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 진짜 이렇게 돈에 집착하나요?" 칸 시리즈 최초 수상 '몸값' 그 후

양승준 2023. 5. 4.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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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테이블엔 야자수 모양을 한 약 50cm 높이의 흰색 트로피가 놓여 있었다.

'몸값'의 대본을 함께 쓴 전 감독과 최 작가, 곽재민 작가는 한국에 하나뿐인 이 트로피를 나중에 모조품으로 두 개를 더 만들어 하나씩 소장할지를 고민 중이다.

전 감독은 "'왜 이렇게 작품 속 인물들이 돈에 집착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실제 한국 사람들도 그러냐며 한국 사회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고 현지 반응을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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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 첫 수상... 각본상 주역 전우성 감독, 곽재민·최병윤 작가
"사람 몸에 가격 매기는 '악독한' 자본주의 붕괴 보여주고파"
한국 드라마 최초로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에 수상(각본상)을 이끈 '몸값'의 주역 최병윤(왼쪽부터) 작가, 전우성 감독, 곽재민 작가. 4일 서울 종로구 소재 한 카페에서 만난 세 사람은 "상 받은 걸 잊고 계속 작업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티빙 제공

인터뷰 테이블엔 야자수 모양을 한 약 50cm 높이의 흰색 트로피가 놓여 있었다. 전우성 감독이 티빙 드라마 '몸값'으로 지난달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6회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이하 칸 시리즈)에서 각본상을 받고 손에 쥔 트로피다. 칸 시리즈에서 한국 드라마의 수상은 이번이 처음. 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전 감독은 "전혀 예상하지 못해 호명되는 순간 심장이 너무 쿵쾅거리더라"며 "진선규 등 배우들은 난리가 났다"며 웃었다. 각본에 참여한 최병윤 작가 겸 배우는 "그때 한국에 있었는데 아침부터 카톡이 쏟아져 놀랐고 (수상이) 전혀 믿기지 않았다"며 "하루 종일 '뭐지?' 하면서 놀라기만 했다"고 수상 당시를 떠올렸다. '몸값'의 대본을 함께 쓴 전 감독과 최 작가, 곽재민 작가는 한국에 하나뿐인 이 트로피를 나중에 모조품으로 두 개를 더 만들어 하나씩 소장할지를 고민 중이다.

지난달 프랑스 칸에서 열린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에 각본상을 수상한 '몸값'. 티빙 제공

지난해 가을 공개된 '몸값'은 성매매와 장기매매가 동시에 벌어지는 낡은 건물에서 지진이 일어난 뒤 그 안에 갇힌 사람들의 광기와 탐욕을 보여준다. 지난달 16일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몸값'이 처음으로 상영되자 2,300여 명의 관객은 3분 동안 기립박수로 호응했다. 전 감독은 "'왜 이렇게 작품 속 인물들이 돈에 집착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실제 한국 사람들도 그러냐며 한국 사회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고 현지 반응을 들려줬다.

전우성(왼쪽) 감독이 지난달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6회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에서 받은 각본상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 티빙 제공

이 드라마는 2015년 공개된 14분 분량의 동명 단편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전 감독과 두 작가는 2021년 가을부터 인터넷으로 대본을 공유하며 '몸값'에 살을 붙였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각본의 비결은 끈끈한 팀워크. 곽 작가는 "한 글자도 못 적고 하루 종일 얘기만 나눈 날도 많다"고 했다. 2013년 단편영화 출연을 계기로 전 감독과 친분을 이어 온 최 작가는 장기매매를 하는 건달을 직접 연기하며 입에 착착 붙는 대사를 썼다. 이런 과정을 거쳐 드라마는 지진 설정과 어두운 미래, 즉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더해 6부작으로 제작됐다. 전 감독은 "사람의 몸에 어떤 방식으로든 가격을 매기는 것 자체가 '악독한' 자본주의"라며 "그런 악독한 자본주의가 무너지는 걸 지진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들려줬다. 곽 작가는 "병든 아버지의 수술을 위해 장기매매 시장에 뛰어든 극렬(장률)이 계속 '책임질 거죠?'란 말을 반복한다"며 "이를 통해 (사회적) 책임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했다.

안팎으로 주목받은 '몸값' 시즌2 제작은 미정. 하지만 세 사람은 "제작된다면 새로운 지옥과 무너진 건물 밖 세상으로 주인공들이 나와 액션을 선보이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몸값'을 인연으로 전 감독과 곽 작가는 새 콘텐츠 회사 '잇치(ITCH)'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다. 곽 작가는 "요즘 관심 있는 소재는 우리 세대가 싸워 나가야 할 적인 확증편향"이라며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를 계속 쓰고 싶다"고 말했다. 최 작가는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목표를 들려줬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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