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중인 미국 WGA 작가들, 넷플릭스 ‘범죄 현장’(the scene of the crime)으로 묘사
할리우드 영화·방송에서 일하는 작가들로 구성된 미국작가조합(WGA)이 파업 이틀째인 3일(현지시간) 거리로 나와 업계 온라인 스트리밍 경쟁으로 더욱 나빠진 작가들의 노동 환경을 고발했다.
WGA 소속 작가들 수백명은 이날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넷플릭스 본사 앞에 모여 “탐욕은 나쁘다”, “당신을 위한 대본은 없다” 등의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회사 측을 성토하는 구호를 외쳤다.
WGA와 넷플릭스, 아마존, 애플, 디즈니, 디스커버리-워너 등을 대표하는 영화·TV제작자연맹(AMPTP)이 지난 1일 밤 양측 간 고용 협약 만료를 앞두고 최종 교섭을 벌였지만, 결렬되면서 WGA 소속 작가 1만1천500여명은 2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협약 대상인 AMPTP에는 여러 기업이 들어와 있지만, 작가들은 스트리밍 시대를 본격적으로 도래시키면서 작가들의 직업을 지속 가능하지 않은 여건으로 몰아간 넷플릭스 책임이 크다고 봤다.
작가들은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넷플릭스를 “범죄 현장”(the scene of the crime)이라고 묘사했다. 넷플릭스가 콘텐츠 제작에 앞서 사전 기획 단계에서 작가들을 고용하는 방식이 악명 높다고 전했다.
작가들은 이렇게 고용된 그룹을 ‘미니룸’(mini-room)이라는 은어로 지칭하는데, 공식적으로 콘텐츠 제작에 들어가기 전에 내용을 기획하는 역할을 한다.
공식적인 제작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보수가 적고, 제작 승인을 의미하는 ‘그린라이트’(greenlight)가 떨어지지 않으면 일을 중단하게 된다. 짧게는 10주 정도만 일을 하고 기획이 엎어져 다른 일을 찾아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작가들은 전했다.
‘그린라이트’가 켜져 제작에 들어가게 되더라도 참여하는 작가 수는 더 줄어들어 일거리가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레이스 앤드 프랭키’ 등 넷플릭스 시리즈 대본을 집필한 작가 앨릭스 레비는 “많은 작가가 그런 것처럼 당신이 10주짜리 일만 구할 수 있다면 일을 시작하자마자 새로운 일을 또 구하기 시작해야 한다”며 “나는 몇 달간 일을 구할 수 없어서 집 임대료를 내기 위해 가족에게 돈을 빌려야 했다”고 말했다.
작가들은 인공지능(AI)이 작가의 고유 영역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보장해달라는 요구를 기업들이 거부한 데 대해서도 분노를 표시했다. 기업들은 작가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기술 발전에 관한 연례 회의를 열자고 제안했다.
‘더 멘탈리스트’의 작가 톰 센트기오르기는 “스튜디오들이 그렇게 나오면서 작가들이 훨씬 더 단합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작가들의 파업이 장기화한다고 해도 AMPTP와의 협상 타결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고 CNN은 이날 전했다. 지난 몇 년간 구독자 증가를 목표로 했던 스트리밍 전쟁이 이제는 비용 절감과 미래 수익성에 관한 싸움이 되면서 기업들이 임금 인상과 고용 기간 확대 등 비용 지출이 불가피한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방송사나 케이블 채널을 보유한 미디어 기업들은 케이블 가입자가 점점 줄어들면서 수익원이 감소하고 있어 더 어려운 사정이라고 CNN은 보도했다. 파업이 시작되기 전에도 이미 디즈니의 7000명 정리해고 등 미디어·기술 기업 전반에서 대규모 해고가 시작된 바 있다.
CNN은 파업이 얼마나 길어질지는 스트리밍 서비스 가입자들 태도에 달렸다고 짚었다. 시청자들이 파업 기간 중 서비스되는 기존 콘텐츠의선택지에 만족한다면 파업 효과는 약해질 수밖에 없어 매우 길고 고통스러운 파업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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