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진 않지만 익숙한 네버랜드로의 환상 여행, '피터 팬 & 웬디' 

아이즈 ize 정명화(칼럼니스트) 2023. 5. 4.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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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정명화(칼럼니스트)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다시 돌아온 녀석은 잔혹하고 사악해졌지. 그게 어른이야."

기숙학교 입학을 앞두고 숙녀다움을 강요당하는 소녀 웬디(에바 앤더슨)에게 나타난 소년 피터팬(알렉산더 몰로니). 어른이 되기 싫어하던 웬디와 그의 남동생들은 어머니가 들려주던 옛이야기 속 주인공 피터팬을 만나 아이들이 영원히 자라지 않는 꿈의 나라 네버랜드로 향한다.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하늘을 날아 네버랜드로 간 아이들. 그러나 호시탐탐 피터팬과 잃어버린 아이들을 노리는 후크와 해적 일당에게 붙잡히고 만다. 

J.M. 배리의 고전 명작 '피터팬'은 아이들을 위한 세상을 그려보이며 동심의 상징이 됐다. 애니메이션과 영화로 여러차례 각색돼 온 유명 원작 '피터팬'을 디즈니가 실사 영화로 제작해 '피터 팬 & 웬디(Peter Pan & Wendy)'로 선보였다. '정글북', '미녀와 야수', '라이온 킹' 등에 이은 디즈니의 라이브 액션 영화 '피터팬 & 웬디'는 원작의 설정에 충실하나 현대적인 트렌드에 맞춰 변형을 가했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먼저 팅커벨 최초로 흑인 배우 야라 샤히디가 연기한 팅커벨은 원작과 달리 질투가 없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그려진다. 웬디를 시기해 후크 선장과 손을 잡는 설정도 사라졌다. 디즈니의 사회/인종 정책에 맞춰 팅커벨과 더불어 피터팬도 인도계 배우 알렉산더 몰로니가 맡았다. 피터팬과 잃어버린 아이들의 인종 역시 원작과 달리 다양해졌으며 유색인종 캐릭터인 인디언 소녀 릴리의 비중도 대폭 늘었다. 

후크 선장 역을 맡은 주드 로는 핸섬한 외모를 벗어던지고 포악한 악당으로 분해 피터팬과 숙적관계를 이룬다. 이 둘 사이에 오랜 악연이 사실 친구 사이였다는 것도 기존 '피터팬'들과는 다른 설정이다. 어린 시절 피터팬의 절친이던 후크는 어머니와 집을 그리워한다는 이유로 네버랜드에서 쫒겨났다. 그러나 집을 찾지도 어머니를 만나지도 못한 채 바다를 표류하다 해적의 손에 구출돼 그들에 의해 길러졌다. 그리고 자신을 버린 피터팬에 대한 깊은 원망과 상처를 품고 네버랜드로 돌아왔다. 피터팬과 결투를 벌이던 후크는 "무궁했던 가능성은 사라지고 갈고리 손만 남았지. 이게 어른이 된다는 거야"라며 씁쓸하게 말한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모든 어른을 혐오하고 더 이상 자라기를 거부하는 소년 피터팬 역시 미숙하고 이기적인 마음을 가진 어린아이였던 것. 그리고 아이들이 자신을 떠날까봐 두려워하는 마음을 애써 감추고 그리워할 가족이 없다는 결핍을 숨긴 채 살아왔다. 어른이 된 후크 역시 꿈 많던 어린시절의 모습이 아닌 현재의 자신에게 실망스러운 마음을 드러내며 대부분의 성인들이 가진 상실감을 대변하고 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가장 근사한 모험일지 몰라. 너처럼 멋진 아이가 세상에 나오면 더 멋진 일이 생길거야"라는 웬디의 말에도 피터팬은 "아직 나는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끝내 어른이 되길 거부한다. 그리고 웬디와 잃어버린 아이들처럼 꿈과 모험을 찾는 아이들을 기다리며 네버랜드에 남는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아이들은 언젠가 자라 어른이 된다. 웬디의 엄마가 그러했고 웬디가 그러하듯이 자라서 자신들이 꿈 꿨던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네버랜드는 아이들을 위한 꿈의 세상으로 오랫동안 판타지의 대상이 돼 왔다. 머릿속으로 그려보던 네버랜드를 눈앞의 현실로 마주하는 것은 분명 큰 즐거움이다. 하늘을 나는 아이들과 환상적인 네버랜드의 풍광, 공중을 떠다니는 배, 후크 선장의 팔을 집어삼킨 거대 악어가 실감나게 그려지며 보는 재미를 더한다. 여기에 더한 아름다운 영화의 사운드 트랙은 환상적인 네버랜드의 여행에 즐거움을 배가해주는 요소다. 어머니의 자장가처럼 익숙하고 서정적인 멜로디는 피터팬이 가진 향수와 추억을 자극하며 은은한 잔상을 남긴다. 

그러나 '피터팬 & 웬디'는 기존의 작품들이 그려냈던 것들에서 더 나아간 참신함과 새로움은 기대하기 힘들다. 제작진의 상상력은 우리가 익히 만나왔던, 생각해온 것들에서 멈춰있다. 진일보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낸 장면들은 박진감을 더해주지만, 시건방지면서도 활기차고 매력적인 피터팬의 캐릭터를 잘 살리지 못한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새로울 것 없는, 평이한 피터팬임에도 전세대를 아우르며 가족 모두가 감상하기에는 무난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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