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녀 간 경영권 분쟁 발발…46년된 동물의약품 회사에 무슨 일이

박미리 기자 2023. 5. 4.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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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약품 전문업체 제일바이오 오너일가가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다.

4일 제일바이오는 심광경 전 대표가 경영권 분쟁 소송을 제기했다고 공시했다.

이날 주총에선 사내이사로 심의정 전 제일바이오 사장, 사외이사로 신남식 전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를 선임하는 안건이 의결된다.

제일바이오 관계자는 "현재로선 회사 차원에서 전할 입장이 없다"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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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대표이사 '창업주→장녀' 변경
창업주, 장녀 상대로 경영권 분쟁 소송 제기
4월 주식 16억원치 매수…내달 임시 주총

동물의약품 전문업체 제일바이오 오너일가가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다. 전 대표인 아버지가 현 대표인 딸의 '직무집행 정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면서다. 동시에 아버지는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지분도 공격적으로 매수했다. 내달 임시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대비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4일 제일바이오는 심광경 전 대표가 경영권 분쟁 소송을 제기했다고 공시했다. 지난달 24일 열린 이사회에서 선임된 심윤정 현 대표의 직무집행을 저지해달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다. 제일바이오는 지난달 27일 대표이사가 심광경 회장에서 심윤정 부회장으로 바뀌었단 공시를 냈다. 당시 회사 측은 "심광경 대표는 4월 24일 이사회에서 해임안이 가결돼 해임됐다"고 설명했다. 즉 심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은 이날 이사회 결의 효력을 정지시켜달란 요청이다.

이로써 제일바이오에 '부녀 간 경영권 분쟁'이 발발했다. 심 전 대표는 제일바이오(옛 제일화학공업)를 1977년 설립한 창업주다. 심 대표는 심 전 대표의 장녀다. 가정의학과 원장으로 근무하다 작년 3월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회사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후 1년 만에 아버지를 제치고 대표에 올랐다.

심 전 대표 해임은 숨가쁘게 진행됐다. 제일바이오 이사회는 지난달 17일에도 열렸다. 이날 이사회에선 내달 1일 이사 추가 선임을 위한 임시 주총 개최가 결정됐다. 임시 주총에 심 전 대표 해임, 심 대표 선임 의안을 상정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졌으나 이는 무산됐다. 그리고 일주일 후 다시 이사회를 열어 대표 교체를 결정한 것이다. 이사회에서의 대표 해임은 대표에서 해임돼도 이사직은 유지하고, 주총에서의 대표 해임은 이사직에서도 해임된단 차이가 있다.

심 전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난 건 처음이다. 임기 중 전문경영인, 장남인 심승규씨 등과 각자대표 체제를 꾸린 적은 있지만 대표직을 내려놓은 적은 없다.

심 전 대표는 즉각 반발했다. 경영권 분쟁 소송을 제기한 것 외에 제일바이오 주식을 공격적으로 늘리기 시작했다. 지난달에만 제일바이오 주식을 총 88만1652주 매수했다. 총 15억9243만원 어치다. 이에 따라 심 전 대표의 지분율은 한 달 새 7.82%에서 10.85%로 올랐다. 다만 지난 3월 24일 부인과 세 자녀에 주식 438만6411주(심승규씨만 73만1073주·나머지 3인은 각 146만2147주)를 증여한 터라 작년 말(25.39%)보단 지분율이 여전히 낮은 상태다.

내달 1일 임시 주총에서의 표 대결을 대비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주주확정 기준일이 지난 3일인 만큼, 심 전 대표는 추가 취득한 주식에 대해서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날 주총에선 사내이사로 심의정 전 제일바이오 사장, 사외이사로 신남식 전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를 선임하는 안건이 의결된다. 심 전 사장은 심 전 대표의 차녀다. 성신바이오 부사장을 지낸 그는 2016년 사내이사로 제일바이오에 합류했다. 6년간 재직하다 작년 3월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임시 주총 표대결 양상은 심의정 전 사장이 아버지인 심 전 대표 편인지, 언니인 심 대표 편인지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이사 선임은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1 이상,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과반을 충족해야 하는 보통결의 사항이다. 현재 심 대표와 심 전 사장 지분율은 각각 5.23%이고, 심 전 대표 배우자인 김문자씨 지분율은 7.77%다. 장남은 2016년 사임 후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고, 최근 보유주식 대부분도 장내 매도해 현재 지분율이 0.03%에 불과하다.

제일바이오 관계자는 "현재로선 회사 차원에서 전할 입장이 없다"고만 했다.

박미리 기자 mil0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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