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이트’ 엮이자 적자 기업이 상한가…전문가들 “투자 합리적이지 않아”
“테슬라 발표대로 페라이트가 희토류 완전 대체 어려워”
일부 기업은 재무 불안정성 커, 투자 유의
전기차의 전기 모터에 쓰이는 금속 물질인 ‘페라이트’ 테마로 엮인 종목이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지난 3월 초 테슬라가 진행한 ‘투자자의 날(인베스터 데이)’에서 차세대 전기차 모터 부품으로 기존에 널리 쓰이던 희토류로 만든 영구 자석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최근 페라이트가 그 대안이 될 것이라는 미국 현지 언론의 보도가 나오면서부터다. 이에 페라이트 원료와 관련된 사업을 하는 국내 기업에 투심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국내 페라이트 관련 주들에 갑작스레 매수세가 몰리는 것이 비이성적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현실적으로 페라이트가 희토류를 완전히 대체하기 어려운 데다가, 테슬라의 발표도 ‘방향성’ 차원이지 단기간 내 변화를 초래하는 구체적 계획을 제시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페라이트 종류가 매우 많은 반면, 테슬라가 차량에 쓰고자 하는 페라이트에 대한 정보는 전혀 알려지지 않아 국내 기업의 수혜 가능성 자체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 기업 삼화전자는 이날 상한가까지 올랐다. 자동차 전장부품인 페라이트 코어를 생산하는 삼화전자는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2일까지 7일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며 이 기간 주가가 272% 급등했다. 치솟는 주가에 거래소는 지난 3일 삼화전자의 거래를 하루간 중단했는데, 거래가 재개된 4일 다시 단숨에 상한가까지 오른 것이다. 거래소의 급격한 시황 변동에 따른 조회공시 요구에 삼화전자는 공시할 사항이 없다고 설명했다.
전날인 3일엔 삼화전기, 상신전자, 씨큐브, 케스피온, 유니온머티리얼, 한일화학 등 6종목이 일제히 상한가를 기록했다. 삼화전기의 경우 삼화전자와 같은 삼화콘덴서그룹에 속해있다는 사실만으로 주가가 급등했다. 나머지 기업의 경우 페라이트를 활용한 자동차 부품을 제조하는 회사다.
한국내화, 동국알앤에스 등은 3일 10~20% 이상 상승했다가 바로 다음 날인 4일 15% 가까이 하락하며 주가가 요동쳤다. 이들 기업은 페라이트 부품 생산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데도 페라이트의 원료로 쓰이기도 하는 내화물을 생산한다는 이유로 페라이트 관련주로 묶였다.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발표만 가지고 국내 페라이트 관련 기업의 수혜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우선 전기차 모터에 희토류를 전혀 사용하지 않겠다는 테슬라의 목표가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울 뿐 아니라, 테슬라의 페라이트 수요가 늘더라도 이것이 국내 기업의 수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기에는 현재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최철진 한국재료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전기차 모터에서 페라이트가 희토류를 100% 대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페라이트가 희토류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지만, 성능이 10~20% 수준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페라이트 모터로 차를 움직이는 구동용 모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모터를 차에 넣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차량 디자인을 바꿔야 하는 등 제약이 많다”고 말했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테슬라의 발표는 구체적 계획이라기보다는 지향점을 제시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은 전기 모터만으로 테슬라가 바라는 성능을 가진 모터가 탄생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철 산화물의 일종인 페라이트는 형태와 조성이 정말 다양하다”면서 “만약 테슬라가 페라이트 사용을 확대해도, 테슬라가 원하는 페라이트가 뭔지, 그 페라이트를 국내 기업이 생산할 수 있을 것인지, 또 테슬라가 국내 기업과 계약을 맺을 것인지 등이 완전히 불확실한 만큼, 현재 단계에서 국내 기업의 수혜를 기대해 투자하는 것은 매우 비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기업 중 일부는 최근 수년간 유동성 위기가 지속되는 등 재무적으로 불안정한 기업인만큼, 투자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삼화전자의 경우 지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2017년엔 적자 누적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지기도 했다. 완전자본잠식이란 회사의 모든 자본의 총합이 부채보다 더 커지면서, 회사를 청산해도 투자자들에게 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증시한담] 증권가가 전하는 후일담... “백종원 대표, 그래도 다르긴 합디다”
- ‘혁신 속 혁신’의 저주?… 中 폴더블폰 철수설 나오는 이유는
- [주간코인시황] 美 가상자산 패권 선점… 이더리움 기대되는 이유
- [당신의 생각은] 교통혼잡 1위 롯데월드타워 가는 길 ‘10차로→8차로’ 축소 논란
- 중국이 가져온 1.935㎏ 토양 샘플, 달의 비밀을 밝히다
- “GTX 못지 않은 효과”… 철도개통 수혜보는 구리·남양주
- 李 ‘대권가도’ 최대 위기… 434억 반환시 黨도 존립 기로
- 정부효율부 구인 나선 머스크 “주 80시간 근무에 무보수, 초고지능이어야”
- TSMC, 美 공장 ‘미국인 차별’로 고소 당해… 가동 전부터 파열음
- [절세의神] 판례 바뀌어 ‘경정청구’했더니… 양도세 1.6억 돌려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