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원 이뤄주겠다”며 간호단체 제안서 받은 尹…대통령실 “공식 약속 아니다”

문광호·유설희 기자 2023. 5. 4. 17:0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부·여당, 거부권 행사 ‘역풍’ 우려
“중재 노력”...총선 영향 미칠까 ‘촉각’
야당 “간호법, 여야 공통 공약” 반발
대한간호협회 유튜브 갈무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이 4일 정부로 이송됐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청해온 국민의힘은 거부권 행사 직전까지 중재 노력을 하겠다며 속도 조절을 했다. 간호법 거부권 행사에 우호적이지 않은 여론이 감지되자 반발 여론을 최소화할 시간을 벌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야당이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공약을 이행하라고 압박하자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간호법 제정을 “공식적으로 약속한 건 아니다”며 거부권 행사 사전 정지작업에 나섰다.

대통령실핵심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간호법안이 정부부처로 넘어와서 정부 부처에서 의견을 정해야 할 거 같다”며 “양곡관리법 관련해서도 여러 농민단체의 의견을 들었는데 (간호법은) 관련 단체가 많아서 좀 더 폭넓게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법안이 정부로 이송된 이날부터 휴일을 제외한 15일 이내에 법안을 공포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이 관계자는 대한간호협회 등에서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간호법 제정을 약속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후보가 어떤 협회나 단체에 약속은 하지 않았던 걸로 안다”고 반박했다. 거부권 강행 명분을 쌓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간호협회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해 1월 대선 후보로 간호협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간호법 제정 등 내용이 담긴 ‘간호협회 정책제안’ 서류를 전달받으며 “간호협회의 숙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대선 캠프 정책본부장이었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1월24일 열린 간호협회와 국민의힘 정책간담회에서 “간호법은 우리 국민의힘이 누구 못지 않게 앞장서서 조속히 입법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건 (윤석열) 후보께서 직접 약속을 하셨다”고 말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해 11월 ‘2022 간호정책선포식’에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으로 참석해 “간호사들이 합당한 처우 받을 수 있도록 간호법이 합리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국회에서 적극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다시 협상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거부권 행사할 수 있는 날까지는 시간이 있어서 조금 지켜보실 것 같다”며 “여러 단체에서 단식도 하고 파업도 하는 상황이라 저희도 그 사이에라도 최대한 중재 노력을 계속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이날 오전 SBS라디오에서 거부권 건의 여부에 대한 질문에 “의료현장 혼란을 최소화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충실히 지킬 방안이 어떤 것인지 고민해서 결정하겠다”고 했다.

정부와 여당이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은 거부권 행사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간호협회는 지난 2월23일부터 진행 중인 간호법 제정 촉구 서명운동에서 지난 2일까지 58만3085명이 동의했다며 거부권 반대 여론 조성에 나섰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간호법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등 여론 추이를 살피고 있다. 한 원내 핵심 관계자는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면 간호협회는 얻는 게 아무것도 없지 않나”라며 “지금 제안한 거라도 좀 얻으려면 지금이라도 협상을 해야 되지 않겠나”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거부권 행사가 자칫 내년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40만명에 달하는 간호사들이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총선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여론도 (간호법에) 찬성하는 여론이 더 많지 않나”라며 우려를 표했다. 최근 원내대표가 교체되는 과정에서 간호법 입장 정리를 두고 이전 지도부와 충분히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야당은 거세게 반발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간호법은 여야 대표적 공통 공약”이라며 “간호법을 제정하겠당는 여권 대표적 인사의 육성이 그대로 남아있다. 이 문제를 시작으로 해서 여야 공통공약이 빨리 합의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상무집행위원회의에서 “어제부터 대한의사협회가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며) 부분적 의료행위 거부를 시작했다”며 “‘간호사가 단독으로 개원할 수 있다’ ‘무허가 의료행위가 횡행할 것이다’ 등 사실도 아닌 거짓선전을 앞세운 의협의 편협한 집단행동은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