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들이 찾던 카페 ‘소설’, 이젠 전주영화제 사랑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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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서울편3> 에도 등장하는 서울 인사동 카페 '소설'은 1990년대부터 소설가, 영화인, 화가, 건축가 등이 출근도장 찍듯 모이는 문화예술인들의 사랑방이었다. 나의>
인사동에서 가회동으로 옮겼을 무렵 소설 단골이었던 홍상수 감독의 <북촌방향> (2011) 주요 무대로 등장해 국외 영화인들에게는 '홍상수 바(bar)'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북촌방향>
올해 소설은 영화인들의 사랑방에 소설 극장이라는 타이틀이 하나 더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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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서울편3>에도 등장하는 서울 인사동 카페 ‘소설’은 1990년대부터 소설가, 영화인, 화가, 건축가 등이 출근도장 찍듯 모이는 문화예술인들의 사랑방이었다. 인사동에서 가회동으로 옮겼을 무렵 소설 단골이었던 홍상수 감독의 <북촌방향>(2011) 주요 무대로 등장해 국외 영화인들에게는 ‘홍상수 바(bar)’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2017년 문을 닫았다가 2021년 전북 전주에서 커다랗고 오래된 양복점 간판 아래 다시 문을 연 소설은 이제 전주국제영화제의 사랑방이 됐다. 영화제 기간 내내 영화제 관계자와 국내외 게스트, 감독, 배우, 제작자 등 영화인들이 어울려 앉아 밤새 영화 이야기를 하고 수시로 피아노와 기타, 첼로까지 동원되는 잼 세션 연주도 펼쳐졌다. 27일 개막식 날 밤에는 배우 예지원과 허문영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주인장 염기정씨보다 반갑게 손님들을 맞았고 조용히 들어온 배우 박해일이 제작자들과 술잔을 부딪쳤다. 스페셜프로그래머로 이번 영화제에 참여한 백현진은 즉석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올해 소설은 영화인들의 사랑방에 소설 극장이라는 타이틀이 하나 더 붙었다. 소설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이 그렇듯 즉흥적으로 판이 벌어졌다. 카페 옆에 임대했던 공간을 어떻게 쓸까 고민하던 염기정씨에게 옆 소품점 ‘캣빠하와’의 주인장 김태남씨가 영화제니까 우리도 영화를 한번 틀자고 제안한 것. 이 공간에서 김씨의 친구이자 작업 동료인 최성림 감독의 단편 영화 <Choix>(슈아)를 29일 두차례 상영했다. 제안을 한 김씨는 “영화제 때마다 함께 축제를 즐기자는 취지로 소소히 즐길 이벤트를 구상했는데 올해는 보여질 기회가 많지 않은 영화들을 번외 영화제처럼 즐겨보자는 생각으로 제안했다”고 말했다. 작은 공간에 20석 정도의 자리를 만들어 맥주를 마시며 영화를 보고 끝난 후에는 감독과 대화를 나눴는데 “작은 상영관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내밀감이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마침 이때 자리에 머물며 분위기에 반한 프랑스 감독 앙토니 라피아가 자신의 영화도 여기서 틀고 싶다고 제안했다. 그래서 다음날 라피아 감독의 이번 영화제 출품작 <애프터>가 같은 자리에서 상영됐다. 이번에는 백현진이 이번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자신의 단편 연출작 <디 엔드>와 <영원한 농담> 상영을 제안했다. 백현진이 소설에서 자신의 영화를 틀 예정이라는 내용을 개인 소셜미디어에 올리자 그걸 본 백씨의 팬들이 서울에서 전주로 곧장 내려와 소설 앞에 진을 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상영작은 다음날 2021년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장권호 감독의 <요선>으로 이어졌다. 이밖에도 배우 권해효씨 등 영화제 기간 소설을 찾은 많은 영화인이 앞다퉈 자신의 작품을 틀고 싶다고 주인장에게 제안했다. 순식간에 ‘소설 극장’이 만들어지게 된 사연이다.
염기정씨는 “소설에 애정을 가진 영화인들을 ‘소설 프로그래머’로 위촉해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영화들을 상시적으로 상영할 예정”이라며 “전주에 한분 남아 계시다는 오래된 간판 그림 화가에게 요청해 옛날 스타일의 멋진 극장 간판도 달고 싶다”고 했다. 카페 소설은 지난해부터 통영과 부산, 고성, 서울 등에서 팝업스토어 형식으로 며칠씩 카페를 여는 ‘유랑 소설’을 진행하며 이를 다큐멘터리 영화로 담아 내년쯤 영화제에 출품할 계획도 있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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