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治水는 이념 아닌 과학…文정부 보 해체 성급하고 무책임"

홍혜진 기자(honghong@mk.co.kr) 2023. 5. 4. 16:1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가 중장기 물관리 대책 수립 한화진 환경부 장관
'4대강 보' 국가 핵심인프라
담수 용량 무려 6억3천만톤
이념에 가려진 순기능 살려
가뭄 대응책으로 적극 활용
4대강 본류와 떨어진 지역도
관로 구축 땐 용수 공급 가능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서울 동작대교 남단에 위치한 한강홍수통제소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1층 로비 벽에 걸린 한반도 지도 조형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나라의 기본인 물 관리에는 이념보다 과학이 우선시돼야 한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정부 치수(治水) 정책 기본 틀을 이같이 요약했다. 정부는 최근 4대강 16개 보를 물 저장고로 최대한 활용하는 중장기 가뭄 대책을 내놨다.

광주·전남 지역이 재난에 가까운 가뭄으로 주민 식수원과 인근 산업단지 공업용수가 말라붙어가는 상황에서 나온 방안이다. 핵심은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해체를 추진한 4대강 보를 되살려 '물그릇'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전 정부가 4대강 보 해체를 결정하고 보에 고인 물을 흘려보내는 바람에 가뭄 피해가 더 심각해졌다는 지적이 일면서 4대강 보를 국가 물 관리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한 장관은 "4대강 보는 비가 오지 않을 때도 안정적으로 물을 저장하는 물그릇으로 가뭄 대응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가 보 해체를 결정한 것은 국가 자산 낭비이자 정부 책무에 대한 방기"라고 지적했다.

대규모 국가시설을 해체하는 결정은 심각한 노후화나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만 이뤄진다. 그런데 지어진 지 10년밖에 안 됐고 안전성에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조사된 4대강 보 해체를 밀어붙인 것은 정치적 논리가 개입된 결과라는 주장이다. 한 장관은 "보 활용에 대한 지역 주민 요구도 많은 만큼 4대강 보를 지역 민생에 기여할 수 있는 자원으로 제대로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가뭄을 해결하기 위해 '4대강 보 활용'을 제시했는데.

▷가뭄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물을 미리 확보해두는 것이다. 현재 4대강 보로 확보 가능한 물 용량은 6억3000만t에 달한다. 이 물은 각지로 공급돼 생활·공업용수와 농업용수로 사용되고 있다. 이번에 내놓은 가뭄 대책 핵심은 이 시설을 물 저장고이자 공급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국가 중요 물 인프라스트럭처인 보를 제 기능에 맞게 운영하겠다는 의미다. 취임 때부터 4대강 보는 보답게 과학적으로 쓰겠다고 말씀드려 왔다. 보 수위 상승을 요구하는 지역 주민들 민원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전 정부는 4대강 재자연화를 천명해 보 해체·개방을 결정했는데.

▷보 해체를 추진하면서 보가 물그릇으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이 크다. 보는 물 보관 시설로서 국가의 중요 인프라 중 하나다. 대규모 국가시설을 해체하는 것은 시설 노후 등으로 인해 잔존 가치가 없거나 안전성에 문제가 있을 때다. 4대강 보는 지어진 지 10년밖에 안 됐고, 안전성에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가뭄에도 물그릇으로 유용성이 높은 시설임이 확인됐다. 지난 정부에서 보 해체를 결정한 것은 지나치게 성급하고 무책임한, 무리한 결정이었다. 이념에 가렸던 보의 순기능을 과학적으로 평가해 보의 활용도를 높이겠다.

―가뭄 지역과 4대강 본류는 멀리 떨어져 있고 수문을 닫으면 녹조만 발생할 것이라는 환경단체 반발이 있는데.

▷보와 거리가 떨어져 있는 지역은 관로 같은 시설을 구축하면 충분히 용수를 공급할 수 있다. 현재 팔당댐 물을 관로를 통해 54㎞ 떨어진 고양시까지 공급하고 있다. 백제보에도 가뭄 때 22㎞ 떨어진 보령댐과 28㎞ 떨어진 예당저수지에 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관로가 설치돼 있다. 녹조 발생 요인으로는 오염원 유입이나 수온, 일조량 등 기상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녹조가 발생할 때는 물 공급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보를 개방해 녹조를 저감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 낙동강은 보 설치 이전에 가뭄 시 하천 수위 저하에 따라 물을 쓰는 데 제약이 발생해 댐 방류량을 늘려달라는 요청이 다수 있었지만 보가 설치된 이후에는 그런 민원이 크게 감소했다.

―여수·광양산단 정비 시기를 사상 최초로 앞당기기도 했는데.

▷올해 광주·전남 지역은 1974년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최장 기간의 가뭄 일수를 기록하는 등 이례적으로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 그래서 올해 처음으로 공장 조기 정비를 실시하게 됐다. 여수·광양산단 내 9개 회사가 하반기로 예정됐던 공장 정비 시기를 상반기로 조정하는 조기 정비에 참여해 올 1월부터 3월까지 공업용수 총 128만3000t을 절감했다.

―가뭄과 홍수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해결책은.

▷기존의 댐·보 등 수자원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확보된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댐 간 연계 시설을 설치하고 물 공급 체계를 조정하고 있다. 새로운 수자원 발굴도 중요하다. 해수담수화, 지하수 저류댐 설치, 지하수 공공관정 신설을 통해 적극적으로 수자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비상시 물 공급 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발전용 댐의 물을 생활·공업용수로 전환해 사용하는 등 시급한 곳에 물을 먼저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홍수에는 충분한 대피 시간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신속한 예보 체계와 홍수 방어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을 통한 홍수 예보 시범사업을 실시해 내년부터는 전국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5월부터 도림천을 대상으로 시범운영을 시작한다. 기존에 예보관이 하던 예보는 3시간 전에 이뤄지는데, AI 홍수 예보를 하면 이보다 3시간 더 빠른 6시간 전에 예보해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다.

―탄소배출량 감축이 화두다.

▷탄소중립은 재생에너지 100% 사용(RE 100),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형태로 무역장벽화되고 있어 수출 주도 성장을 이룩해온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에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이런 국제적 흐름 속에서 저탄소 경제 구조로 전환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고 우리 미래 세대의 먹거리를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한화진 장관

△1959년 대전 출생 △1981년 고려대 화학과 △1983년 고려대 이과대학원 물리화학 석사 △1988년 미국 UCLA 화학 박사 △1993년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원 △2009년 대통령실 환경비서관 △2010년 한국환경연구원 부원장 △2011년 원자력안전위원회 비상임위원 △2014년 국무조정실 녹색성장위원회 위원 △2016년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소장 △2022년 5월~ 제20대 환경부 장관

[홍혜진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