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미화노동자 감원 과정 부당노동행위 의혹 불거져
EBS, 청소용역노동자 감원시킨 상태로 신규업체 입찰
3명 계약만료 예정… "노조 간부 후보 계약만료 유력"
공공운수노조 "과정 너무 일방적… 원청 EBS 소통 회피"
EBS "회피한 적 없어… 상생 위해 고민 했다"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대규모 적자로 '비상경영'을 선언한 EBS가 청소용역노동자가 감원된 상태로 신규업체 입찰을 공고한 데 이어 노동조합 간부 후보에 오른 이들이 신규업체 계약을 앞두고 주말 근무표에 빠지면서 의도적으로 간부 후보를 계약만료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관리소장은 주말 근무를 뺀 것에 대해 '공적인 사유'라며 구체적 이유를 대지 않았고 공공운수노조 측은 “부당노동행위”라며 “원청 격인 EBS에도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EBS는 “회피한 적 없다”며 “상생 차원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했다.
지난해 256억 원 적자를 기록한 EBS는 지난달 25일 미화용역업체 신규입찰 공고에서 기존 27명에서 3명이 줄어든 24명의 투입인원을 확정해 과업지시서를 냈다. 주간조는 소장 1명, 남성 3명, 여성 16명에서 소장 1명, 남성 4명, 여성 16명으로 남성이 1명 늘었고 오후조에서 기존 남성 2명, 여성 5명에서 남성 1명, 여성 2명으로 남성 1명과 여성 3명이 줄었다.
계약만료가 확정된 인원은 3명으로 모두 여성이다. 남성은 오후조에서 1명이 줄지만 주간조에서 1명이 늘어 기존 인원이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공고 이후 계약만료 위협을 느낀 노동자 25명은 지난 2일 공공운수노조 경기지부 EBS분회를 출범시켰다.
이러한 흐름에서 지난 3일 A씨와 B씨가 주말 근무에서 빠졌다. 관리소장은 빠진 이유를 묻는 A씨에 “공적인 사유로 못 나오게 됐다”며 “월요일(8일) 신규업체가 오면 말씀해드릴 것”이라고 했다. 이후로도 공적인 사유가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물었지만 소장은 대답을 회피했다.
휴일 근로의 경우 대체 휴무를 줘야 한다. 하지만 현재 용역업체의 계약이 9일 만료돼 신규업체와 계약하지 못하는 인원이 주말에 근무하게 되면 대체 휴무 지정이 꼬이게 된다. A씨와 B씨가 주말 근무에서 빠진 것을 놓고 내부에선 계약만료 대상이 정해졌다고 받아들이는 이유다.
더군다나 A씨와 B씨는 각각 부분회장과 회계감사 등 분회원 중 간부로 꼽히던 인물이었다. 민길숙 공공운수노조 경기지지역지부 사무국장은 4일 통화에서 “미화 휴게실에서 노동자들끼리 모여 간부 후보를 얘기하는 자리가 있었고 그 자리에 소장도 얼굴을 비쳤다”며 “노동자 면면을 모르기 때문에 신규업체가 인원을 솎아내기 힘든 상황이다. 간부가 누가 될지 인지한 상황에서 계약만료 대상이 정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의도적으로 간부를 계약만료시킨 것이라면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라고 했다.
관리소장은 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A씨와 B씨가 주말 근무에서 빠지게 된 것이 계약만료와 연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제 소관이 아니다. 새로운 업체가 이분을 해고할지 안 할지는 제가 모른다”며 “새로운 업체와 제가 계약을 맺고 대리인이 되면 그런 말을 할 수 있지만 나는 아직 새로운 대리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문자메시지를 통해 소장이 언급한 공적인 사유가 무엇인지, 두 사람이 계약만료되는 것이 사실이라면 계약만료 대상자 선정의 기준이 무엇인지 물었지만 보도시점까지 답을 들을 수 없었다.
공공운수노조는 원청 격인 EBS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EBS분회 출범 이후 EBS에도 소통을 요구했으나 EBS가 회피했다는 주장이다. 민길숙 사무국장은 “노조 가입 직후 사장 면담 요청 공문을 보내고 경영지원센터장과도 통화했다. EBS가 원청사용자라 하더라도 구조조정 과정이 너무 일방적이라고 문제제기 했다”며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으니 대화하자고 요구했지만 (EBS가) 바쁘다며 10일(신규업체 업무개시일자) 이후로 날짜를 미뤘다. 그때가 되면 사실상 계약만료가 돼 게임오버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길숙 사무국장은 “정부 부처에서 합동으로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같은 것을 만들어 놨다. 이렇게 외주화돼서 간접고용노동자들이 업체가 변경될 때 임금과 노동조건이 저하되거나 고용이 불안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지침인데, 공영방송인 EBS가 경영적자를 이유로 용역노동자들을 자르겠다고 나선 것이다. 요즘은 법원에서도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있는 추세”라고 했다.
EBS는 회피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김기홍 EBS 경영지원센터장은 4일 통화에서 “노조 측에서 3일 메일이 와 8일에 보고 싶다고 했지만 보통 월요일(8일)은 회의가 많아 제일 바쁜 날”이라며 “내부 검토도 해야 하고 하니 수요일(10일)에 보는게 어떻겠냐 제안했고 노조 측이 알겠다고 했다. 회피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 센터장은 “이미 신규업체 입찰이 끝나고 적격심사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8일에 만났어도 업체를 빼놓고 무엇을 조정하긴 어렵다”며 “신규업체 입찰을 하면서 과업지시서 내용도 효율적으로 변경됐다. 업무 내용이 달라진 것이기 때문에 감원이란 표현도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재정 여건 감안해서 직원들이 솔선수범해 직접 청소하는 부분이 필요하다 이런 차원이지 그분들이 약자라 구조조정하고 그런 게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BS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용역업체를 아예 없애도 된다는 의견도 일부 나왔지만 노동자분들의 일자리와 사회적인 것들을 고려해 최소한으로 조정한 것”이라며 “계약만료는 정상적인 절차이고 상황이 워낙 어려우니까 상생 차원에서 조치했다. 그런 점들이 고려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관련 기사 : EBS 파견계약직 100% 감원 본격화? “살인적 노동강도” 불만 쇄도]
EBS는 지난 2월 공청회에서 비용 절감을 위한 계약파견직 감원 정책을 내놨고 구성원들은 이에 “3년 내 계약파견직 100% 감원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입찰 공고에 따르면 3명 감축 외에도 오후조 근무시간이 8시간에서 7시간으로 줄었다. EBS지부 김태봉 부위원장은 지난달 사내에 게시한 글에서 “미화 노동자는 '사람을 줄이려면 일할 시간을 늘리던가, 일할 시간을 줄이려면 사람을 늘려야 하는 게 아닙니까' 호소한다”며 “현재 미화 노동자가 한 달에 받는 임금 실수령은 230만 원대”라며 “위 절감안이 실행되면 이마저도 약 60만 원 이상 줄어든다. 말 그대로 일은 더하고 돈은 적게 받으라는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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