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진단] 한미 사이버안보동맹이 성공하려면
한미 간 긴밀한 협력은 필수
그전에 기본법부터 제정하고
사이버안보委 조속 설치해야
한미 정상이 '전략적 사이버안보 협력 프레임워크'를 채택함으로써, 70년 역사의 한미동맹이 사이버공간으로 확대된다. 사이버안보를 동맹 차원으로 접근하게 된 것은 국가 안보를 위해 큰 발전이지만, 우리 기업과 경제에도 중요한 문제다. 예컨대, 북한 해커들이 한국의 주요 제약사를 포함한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 중인 세계 주요 의료기관을 상대로 해킹한 사실이 2020년 초 보도됐고, 작년 5월과 7~8월 각각 국내 가상화폐거래소 및 방위산업체 등을 상대로 피싱 등의 방법으로 한국의 주요 정보 탈취와 외화벌이에 몰두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한미 사이버안보동맹 구축에서 주목할 점은 한국전쟁 휴전에 따라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사이버공간에서 어떻게 적용할지 논의를 개시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2014년 집단적 자위권을 규정한 나토 조약 제5조가 회원국에 대한 사이버공격에 적용될 수 있다는 원칙을 확인했고, 미국과 일본도 2019년 미·일 상호협력안보조약 제5조에 따른 양국의 집단적 자위권이 사이버공격에 발동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다만, 자위권 발동의 전제가 되는 무력공격에 상응하는 사이버공격의 구체적 기준을 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예컨대 우리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에 대한 어떤 유형의 침해가 무력공격에 해당하느냐 등 사이버공간에서 공격의 규모와 효과를 판단하는 기준이 마땅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이 사이버공간에서 상호방위조약의 구체적 적용 방법에 합의하게 되면, 사이버공격에 대한 자위권 행사의 중요한 국가 실행이 될 것이다.
한미 사이버안보동맹의 성공을 위해 양국 간 긴밀한 협력에 더해 한국 내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사이버안보 기본법 제정이 시급하다. 20년 가까이 사이버안보 관련법 제정을 위한 노력은 국회에서 번번이 무산됐는데, 사이버안보는 더 이상 당파적 정략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또 사이버 관련 정부의 역할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민간), 국가정보원(공공), 국방부(군), 금융보안원(금융) 등 정부 기능에 따라 분담되고 있다. 이러한 정부 기능의 분담은 피할 수 없지만, 사이버 위협에 대한 효과적이고 통합적인 대응을 위한 범부처 컨트롤타워가 필요한 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제시한 국가사이버안보위원회가 조속히 설치돼야 한다.
또 사이버 관련 충실한 외교를 위해, 외교부에 사이버안보와 디지털경제를 다루는 담당국이 설치돼야 하는데, 2022년 4월 미국 국무부에 설치된 '사이버디지털정책국(Bureau of Cyberspace and Digital Policy)'은 중요한 모델이 된다. 그리고 사이버안보동맹에 있어서 요구되는 협력의 실행을 위한 국가적 의지가 중요하다. 마침 윤석열 정부는 미국 등 우방과 실효적 공조를 강화하면서 사이버 침해에 대한 분명한 대응을 하고 있다. 예컨대, 지난 2월 국정원은 미국 국가안보국(NSA) 등과 북한의 사이버공격 위협 실태를 알리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보안 권고문을 처음으로 발표했고, 지난 3월 국정원은 독일 연방헌법수호청(BfV)과 북한 해커 조직의 신종 사이버공격 위험성을 알리는 보안 권고문을 발표했다.
지난달 외교부도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을 지원해 핵·미사일 개발 자금 조달에 관여해 온 북한 국적자를 독자제재 대상으로 처음 지정했다. 사이버 침해에 대한 이러한 적극적인 대응으로 사이버공간의 평화와 안전을 유지하는 데 한국이 책임 있는 국가임이 국제사회에서 인식되고 있다.
사이버안보동맹의 성공을 위해 양국 간 긴밀한 협력과 함께 사이버안보를 위한 한국 내부의 법·제도적 정비와 일관된 실천 의지가 요구된다.
[박노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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