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돈봉투 녹취’ 그만 방송하라”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이 지난해 9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모습./뉴스1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민주당 돈봉투’ 사건을 언급한 자신의 녹취 파일에 대해 JTBC를 상대로 방송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서부지법은 이 전 부총장이 ‘이정근 녹음파일을 방송에서 사용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취지의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지난 2일 접수했다고 4일 밝혔다. 이미 온라인에 게재된 기사와 영상 역시 방송금지 대상에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부총장은 2019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원 등에게 청탁해 정부 지원금 배정, 마스크 사업 인허가 등을 알선해 준다며 사업가 박씨로부터 수회에 걸쳐 9억4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2020년 2~4월까지 21대 총선 비용으로 수회에 걸쳐 박씨로부터 3억3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도 있다.

이번 수사는 사업가로부터 10억원대 뒷돈을 받은 혐의로 1심 유죄판결을 받은 이 전 부총장의 휴대전화 포렌식 과정에서 발견된 녹취록이 발단이 됐다. 녹취록에 나오는 돈 전달 정황은 구체적이다. ‘봉투 10개 준비됐으니 윤 의원에게 전달해 달라’ ‘형님, 기왕 하는 김에 우리도 주세요’ ‘다섯 명이 빠졌더라고. 빨리 회관 돌아다니면서 처리’ ‘전달했다’ 등이다. 돈 전달 경로와 관련해 ‘송(영길) 있을 때 같이 얘기했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고 한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이 사업가 박씨에게 말한 녹취록을 증거로 제시했는데, 해당 내용은 JTBC를 통해 보도된바 있다. 그러자 이 전 부총장 측은 지난달 28일 돈 봉투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 소속 검사를 공무상비밀누설죄, JTBC 보도국장과 기자들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서울경찰청에 고소했다.

이 전 부총장 측 법률 대리인은 “JTBC가 녹음 파일을 불법적인 방법으로 취득한만큼 사용 행위 자체가 범죄”라며 “이 전 부총장의 목소리를 본인의 동의도 받지 않고 방송해 음성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또 “녹음 파일이 보도됨으로써 이 전 부총장에 대한 비난 여론이 가중되는 등 가처분 결정을 구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된 녹음파일은 검찰에서 제공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고, JTBC 측도 검찰을 통해 자료를 확보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