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살에 미쳐 브라질 유학만 2번"…김태우 코치가 밝히는 '풋살의 매력'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풋살은 '도시의 스포츠'다. 넓은 운동장이 많지 않은 현대 사회에 최적화된 운동이다.
축구의 절반 수준인 10명만 모이면 되고 큰 운동장도 필요 없다. 좁은 공간에서 적은 인원이 발을 맞추다 보니 공 만져볼 기회도 그만큼 많다.
최근 SBS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과 생활체육 열풍을 타고 풋살은 성별과 나이를 불문하고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풋살연맹 추산에 따르면 현재 국내 풋살 동호인 숫자는 약 25만 명 선. 스포츠 메카, 생활체육 허브를 표방하는 많은 시군구가 풋살장 건립을 빼놓지 않고 추진하는 배경이다.
스포츠산업으로서 잠재성도 높다. 시설 및 레슨 예약, 커뮤니티 활성도, 용품시장으로 유입 등 여러 측면에서 풋살은 구매율이 높은 다수의 소비자를 확보할 가능성이 용이한 종목으로 꼽힌다.
한국인 최초로 브라질풋살협회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한 김태우 스파르탄즈 축구팀 수석코치는 "풋살은 '보는 스포츠'와 '하는 스포츠'로서 매력을 고루 지닌 종목"이라면서 "15년 전 일본과 상황이 비슷하다. (최근의 풋살 붐을) 발판으로 한국 풋살이 더욱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태우 스파르탄즈 축구팀 수석코치와 일문일답.
-풋살에 빠지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처음 풋살을 접한 건 초등학교 6학년 때다. 기술 축구를 좋아했고 개인 능력을 활용한 돌파와 찬스메이킹이 풋살에서 굉장히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걸 경험하고 그때부터 관심을 갖게 됐다.
풋살의 매력은 정말 다양하다. 소수 인원으로 뛰기에 볼을 더 많이 소유할 수 있고 더 많은 골 찬스를 만들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실제 한두 번 패스로 상대 골대까지 가서 슈팅 찬스를 만들 수 있다. 보는 사람 입장에선 빠른 템포의 역동성과 묘기에 가까운 기술들, 그리고 환호와 단합된 플레이가 매력이지 않을까 싶다.
-풋살을 위해 브라질 유학만 2차례 다녀왔는데.
고교 1학년 때 2년, 대학교 2학년 때 6개월 (브라질을) 다녀왔다. (고교 시절 브라질행은) 축구 유학이었는데 팀에서 1~2주에 한 번씩 풋살을 했다. 그날만 손꼽아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그때 느낀 건 '난 꼭 풋살을 해야겠다'였다. 제대로 된 풋살을 보고 배우려면 일단 포르투갈어를 마스터해야겠단 생각이 들었고 이후 언어 습득에 초점을 맞춰 생활했다.
하루에 한 번 가장 포르투갈어를 잘하는 한국인 친구를 찾아가 (질문하며) 괴롭혔다. 그날 못 알아들은 말과 써야 할 말을 물었고 그렇게 언어를 배우니 알고 싶던 게 귀로 들리고 표현하고픈 걸 얘기할 줄 알게 돼 브라질 생활이 더 흥미롭고 만족스러워졌다.
두 번째 유학은 풋살을 본격적으로 배우러 간 것이었다. 2년간 한국에서 꾸준히 포르투갈어를 공부해 통역 일도 맡았었는데 그때는 브라질에 혼자 가도 풋살 공부를 해볼 수 있겠다 싶어 6개월간 지도자 자격증 수료 과정과 브라질 프로풋살팀 연수를 동시에 진행했다. 많은 걸 보고 느낀 시간이었다.
브라질은 내게 잊을 수 없는 추억과 지금 하는 일의 단초를 마련해 준 나라다. 현재 활발히 활동하는 '쌈바풋살클래스'도 브라질에서 배운 풋살이 영감이 돼 만든 것이다. 신기하게도 포르투갈어를 배우니 한국서도 날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결국 프로 축구단에서 외국인 선수들 통역사로 6년간 일을 했다.
(프로 구단에서) 외국인 선수를 도우며 추후에도 언제든 브라질을 비롯한 타국을 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고 7년 가까이 일하며 도움을 준 친구들과 아직도 연락을 주고받는다. 서로 안부를 묻고 가는 길을 응원하는 사이가 됐다.
통역 업무 이후 어느 정도 상황적 여유가 생겼고 4개월간 일본과 스페인을 오가며 그간 보지 못한 아시아·유럽 최강 풋살팀(나고야 오션스, 데우손 고베, 바르셀로나, 인텔무비스타)에서 다시 한 번 풋살을 새로이 볼 수 있었다. 현장에서 뛰는 친구와 친분을 얻은 건 덤이다.
풋살 역시 시스템과 세트피스 전술 등이 다양해지고 있다. 해마다 발전을 거듭하는 스포츠다. 규정도 조금씩 바뀌고 있어 꾸준히 현대 풋살 흐름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처음 풋살을 접할 때와 지금은 분위기가 너무 다를 것 같다. 최근의 풋살 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풋살 인기는) 어느 정도 예측은 하고 있었다. 예능 프로그램 '골때녀'가 인기를 얻을 때 든 생각은 '15~6년 전 일본에서 여자 아이돌 풋살 대회가 방송에 나오고 일본 여자 풋살 인구가 급격히 늘던 때와 비슷한 상황이구나'였다. 좁은 공간에서 섬세한 플레이를 요하는 종목이라 여성이 지닌 장점이 (방송에서) 더 잘 반영되지 않았나 싶다.
문화적인 개선점으론 아직도 한국은 풋살을 '미니축구' 개념으로 접근하는 사람이 많다. 풋살은 정확히 실내 스포츠다. 제대로 된 풋살 룰과 풋살 공을 활용할 때 그 진가가 발휘되는 스포츠임을 많은 분들이 아셨으면 한다.
아울러 풋살에 대한 (일부) 축구 지도자의 인식이 아쉽다. 풋살은 공을 멈춰놓거나 드리블을 많이 한다. 그래선지 '(축구하는데) 콘트롤할 때 발바닥 사용하지 말라' 등 풋살 배우는 걸 (다소) 부정적으로 보시는 분들이 계시더라. 사실 세계 최고 선수들 인터뷰를 보면 풋살이 어릴 때 기본기와 기술 습득에 얼마나 큰 도움을 주는지 알 수 있다.
핵심은 이거다. 좁은 공간에서 축구처럼 하는 게 풋살이 아니다. 제대로 된 풋살을 배워봐야 한다. 풋살만의 움직임과 풋살 공을 활용한 플레이를 함으로써 축구에 적용시킬 수 있는 독특한 부분을 찾아야 한다. (연구하면) 분명 많다.
그리고 풋살을 접할 때 기술적인 부분만 향상된다 생각하면 오산이다. 풋살이야말로 좁은 공간을 쉼없이 움직이고 스스로 공간을 만들거나 그 공간을 찾아들어가는 움직임이 많아 (풋살을 하면) 공간 이해도와 빠른 판단 능력도 배울 수 있다.
뭣보다 상대 골대가 항상 가까이 있어 슈팅을 만들어 내는 순간적인 움직임과 (슈팅) 기술까지 단련할 수 있다. 풋살 스포츠의 유래도 축구 발전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풋살이 (축구 선수에게) 좋지 않은 플레이를 유도한단 인식은 줄어들었으면 한다.
-한국인 최초로 풋살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한 걸로 알고 있는데.
두 번째 브라질 유학 때 포르투갈어에 대한 자신감이 좀 붙은 상태라 (지도자) 자격증에 도전했다. 브라질풋살협회와 상파울루풋살연맹에서 주관한 4개월 코스 풋살 지도자 교육을 이수했다. 총 70시간에 이르는 교육 과정이었는데 주말마다 수강 장소를 찾아다니며 설레는 맘으로 (교육을) 들은 기억이 난다.
당시 상파울루연맹에서 말하길 일본인은 예전부터 많이 왔고 작년에는 중국서도 왔는데 '한국인은 너가 처음이야' 말해줄 때 상당한 자부심을 느꼈다. 동시에 많은 책임감도 느꼈다.
자격증을 딴 뒤 무작정 브라질 유명 풋살팀이 많은 남부 도시 포르투알레그리( Porto alegre)에 갔다. 연수를 받은 울브라(ULBRA) 풋살팀은 당시 브라질 대표선수만 4명이 속한 최고의 프로 풋살팀이었다. 풋살 지도자 자격증 하나와 열정만 갖고 한국에서 풋살 공부하러 왔다 말하며 무작정 팀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다행히 날 긍정적으로 봐주더라. 흔쾌히 모든 프로팀 훈련 관전과 연수를 허락해 줬다. 그때부터 굉장히 수준 높은 풋살을 직접 볼 수 있었다. 그때 그들이 보여준 몸놀림과 기술, 잘 짜여진 세트피스 전술을 보며 '우와' 소리만 연발한 기억이 있다(웃음).
현재 한국도 풋살 지도자 양성 과정이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풋살 지도자 자격증이 있는데 레벨1, 2로 분류돼 진행한다.
-김호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등 여러 지도자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들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조언이 있다면.
풋살 선수 생활을 마치고 프로 축구팀에서 외국인 선수 통역을 맡게 되면서 많은 지도자를 만났다. 개중 가장 기억에 남고 지금의 날 만들어 주신 분이 김호 감독님이다.
정말 철처하게 기술축구를 선호하신 분이고 한국축구 발전과 K리그 활성화를 위해선 개인 능력을 갖춘 선수가 필요하다 강조하셨다. 지도자 질도 높아져야 한다 말씀하셨고.
하루는 내가 브라질 선수들과 공 다루는 모습을 보시더니 기술코치직을 제안하셨다. 외국어 능력과 풋살을 한 독특한 이력이 있으니 지도자로 일하면 유소년 축구발전에 큰 도움을 줄 거라 하시면서 지도자 길을 적극 추천해 주셨다. 감독님께서 용인축구센터 총감독을 맡으실 때도 그 밑에서 1년간 기술코치로 아이들을 지도했다.
-김영권 선수 같은 경우 안정적인 '발 밑'을 얻는데 어린 시절 풋살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한다. 일반 축구선수에게도 풋살이 상당한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실제 여러 프로 축구 선수들이 풋살을 경험했고 앞서 얘기했듯 국내보단 해외 선수들 인터뷰에서 그 부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브라질의 펠레, 네이마르, 쿠티뉴 등을 배출한 최고 명문팀 산토스는 13세 이하 어린 선수에게 주 2회 풋살 훈련을 병행시킨다.
호나우지뉴는 브라질이 월드컵에서 가장 우승을 많이 한 이유와 자신의 성장 과정을 인터뷰에서 밝힐 때 '풋살을 통해 발 밑 플레이와 개인 기술을 익혔고 그라운드 패스가 불가능한 비치 사커를 병행하면서 공중볼 기술을 익혔다' 귀띔했다. 그래서 브라질 축구를 보면 풋살 동작이나 비치 사커에서 나오는 공중볼 기술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또 하나 생생히 기억나는 기사가 있는데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브라질이 우승할 때 당시 23명 국가대표 중에서 어릴 적 풋살을 전문적으로 배운 이가 21명에 달했다는 기사였다. 월드컵 우승 멤버와 세계적인 선수를 대거 배출한 명문 구단에서 결정이면 풋살이 어린 선수에게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으로) 상당하다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풋살 선수 시절 정보가 많이 없는 듯하다. 현역 시절 어떤 선수였는지.
2007년에 한국 풋살 국가대표로 대만 아시안컵에 참가했다. 그 대회를 끝으로 축구화 끈을 풀었다. 선수로서 조금 이른 은퇴를 한 셈인데 가장 큰 이유는 부상이었다. 부상 부위 회복이 더뎠다. 아울러 선천적인 피지컬에서도 한계를 느꼈고 풋살을 더 제대로 배우고 싶단 열망이 있어 (선수보다 지도자라는)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보고자 은퇴를 결심했다.
하나 지금처럼 FK리그가 활성화되고 정식 리그 경험이 많은 선수를 볼 때면 아쉬움도 있다. 현장에서 보고 배울 수 있는 부문은 무시 못한다. 존경스럽고 대단하다.
-'풋살인 김태우'의 최종 꿈이 궁금하다.
좋아하는 일을 오랫동안 최대한 즐겁게 하며 사는 것이 내 최종 꿈이다. 예전엔 풋살 국가대표팀에 코칭스태프로 합류하는 게 목표 중 하나였고 (규모가) 큰 풋살팀 감독도 꿈꿨다. 하지만 그건 (그저) 하나의 자리일 뿐이고 거쳐가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삶의 목표와 꿈을 행복으로 조정했다. 그러다보니 목표를 무리하게 좇지 않고 모든 일을 여유있게 수용하며 뚜벅뚜벅 걸어갈 수 있게 되더라. 다행히도 지금 좋아하는 일을 마음맞는 동료들과 함께하고 있다. 정말 행복하다. 정해져 있는 길이 아닌 나만의 길을 개척해 가고 있는 느낌이라 매일이 새롭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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