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표님들에게 '회장님'이라 불린 라덕연, 학창시절부터…

서진욱 기자, 홍순빈 기자, 정혜윤 기자, 김도균 기자, 김창현 기자, 김진석 기자, 김지은 기자 2023. 5. 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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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發 셀럽 주식방 게이트]-92
라덕연 경영컨설팅업체 대표. /사진=뉴스1(유튜브 채널).


투자자 1000여명, 1조원의 자금을 동원한 시세조종 혐의를 받는 라덕연 경영컨설팅업체 대표. 그는 주가폭락 직전까지 '회장님'으로 불리며 위세를 떨쳤다. 가수 임창정이 지난해 12월 투자자 행사에서 라 대표에게 "아주 종교야. 너 잘하고 있어"라고 극찬하자, 투자자들은 "믿습니다! 할렐루야!"라며 호응했다.

지난달 24일 라 대표가 투자 대상으로 삼았던 8종목(서울가스, 세방, 다올투자증권, 대성홀딩스, 다우데이타, 하림지주, 선광, 삼천리)의 주가가 동반 폭락했다. 라 대표가 해당 종목을 매개로 차액결제거래(CFD), 신용거래융자 방식을 동원한 탓에 투자자들은 원금 손실과 거액의 빚을 떠안았다. 라 대표가 호언장담한 투자 신화가 깨졌고, 주가조작과 폰지사기 총책이라는 의혹에 휩싸였다.

언론 인터뷰에 적극 임한 라 대표는 대리 투자(미등록 투자일임)와 관련한 모든 작업은 자신이 설계했다고 인정했다. 통정거래 여부는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세조종 의혹의 시발점이 된 주가폭락 책임은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에게 떠넘겼다. 라 대표는 폭락 직전 605억원을 현금화한 김익래 회장과 전면전에 나섰다. 김 회장과 키움증권은 라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라 대표는 김 회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예고했다.

국민대 대학원 '트레이딩' 전공… 2014년부터 본격 투자자문 사업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SG증권발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받는 사무실에 적막이 흐르고 있다. 가수 임창정을 비롯해 약 1000명의 투자자들이 피해를 본 이 사건은 투자자 명의로 개통한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주식을 사고 팔며 주가를 조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뉴스1.

본지는 라 대표와 최측근 인사들에 대한 제보와 증언, 일당이 설립 또는 인수한 수십곳의 회사 정보를 바탕으로 그의 행적을 추적했다. 일당 회사 13곳을 찾아내 현장 취재를 진행했고, 이들이 인터넷에 남긴 기록도 취재에 활용했다.

라 대표는 동국대 정보관리학과(경영정보학과) 00학번 출신이다. 대학 시절 과학생회 부회장을 맡을 정도로 활달한 성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를 소위 '인싸'로 떠올린 동문도 있었다. 라 대표는 졸업 이후 여러 차례 동국대에 발전기금을 기부했다. 그는 프로필에 안철수연구소(안랩)에서 근무했다고 적었다. 안랩은 사내 시스템에 라 대표의 근무 기록이 없다고 밝혔다.

국민대 비즈니스IT전문대학원에 진학한 시점은 2012년이다. 라 대표의 전공은 트레이딩시스템. 그는 2014년 1월 '수급 데이터를 활용한 코스피200 선물 데이트레이딩 전략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졸업논문을 발표했다. 한 동기는 "밝은 성격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특별한 점은 없었다"고 말했다.

라 대표는 2014년부터 투자자문 사업에 본격 뛰어든다. 2014년 7월 금융감독원에 '머니사이언스인베스트'라는 상호로 유사투자자문업자 신고를 한다. 라 대표는 '호안스탁'이라는 명칭을 내세운 홈페이지를 열고 주식과 선물·옵션 투자 방송을 유료로 제공했다. 2017년 2월부터는 '호안스탁'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열고 투자 강의 영상을 올렸다. 라 대표는 비슷한 시기에 서울 구로구에서 PC방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라 대표의 PC방으로 추정된 업체는 2016년 9월 폐업했다.

라덕연 대표가 운영했던 '호안스탁' 홈페이지.
증권사 '선물 강연', 투자권유대행 이력… 회사 설립·폐업 반복
그는 2016년부터 여러 차례 오프라인 투자 세미나를 열었다. 주로 인천 사무실을 활용했다. 자신에게 주식계좌를 맡길 투자자를 모집하려는 시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라 대표는 2017년 4월 한 경제방송에 출연해 시황 분석을 하고, 2018년 2월에는 교보증권에서 강연도 펼친다. 당시 강연 주제는 해외 선물 실전 투자전략이다. 교보증권은 라 대표를 주식 및 해외 선물 전문가로 소개했다. 그는 가치주 발굴법, 미국 경제정책에 따른 해외 선물 투자기법 등을 강연했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당시 라 대표가 시장에서 나름 전문가로 많이 알려졌던 사람이라 초청한 것으로 안다"며 "특별히 인연이 있었던 건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라 대표는 오프라인 세미나와 홈페이지에서 투자자산운용사(펀드매니저) 자격증을 보유했다고 소개했다. KB증권의 투자권유대행인으로 활동 중이라는 이력도 붙였다. 투자권유대행인은 증권사와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금융상품 투자권유를 대행하는 직업이다. 금융투자협회에서 주관하는 증권투자권유대행인 또는 펀드투자권유대행인 자격시험 합격이 필수 조건이다. KB증권 관계자는 "개인정보 문제로 특정인의 투자권유대행인 활동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라 대표가 2019년 3월 인천에서 열린 투자자 세미나에서 내세운 홍보문구.


라 대표의 유사투자자문사는 2019년 8월 금감원으로부터 폐업 사유로 직권말소 조치됐다. 라 대표는 2020년 3월에는 R사를 세워 같은 해 금융위원회에 투자자문업 등록을 마친다. 라 대표는 2022년 7월 이 업체를 청산했다. 이에 앞서 2021년 11월 경영컨설팅업체인 E사를 세운다. 회사 설립과 폐업을 반복하며 미등록 투자일임 행위를 펼친 것이다. 라 대표 일당은 2020년부터 8종목 주가를 천천히 끌어올렸다는 시세조종 혐의를 받는다. 프로골퍼 A씨와 최측근 B씨는 라 대표와 함께 2019년부터 연예인·의사·변호사 등 전문직 투자자들을 모집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한 제보자는 "금융당국으로부터 투자자문사 라이센스를 받은 업체를 통해 수익을 내면 투자자들이 일당을 믿기 시작했다"며 "이후 투자자들에게 접근해 주식계좌를 주면 세금을 아끼고 복잡한 절차를 줄일 수 있다는 식으로 설득했다"고 말했다. 일당은 투자자들이 계좌를 제공하면 해당 업체를 폐업 처리하는 수법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체육회장 기탁금 대납 의혹… 北전문여행사 차리기도
아리투어 출범 및 지정 여행사를 알리는 남북체육교류협회 게시물. /사진=남북체육교류협회 홈페이지.

2020년 11월 11일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행정사무감사에서 라 대표가 여러 차례 언급된다. 문체위 소속 도의원들은 이원성 경기도체육회장에게 같은 해 초 치러진 민선 1기 경기도체육회장 선거에서 라 대표가 선거 기탁금을 대납한 문제를 추궁한다. 당시 이원성 회장은 라 대표를 "제가 투자하는 회사의 오너"라며 자신의 투자금을 라 대표가 입금하면서 발생한 단순 착오라고 해명했다.

당시 라 대표의 직함은 북한 전문 여행사 아리투어 대표. 여행사 경험이 전혀 없는 그가 2019년부터 2020년 초까지 아리투어를 운영했다. 아리투어는 2019년 남북체육교류협회 등이 남북 스포츠 교류를 위해 설립한 회사로 설립 직후 남북체육교류협회 지정 여행사로 선정된다. 아리투어 설립 당시 라 대표와 공동 대표이사로 등재된 김경성 남북체육교류협회 이사장이 현재 대표다.

라 대표는 2020년 2월 지정 여행사 대표 자격으로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열린 '평창평화포럼'에 참석한다. 행사 현장에서 라 대표와 김경성 이사장,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 등이 함께 기념촬영했다. 로저스 회장은 2018년 12월부터 호텔·리조트그룹 아난티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이중명 전 아난티 회장은 라 대표에게 투자해 전 재산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라 대표는 지난해 4월 이 전 회장이 이사장인 학교법인 해성학원 이사로 선임된 바 있다. 이 전 회장이 협회장으로 있는 의료 관련 협회에서도 이사로 활동했다.

'운용자금 1조원' 돌파 파티까지… '호언장담' 라덕연의 최후는?
주가폭락 이후 라 대표의 존재가 드러나자 투자자를 모아 주가조작을 펼쳤다는 제보가 쏟아졌다. 자신에게 찾아오는 사람들의 투자만 맡아줬고, 통정거래는 따져봐야 한다는 그의 주장과 배치된다. 자산가와 기업인은 물론 정관계 인사들이 연루된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 소속 위원인 A씨, 박영수 특검에서 활동한 전직 검찰 수사관 B씨의 연루 의혹이 불거졌다.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만큼 라덕연 일당의 정관계 인맥은 추가로 드러날 전망이다.

라 대표는 2021년 9월 비공개 고액 투자자 대상 설명회에서 "사람들끼리 주식이 오가면 금방 발각된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이리로 간 게 여기서 이리로 가고 여기로 (돌아)오지 않는다"면서 "누군가 한 사람이 지휘를 했다고 나와야 하는데 제가 지휘의 흔적으로 남기지 않는다. 제가 지금 그렇게 다 세팅을 해놨다"고 자신했다.

가수 임창정. /사진=김창현 기자 chmt@


라 대표 일당은 지난해 12월 운용자금 1조원 돌파를 기념하는 행사도 열었다. 이 자리에는 임창정과 가수 박혜경도 참석했다. 박혜경은 일당이 전속계약을 미끼로 계약금 1억원과 4000만원 투자를 권유했고, 이번 폭락으로 큰 손실을 봤다고 주장한다.

라 대표는 지난 1일 본지와 통화에서 주가폭락을 몰랐을 리 없다는 주장에 "저는 기본적으로 단타 매매를 하지 않는다"며 "우리 모든 고객이 '바이 앤 홀드'(Buy&Hold, 매수한 상태로 계속 주식 보유) 전략을 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어떻게 시세 조종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또 "주가 폭락이 올 줄 알았으면 제 계좌는 살아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지금은 저 포함해서 가족들 계좌까지 다 죽은 상태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취재진은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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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욱 기자 sjw@mt.co.kr 홍순빈 기자 binihong@mt.co.kr 정혜윤 기자 hyeyoon12@mt.co.kr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김창현 기자 hyun15@mt.co.kr 김진석 기자 wls7421@mt.co.kr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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