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주가 급등하자 "임원 주식 매도 자제하자"고 독려한 기업

손엄지 기자 2023. 5. 4.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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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의 주가조작 사태를 바라보고 있자니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번다"는 속담이 떠올랐다.

주가조작 세력이 실컷 재주를 부려 주가를 올려놨더니 회사의 회장님들이 수백억원의 차익을 실현한 것이다.

주가가 급등한 것을 두고 "회사가 재평가 받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회장님은 왜 주식을 팔았나.

취재에 따르면 삼천리의 주가가 급등하는 시기에 회사 내부에서는 "이럴 때일수록 임원들의 주식 매도를 자제하고, 회사 본질의 업무에 충실하자"고 다독인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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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급등에 "회사가 재평가 받는 것"이라고 하면서 주식 매도한 회장님들
삼천리 "임원 주식 매도 자제하자"고 독려…주가 358% 올랐지만 임원 매도 없어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작금의 주가조작 사태를 바라보고 있자니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번다"는 속담이 떠올랐다. 주가조작 세력이 실컷 재주를 부려 주가를 올려놨더니 회사의 회장님들이 수백억원의 차익을 실현한 것이다.

이렇게 되니 시장에서는 '그들이 정말 몰랐을까'하는 의문이 생긴다. 본인이 경영하는 회사의 주식을 팔아치우는 건 본인 스스로 회사의 주가가 '고점'이라고 자인한 것 아닌가. IR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회장님들은 최소 분기에 한 번은 회사 주가 동향에 대한 상세한 보고를 받는다고 한다. 이상 급등에 대해 충분히 고민했을 터다.

주가가 급등한 것을 두고 "회사가 재평가 받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회장님은 왜 주식을 팔았나. 오히려 주식을 더 사면서 투자자와 직원을 독려하는 게 경영자의 역할이고 필요한 마인드다. 하지만 회사의 가장 꼭대기 정보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 주식을 매도하는 상황에서 직원들은 어떤 애사심을 가질 수 있겠나.

최근 화제가 된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의 매도는 물론이고, 김영민 서울도시가스(017390) 회장도 폭락 전 주식 10만주를 매도해 457억원 정도를 현금화한 것이 문제가 됐다. 김 회장의 '형제회사'인 대성홀딩스도 서울가스 주식을 꾸준히 매도해 1600억원을 현금화했다.

또 다른 무더기 하한가 종목인 선광(003100)에서도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 창업주 동생이자 전 국회의원인 심정구 명예회장은 보유 주식 4만8000여주를 주당 9만원 수준에서 매도해 43억원이 넘는 돈을 현금화했다. 최대주주의 친인척인 심중식 씨도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꾸준히 5만주를 시장에 매도했다.

한편 하한가 8개 종목 중 하나인 삼천리(004690)는 이번 사태에 모범 사례가 될만 하다. 취재에 따르면 삼천리의 주가가 급등하는 시기에 회사 내부에서는 "이럴 때일수록 임원들의 주식 매도를 자제하고, 회사 본질의 업무에 충실하자"고 다독인 것으로 알려진다. 무더기 하한가가 발생하기 직전까지 회사의 주식은 358% 올랐지만, 퇴임한 임원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주식을 매도하지 않았다.

주가가 갑자기 급등하는 상황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우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가가 급등했는데, 그때는 신규 사업을 하고, LNG 가격이 상승하면서 '테마성'으로 오른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부터 LNG 가격 상승으로 삼천리가 수혜를 받고 있다는 기사가 많았다. 회사 관계자는 "오히려 LNG 가격 상승이 우리의 이익과 연관 있지 않다며 투자에 유의하라는 멘트를 계속해 왔다"고 말했다.

주가조작 세력은 주가 급등의 의심을 피하고자 일부러 '테마성 주식'을 노렸다는 말이 나온다. 서울가스, 삼천리 등이 타깃이 된 이유다. 물론, 회사가 세력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었는지, 아닌지는 다른 이야기이지만, 최소한 임원과 회장의 매도가 없었다면 '몰랐다'는 주장도 납득할만 하다.

무더기 하한가 종목 중 주가조작 세력과 사전에 정보를 공유했다는 의혹을 피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회사의 경영자는 주식을 매도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러면서 시장의 의혹에 억울하다고 하면 무슨 소용인가. 이번 매도로 수백억원의 차익을 거둔 회장님들은 당분간 시장의 신뢰를 얻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신뢰를 잃은 대신 수백억원을 벌었지만, 아무 것도 모르고 당한 주주들은 돈만 잃었다. 주식회사의 '도덕성'은 이렇게나 중요하다.

e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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