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노키즈존’ 퇴출되나… 도의회, 노키즈존 금지 조례 입법예고
영유아나 어린이를 동반한 손님을 출입하지 못하게 하는 이른바 ‘노키즈존’(No Kids Zone)을 금지하는 조례안이 제주에서 입법 예고됐다.
제주도의회는 지난 2일 ‘제주특별자치도 아동출입제한업소(노키즈존) 지정 금지 조례안 입법예고’를 통해 오는 8일까지 찬반 의견을 받겠다고 밝혔다. 노키즈존 지정 금지에 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인권 차별행위를 근절하고 상호 존중받는 사회를 구현하는 데 기여하겠다는 취지다.
◇국민 여론은 ‘노키즈존 찬성’이지만…
조례안은 4조에 ‘도지사는 도민 차별과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아동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키즈존 지정을 금지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를 위해 도지사는 노키즈존 업소에 대해 이를 철회하라고 지정 및 계도하고, 차별 금지에 대한 인식개선 활동을 하도록 규정했다. 업주 피해를 고려해 영업장 내 아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제도적 지원을 하고, 보호자에게 아동의 공공장소 이용에 대한 교육을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조례안 입법예고에 노키즈존 논쟁이 또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여전히 의견은 ‘업주의 자유 의사’와 ‘어린이에 대한 차별’로 갈렸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내 가게에서 만든 룰을 왜 지자체가 나서서 간섭하냐” “노키즈존은 사업자가 정하는 게 맞다”와 “반려견 데려오는 건 괜찮고, 아이는 안 되나” “단지 아이라는 이유만으로 입장을 막는 것은 명백한 차별” 등 찬반이 첨예하게 갈렸다.
한국리서치가 2021년 11월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노키즈존 운영은 ‘사업주가 행사하는 정당한 권리이자 다른 손님에 대한 배려’라는 응답이 71%에 달했다. ‘허용할 수 없다’는 비율은 17%였다. ‘노키즈존은 다른 손님에 대한 배려인가’라는 질문에 74%가 동의했다. ‘노키즈존은 어린이에 대한 차별인가’라는 질문에는 29%가 동의했다.
◇아동복지법 ‘연령에 따른 차별 받지 않아야’
이러한 국민정서에도, 사실 노키즈존은 현행법 위반 소지가 크다. ‘나이로 사람을 차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동복지법은 ‘아동은 자신 또는 부모의 성별, 연령, 종교, 사회적 신분, 재산, 장애 유무, 출생지역, 인종 등에 따른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받지 않고 자라나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아동에 관한 모든 활동에 있어 아동의 이익이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에 따라 국가와 지자체는 아동이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받지 않도록 필요한 시책을 강구해야 한다.
제주도의회에서 노키즈존 금지 조례안이 입법 예고된 것도 이 법에 근거했다.
실제로 해외를 살펴봐도, 최근 소수 항공사가 기내에 ‘Child free zone’(어린이 없는 구역)을 지정해 더 비싼 항공료를 받는 경우 정도를 제외하면 주요 선진국에서 어린이 출입을 막는 업장은 찾기 어렵다.
잘못된 자녀의 행동을 보고도 방관한 부모 책임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노키즈존 카페를 4년째 운영하고 있다고 밝힌 이모씨는 제주도의회 자치입법 제안센터 게시판을 통해 “처음 개업했을 때는 어린이 손님들도 물론 입장이 가능했다. 그러나 부모들이 아이들을 방치하거나, 위험한 곳에 올라가지 말라는 경고 표지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관리를 하지 않았다”며 “또 아이가 다쳤다며 보상을 요구하거나, 애써 키운 화초들을 망가뜨려 제게 손실을 주거나 하는 일이 비일비재해 노키즈존을 운영하게 됐다”고 했다.
제주연구원 사회복지연구센터는 노키즈존의 대안으로 아동을 통제가 아닌 보호의 대상으로 여기고 공공장소에서의 사회적 예절에 관한 합의 도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공공장소 예절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이를 이수한 가족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갑질·진상 부모 등을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이나 영업을 방해할 수 있는 특정 행위나 행동을 제재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날 조선닷컴에 “노키즈존이라는 것 자체는 어느 집단 하나를 일괄적으로 막는 방법”이라며 “때문에 장애인이나 외국인 입장을 막는 것과 비슷한 맥락에서 보편적 차별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노키즈존에는 업주들의 입장이 강하게 있기 때문에 입법예고 등을 통해 강제성을 띄는 순간 되레 반감을 살 수 있다”며 “국가나 지자체가 나서서 노키즈존을 금지하는 것 보다는, 사회적 인식 개선을 꾸준히 해서 시민 개개인이 반응하도로 내버려둬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국회 소통관에서 두 살 배기(생후 23개월) 아들을 안은 채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시설부터 노키즈존을 없애나가자”고 제안했다. 용 의원은 “사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노키즈존이라는 안내말을 잘 인식하지 못했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다 보니 어쩜 이렇게 가고 싶은 예쁜 카페, 식당들은 ‘노키즈존’ 뿐일까”라며 “우리에게 필요한 건 ‘노키즈존’이 아닌 ‘퍼스트키즈존’”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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