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직무 정지 놓고 충돌…"위험 당에 전가" vs "적법하게 결정"

이재명 측 "이 대표 별다른 과오 없어, 직무 유지돼야"
가처분 신청 당원 "예전에 알던 민주당으로 돌아와 달라"

백광현씨(왼쪽)와 김성훈 변호사가 4일 오후 서울 남부지법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정지 가처분 심문기일 전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3.05.04 ⓒ 뉴스1 한병찬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직무를 정지해달라는 권리당원의 가처분 신청 심문에서 양측이 당헌의 해석과 절차상 하자를 두고 부딪혔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김우현)는 4일 오후 2시쯤 이 대표에 대한 직무정지 가처분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가처분을 신청한 민주당 권리당원이자 시사 유튜버 백광현씨 측은 "이 대표가 비리 혐의로 기소된 것이 명백한 상황에서 당헌 80조 1항을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하느냐가 쟁점이다"며 "이 대표는 자신의 위험을 당으로 전가하는 방법으로 당 대표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8월26일 개정이 이뤄진 당헌 80조 3항에 대해서도 "당헌 개정이 이뤄진 것도 무리하지만 절차상에도 하자가 있다"며 "절차 위반에 대해 아무 문제도 없이 대표 자리를 유지하면 민주당 자체가 사당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당원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당헌 80조 1항에 따르면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당직자 직무를 정지한다. 당헌 80조는 2015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민주당 전신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시절 내놓은 당 혁신안이다.

당헌 80조 3항은 정치 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당무위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고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3월22일 국회에서 당무위원회를 열고 당헌 80조 3항에 따라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기소를 정치 탄압으로 보고 직무를 정지하지 않기로 했다.

이 대표 측 소송대리인은 "당무위원회는 최고위원회에 의해 적법하게 소집됐고 의결됐다"며 "1항의 예외를 규정한 3항이 무효라고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 측은 전날 제출한 의견서에 "이 대표는 지금까지 별다른 과오 없이 당무 전반에 관한 집행, 조정 및 감독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대책 등 시급한 현안들을 해결해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제1야당으로 민생현안 등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안건들이 산적해 있다"며 "이 대표 직무가 정지될 경우 주요 안건들의 연속적 업무처리를 기대하기 어렵게 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에 대한 효율적 대응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심문기일에 이 대표는 출석하지 않았다. 민사재판은 당사자의 출석없이 소송대리인만 참석해 진행할 수 있다. 통상 가처분 신청은 심문 1회가 열린 후 선고가 내려지는데 인용 판결 시 당 대표 자격은 즉시 박탈된다.

재판부는 이날 양측이 부딪힌 당무위원회 참석자의 서면 출석 인정 절차에 대해 3주간 추가 주장과 자료를 제출할 것을 명령하고 심문을 종결했다.

백씨는 출석에 앞서 취재진을 만나 "민주당 당원들의 자부심인 당헌 80조를 오로지 이 대표 방탄만을 위해 짓밟은 민주당에 유감을 표한다"며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이 대표를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예전에 우리가 알던 국민과 민생 그리고 전세사기 대책을 위해 일하는 당으로 돌아와 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백씨는 지난 3월23일 서울남부지법에 이 대표의 직무 정지 가처분 소송을 신청했고 30일 본안 소송도 제기했다.

bc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