필요하다. 이용자들의 냉정한 평가를 듣고 그린과 서비스 등을 재점검하고 변화해야 생존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본지는 아마추어 골퍼 2047명의 목소리를 듣는 '2023 MK 대한민국 골프장 평가'를 국내 처음으로 실시했다. 연간 10회 이상 라운드를 하고 평균 핸디 100타 미만 골퍼들이 응답한 설문조사 결과는 기존의 전문가 평가와는 확연히 달라 업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특히 아파트 한 채 값에 달하는 회원권으로 유명한 전통의 골프장들이 '톱30'에서 밀려나 항의가 많았다. 그중에는 "우리 골프장 VIP 회원들이 설문에 응하지 않아서 불이익을 받았다"는 항변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설문조사에서 이들 명문 골프장을 경험한 골퍼가 각 100명이 넘었다. 명성에 비해 특별한 게 없고, 그린 관리와 서비스가 기대 이하였다는 쓴소리가 많다. 과거 영화에 안주해 변화와 혁신을 게을리한 것은 아니었는지 자기반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반면 회원제 1위에 오른 남도의 명문골프장 순천 포라이즌(옛 승주CC)은 개장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2006년부터 3년에 걸쳐 자연주의 코스 설계가 게리 로저베어드를 통해 리모델링을 했다. 또한 한국잔디연구소의 컨설팅을 받아 일정한 그린 스피드, 페어웨이 잔디 길이와 밀도를 정해놓고 과학적으로 코스를 관리하고 있다. 그 결과 포라이즌은 만족도 99.7점에 코스 관리 94.5점, 위험 관리 부문 100점, 시설 99.5점 등 대부분의 항목에서 고르게 최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대중제 1위 아난티 남해도 골퍼들이 촘촘한 잔디 위에 살짝 떠 있는 공을 칠 수 있도록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고 있다. 일정한 그린 스피드, 잔디 길이와 밀도를 유지해 코스 디자인과 그린 관리 99.5점, 안전 관리 97.9점, 전반적 만족도 97.2점 등으로 모든 부문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특히 골프장 시설, 고객 서비스 부문에서 만점인 100점을 받았다. 긍정 캠페인과 인사 캠페인 등으로 직원 마인드를 바꾸고, 상황에 따라 어떤 화법으로 응대해야 하는지 손님과 캐디로 역할극을 진행한 덕분이다.
내년 'MK 대한민국 골프장 평가'에서는 올해 고객 평가에 대한 골프장의 개선 노력 점수를 반영할 예정이다. 또한 그린피와 카트비, 식사비 등 요금의 적정성, 그린과 페어웨이뿐만 아니라 벙커와 호수 상태, 샤워 시설 관리 등으로 평가 항목을 좀 더 정교하게 다듬을 계획이다. 조금씩 변화를 유도해 즐겁게 라운딩할 수 있는 선진 골프장들을 늘리는 게 목표다.
[전지현 문화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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