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년 전 신라와 조우…하늘과 땅을 잇는 신성한 동물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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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와 그 둘레를 에워싼 사실적 도형들에는 바로 이제 막 화공이 붓을 놓은 듯한 생생함이 묻어 있었다."
신라의 그림 '천마도'가 1500년의 긴 잠을 깨는 순간이었다.
자작나무 껍질을 여러 겹 덧대 만든 말다래(사람에게 흙이 튀지 않도록 안장에 연결한 부속품)에 그려진 천마가 수장고 밖으로 나오는 것은 2014년 특별전 이후 9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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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총 출토 황금 장신구·구본창 작가 사진도 전시…7월16일까지
(경주=뉴스1) 조재현 기자 = "천마와 그 둘레를 에워싼 사실적 도형들에는 바로 이제 막 화공이 붓을 놓은 듯한 생생함이 묻어 있었다."
1973년 8월23일, 경주시 황남동 '155호분'. 4개월 넘는 발굴 작업을 이어가던 조사단의 눈을 사로잡는 무언가가 확인됐다.
무덤 주인의 부장품 궤짝에 쌓인 말갖춤(말을 부리기 위해 장착한 도구)을 들어올리자 갈기를 휘날리며 하늘을 나는 천마(天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신라의 그림 '천마도'가 1500년의 긴 잠을 깨는 순간이었다.
신라 건국 설화에서 시조의 탄생을 예견하는 흰 말이자,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신성한 동물로 여겨지는 천마가 다시 공개된다.
국립경주박물관은 4일부터 7월16일까지 천마총 발굴 50주년을 기념한 특별전 '천마, 다시 만나다'를 열고 천마도 실물을 공개한다.
자작나무 껍질을 여러 겹 덧대 만든 말다래(사람에게 흙이 튀지 않도록 안장에 연결한 부속품)에 그려진 천마가 수장고 밖으로 나오는 것은 2014년 특별전 이후 9년 만이다.
155호분은 이보다 훨씬 큰 '98호분'(황남대총) 발굴에 앞서 시험 삼아 조사한 무덤이었다. 하지만 상상하지도 않았던 천마 그림이 나오면서 천마총이란 이름을 얻게 됐다.
천마총은 신라 고유의 무덤인 돌무지덧널무덤이다. 대부분 '마립간' 시기(356~514년) 왕과 왕족의 고귀함을 돋보이기 위해 크게 만든 게 특징이다.
천마가 그려진 말다래는 두 장이 상하로 겹친 상태로 출토됐다. 천마는 말갈기와 꼬리털이 강하게 뒤로 날리고, 다리는 하늘을 달리는 듯한 모습이다. 입과 다리 주변에 묘사한 넘쳐나는 기운은 신령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가장자리에는 넝쿨무늬를 그려 넣었다.
이 중 보존 상태가 양호해 국보로 지정된 아래쪽 말다래가 사람들에게 익히 알려진 천마도다. 이 그림은 6월11일까지 만날 수 있다. 상대적으로 훼손이 심했던 위쪽 말다래는 6월12일부터 전시된다. 빛에 워낙 약하기 때문에 교체 전시로 진행된다.
"아무리 땅속이라고는 하지만 연약한 자작나무 껍질이 그 오랜 세월을 견디어 왔다는 것 자체가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특히 위쪽 판을 들어내자 그 아래에 펼쳐진 천마도는 바로 기적이었다."
당시 천마총 발굴 조사에 참여한 지건길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천마도의 존재를 확인하던 순간을 이같이 회상한다.
천마 그림은 또 있었다. 대나무살로 엮어 만든 판에 천과 금동 판을 덧댄 뒤 천마 무늬를 새긴 말다래가 자작나무 말다래 바로 위에 있었던 것이다.
대나무살 말다래는 발굴 당시 금동 판에 녹이 슬어 형체를 알 수 없었다. 이런 연유로 40여년간 빛을 보지 못하다 새로 시작한 보존 처리를 통해 세상으로 나오게 됐다.
박물관 측은 "새로운 천마 무늬 말다래가 확인되면서 금관총과 금령총에도 비슷한 유물이 있음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물관은 천마 무늬 말다래 3점도 비교 전시한다.
조사단 일원이었던 윤근일 전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장은 특별전 개막식에서 천마도를 둘러본 뒤 "상태가 좋아 보인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전시에서는 천마총에서 나온 금제대관과 모관, 새날개모양 관꾸미개, 귀걸이, 금허리띠를 비롯한 황금 장신구, 푸른 빛의 유리잔도 만날 수 있다. 아울러 사진작가 구본창이 촬영한 천마총 출토 유물도 사진으로 볼 수 있다.
한편, 문화재청은 이날 오후 천마총이 있는 경주 대릉원 내 가설무대에서 국내 고고학의 발전 방향 등을 담은 비전선포식을 열었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천마총 발굴의 성공 덕에 또 다른 신라 문화유산의 우수성을 밝혀내는 발굴 조사를 이어갈 수 있었다"며 "문화 유산의 브랜드화를 다양한 측면에서 연구해 신라 문화유산의 가치를 세계적으로 확산시키겠다"고 말했다.
cho8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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