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바나나는 무죄다

2023. 5. 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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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6개, 멸치 1g. 2년쯤 전 월성원전 집수정에서 배출 기준치를 초과하는 삼중수소가 검출된 사건의 논란을 잠재운 말이다. 월성원전 인근 주민들의 소변 시료를 채취해 삼중수소 방사선량을 측정해보니 1년에 바나나 6개 섭취 정도의 방사선량에 해당한다는 비교였다. 비료의 3요소 질소, 인산, 가리. 아마도 고등학교에서 배운 것 같다. 여기서 가리가 칼륨으로 식물 생장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대부분의 칼륨 원소는 안정적이지만 그중 0.012%는 칼륨40으로서 방사성 붕괴를 한다. 그 반감기, 즉 양이 반으로 줄어드는 시간은 12억5000만년으로 거의 무한대다. 즉 태곳적부터 식물에는 칼륨40이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식물을 먹고 사는 동물에도 칼륨이 있다.

우리 몸에 존재하는 칼륨은 나트륨과 더불어 매우 중요한 원소이다. 이 두 원소는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영향을 주는 길항 작용을 한다. 이들이 부족하거나 많으면 우리 몸에 이상이 생긴다. 우리 몸에 늘 존재하는 칼륨40에 의해 70㎏ 성인의 경우 초당 약 4000개의 방사선이 발생한다. 우리 몸이 방사선에 대해 순결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다.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물, 숨 쉬는 공기에도 방사성 물질이 항상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에 아마 많은 독자들은 놀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다.

방사선 흡수량을 나타내는 데 전문적으로는 밀리시버트라는 단위가 사용되지만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위로서 바나나 선량이 있다. 바나나에는 특별히 칼륨이 많아서 바나나 1개를 먹으면 약 0.1마이크로시버트(μ㏜)의 방사선을 흡수하게 된다. 0.1μ㏜가 1바나나 선량이다. 우리나라 사람은 누구나 1년에 바나나 3만8000개에 해당되는 방사선을 흡수하고 산다. 음식물과 공기에서 약 3만800개, X선 촬영과 같은 의료 행위로부터 약 7400개의 바나나에 해당하는 방사선을 흡수하며 산다. 공기 중 방사선은 화강암에 많은 우라늄의 붕괴에서 생긴 라돈 가스에 의해 발생하므로 화강암이 많은 지역에서는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바나나 1만개쯤 방사선량을 더 받는다. X선을 한 번 촬영하면 바나나 1000개쯤에 해당되는 방사선을 받는다. 의료 행위를 제외한 인공 방사선 허용치는 연간 바나나 1만개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구나 매년 바나나 3만8000개에 해당되는 방사선 흡수를 하고 산다는 사실을 모르고 아무 걱정 없이 또 이상 없이 잘 살고 있다. 바나나에 칼륨이 많다고 특별히 위험할 게 없음은 누구나 다 잘 안다. 바나나는 죄가 없다. 이런 사실을 알고 보면 극미량의 인공 방사능도 허용되면 안 된다는 주장은 무의미한 것이다. 후쿠시마 방류수로 인한 우리 국민의 연간 방사선 피폭량은 바나나 7100분의 1조각 정도로 계산된 바가 있다. 사실을 알고 보면 우려가 불식될 수 있다.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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