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날’도 양극화...유급휴일 정규직 83% 비정규직 48%

5인 미만 사업장·비노조원·단시간 노동자 등
‘빨간날 유급휴일 보장’ 절반 수준 불과
“유급 여름휴가 보장” 직장인 47%뿐

직장갑질119, 직장인 ‘빨간날’ 유급휴가 사용 설문조사 결과 발표 <자료=직장갑질119>

소위 ‘빨간날’로 불리는 공휴일 사용에도 고용형태에 따라 양극화가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임금 수준이나 고용안정성뿐 아니라 ‘쉴 권리’도 신분에 따라 다르게 보장된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4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빨간날(명절·공휴일)을 유급으로 쉴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정규직 82.8%가 ‘그렇다’고 응답한 반면, 비정규직의 긍정 답변은 48.3%에 그쳤다.

직장인 전체적으로는 유급휴가 사용이 가능하다고 응답한 이들이 69%로, ‘그렇지 않다’(31%)보다 두 배 이상이지만, 세분화해서 보면 양극화가 나타난 것이다.

응답자 특성별로 나누면 노조원(83.5%), 사무직(83.4%), 대기업(80.5%), 상위관리자(83.3%), 월 급여 150만원 이상(87%)은 10명 중 8명 이상이 명절·공휴일에 유급휴가를 쓸 수 있다.

반면 비노조원(66.9%), 서비스직(53.9%), 5인 미만 사업장(52.8%), 일반사원(53.8%), 월 급여 150만원 미만(50.5%) 등 노동 약자들은 유급휴가를 쓸 수 있는 사람이 전체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지난해 1월부터 5인 이상 사업장은 공휴일이 유급휴일로 처리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이나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특수고용·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 등은 출근하지 않으면 급여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 1일 노동절에 이어 오는 5일 어린이날, 29일 석가탄신일 대체공휴일까지 5월에 연휴가 세 번이나 있지만, 이들은 마음 놓고 유급휴가를 쓸 수도 없는 상황이다.

‘빨간날’이 아닌 여름휴가의 경우에는 직장인 전반이 유급휴가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상황으로 파악됐다.

조사 결과 ‘유급 여름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가’에 대해 직장인 46.6%만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특히 여성(37.2%), 비정규직(40.8%), 서비스직(40.9%), 5인 이상~30인 미만(39.7%), 월 급여 150만원 미만(40.4%)에서 특히 낮게 나타났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5인 이상 사업장의 3년차 직장인의 경우 1년에 연차휴가 15개와 ‘빨간날’ 14개, 노동절까지 총 30개의 휴가를 쓸 수 있고, 대기업은 단체협약을 통해 유급 여름휴가 5일까지 최대 35개의 휴가를 쓴다”며 “대기업·공공기관 노동자들과 달리 많은 이들은 본인의 연차휴가를 써서 여름휴가를 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특수고용직·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주15시간 미만 단시간 노동자 등은 연차휴가도, 빨간날도 적용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민현기 직장갑질119 노무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노동자 사이의 휴식 양극화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모든 사업장에서 연차 유급휴가와 별도로 여름휴가를 부여해 일터간 차이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