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매파적 중단’···인상 중단 시사하면서도 “금리 인하는 부적절”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정책결정문 문구 수정을 통해 지난해 3월부터 본격화한 금리인상의 중단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당분간 금리인하 전환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향후 통화정책 운용에 여지를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선 이번 연준의 의사 표현을 두고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인상 중단’이란 평가가 나왔다.
연준이 3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뒤 발표한 정책결정문을 보면 문구의 변화가 눈에 띈다. 연준은 지난 3월 결정문에서 “충분히 제약적 통화정책 기조를 달성하기 위해 약간의 추가적 정책 강화가 적절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이 문구를 삭제했다. 대신 “추가 긴축의 정도를 결정할 때 통화정책 긴축의 누적, 통화정책이 경제 활동 및 인플레이션(물가오름세)에 영향을 미치는 시차, 경제 및 금융 상황을 고려할 것”이라는 문구로 변경했다.
시장에선 이같은 변화가 연준이 금리인상을 중단하겠다는 의도를 보인 것으로 평가했다. 앞으로 추가인상이 필요한 상황인지 그때 그때 데이터에 따라 따져보고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 3월 회의에선 향후 금리 인상 정도에 대해 고민했다면, 5월 회의에서는 추가 금리인상 필요성 여부로 문제가 이동했다”면서 “연준의 문구 변화는 향후 금리 인상이 중단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신 파월 의장은 시장이 연준의 의사결정을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해석하지 않도록 메시지를 내는 것에 애썼다. 다음 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당분간 금리인하 전환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늘 회의에서 금리 인상 중단에 대한 결정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우리 (FOMC)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갖고 있다”면서 “(인플레이션 해소에) 시간이 걸릴 것이며 그러한 관측이 대체로 맞다면 금리 인하는 부적절하다. 우리는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인상을 끝으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하는 것은 물론 연내 금리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들의 기대에 다소 찬물을 끼얹은 발언으로 해석된다. 파월 의장은 “더욱 제약적인 통화정책이 타당하다면 우리는 더 많은 일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며 상황에 따라 추가 금리인상도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경기 상황에 대해선 비교적 낙관적 입장을 유지했다. 파월 의장은 “경기 연착륙이 경기 침체보다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며, 침체가 온다고 해도 ‘경미한 불황’일 것”이라면서 “노동시장에 빈 일자리가 여전히 많아 과거와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금리인상 중단 가능성을 시사한 것에 안도하면서도 파월 의장을 발언이 다소 ‘매파적’이었다고 해석했다. 동시에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도 살아있는 상황이어서 연준과 시장 사이의 괴리가 확대돼 시장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전체적으로 ‘매파적 중단’이었다”면서 “연준이 최종금리에 도달했다고 판단되지만, 노동시장 과열과 높은 물가가 지속될 경우 6월 인상이 적절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반면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후반 물가 둔화와 성장 부진에 대응해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본다”면서 “미국의 지역 및 중소은행들의 유동성 불안이 수시로 잡음을 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며 이로 인한 유동성 관리가 영세기업과 가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는 이날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향후 연준의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가운데, 미국 은행 불안에 대한 시장의 경계감도 상존하고 있다”면서 “미 연준,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변화 및 금융안정 상황의 전개양상에 따라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관련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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