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노키즈존’?…기자회견장 찾은 두 살 꼬마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오늘(4일), 국회 소통관을 찾은 꼬마 손님이 있었습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의 23개월 된 아들, 단입니다. 2021년 5월 8일에 태어났다고 하니, 두 돌을 며칠 앞두고 있네요.
단이는 장난감 자동차를 들고 기자회견 내내 엄마 옆에 꼭 붙어 있었습니다. 고사리손으로 마이크를 움켜잡기도 하고, 칭얼대며 엄마 손을 잡아끌기도 했는데요. 단이와 함께 조금 특별한 기자회견을 마친 용 의원은 "땀이 너무 난다. 아이와 함께하는 일상은 쉽지 않다"며 웃음을 지었습니다.
[현장영상] 용혜인 “노키즈존 없애나가자”…두 살 아들과 함께 기자회견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67850
■ "공공시설부터 '노 키즈 존' 근절해야"…'어린이 시설' 확충 촉구
용 의원이 오늘 두 살 아들과 함께 국회를 찾은 건 '아이와 함께하는 일상'이 좀 더 자연스럽고 당연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였습니다. 어린이들이 마음 놓고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 더 많아져야 한다는 겁니다.
용 의원은 이른바 '노 키즈 존'(NO KIDS ZONE)이 아닌 '퍼스트 키즈 존'(FIRST KIDS ZONE)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지금은 공공시설인 국립중앙도서관마저도 초등학생 이하는 아예 출입할 수 없고, 일부 구립·시립도서관 등 여러 시설이 어린이 방문자를 차단하고 있는데요.
공공시설부터 '노 키즈 존'을 근절하고, 공공놀이터를 비롯한 다양한 어린이 여가 시설을 확충할 수 있도록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촉구하겠다고 했습니다.
용 의원은 또, 한국판 ‘어린이 패스트트랙 제도’를 도입하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최근 일본에서는 저출생 문제의 해법으로 어린이 동반 가족과 임산부가 박물관·미술관·공원 등에 줄 서지 않고 입장시키는 제도를 추진하기로 했는데요. 용 의원도 남은 임기 동안 국내 입법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 2년 전에도 국회 찾았지만…'아이동반법'은 여전히 계류 중
사실 용 의원이 아이와 함께 등원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년 전에도, 생후 두 달 된 아들과 함께 이곳 소통관을 찾았었죠.
당시 용 의원은 '수유가 필요한 24개월 이하 영아인 자녀'와 국회 회의장에 함께 출입할 수 있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 이른바 '아이동반법'을 발의했습니다.
현행법상 상임위원회 회의장이나 본회의장 등 국회 회의장엔 아이가 들어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연관 기사] [여심야심] 용혜인, 생후 두 달 된 아들과 국회로…“육아환경 조성”vs“정치 퍼포먼스”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25534
하지만 이 법은 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상임위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국회 운영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검토 보고서에서 "국회가 모성권 보장을 통한 삶의 질 향상과 양육 친화적인 사회환경을 조성하는 데 적극 동참하는 상징적 의미를 가짐과 동시에 일·가정 양립 문화를 확산한다는 점에서 개정안의 입법 취지는 타당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영아의 심리적‧정서적 안정감 등 건강 증진에 대한 고려와 함께 회의장 내 질서유지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적정한 자녀의 연령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20대 국회에서 신보라 의원이 국회의장에게 아이 동반 출입을 요청했지만, 의원들의 의안 심의권이 방해될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거절당한 사례도 언급됐습니다.
■ "국회부터 '예스 키즈 존'으로"…'가족 친화 의회' 실현될까?
해외 사례를 한번 볼까요? '가족 친화적인 의회'를 표방하고 있는 유럽의회와 호주의회, 뉴질랜드 국회 등의 경우 의원을 동반하는 영아의 경우 회의장을 출입할 수 있습니다.
미국 상원은 2018년 4월, 출생 후 1년 미만의 영아의 경우 의원과 동반해 본회의장에 출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하기도 했습니다.
용 의원은 "2년 전, 이 자리에 제 아이와 함께 섰던 순간이 떠오른다"며 "하지만 2년이 지났지만 국회에서도, 국회 밖에서도 아이와 함께하는 일은 어렵기만 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0.78명이라는 세계 최하위의 출생률을 극복하려면 양육자와 어린이를 거부하는 사회부터 바꿔야 한다. 인구위기를 극복하려면 어린이를 돌보는 일이 개별 양육자의 몫이 아닌 사회 전체의 책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이랑 같이 있으면 당연히 시끄럽고, 아이는 울고 뛰어다닙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부모와 함께 상호소통을 하면서 무엇을 하면 안 되고, 무엇은 해도 되는 행동인지를 사회적으로 배워나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조금 시끄럽고 번거롭게 느껴진다고 해서 그 아이들을 다 보이지 않는 곳으로 치워버리면 이 아이들은 어디서 사회화가 되고 어디서 예절이라는 걸 배우겠어요. 아이는 원래 그렇게 크는 거고 우리 모두 다 그렇게 커왔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 용혜인 의원
내일 만큼은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는 용 의원. 어린이날 단 하루만이 아니라, 나머지 364일 역시 어린이가 환대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전했습니다.
(인포그래픽: 김서린)
최유경 기자 (6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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