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그냥 들어가세요"…순천 선암사 61년 만에 무료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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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무료입장입니다. 그냥 들어가시면 됩니다."
국가문화재관람료를 없앤 개정 문화재보호법이 시행에 들어간 4일 오후 전남 순천시 태고총림 조계산 선암사.
문화재 관람료를 없애기로 한 전국 65개 사찰 중 전남에는 선암사를 비롯해 장성 백양사, 구례 화엄사, 순천 송광사, 해남 대흥사 등 13곳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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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오늘부터 무료입장입니다. 그냥 들어가시면 됩니다."
국가문화재관람료를 없앤 개정 문화재보호법이 시행에 들어간 4일 오후 전남 순천시 태고총림 조계산 선암사.
추적추적 봄비가 내리는 평일 낮에도 고찰을 찾아온 사람들의 발걸음이 드문드문 이어졌다.
선암사 초입에 서 있는 매표소 건물 유리창에는 '무료입장' 네 글자를 손으로 적은 안내문이 이날 아침부터 나붙었다.
입장료 내는 것이 습관이 된 일부 방문객은 매표소 창구 앞에서 잠시 주춤하며 호주머니나 가방에 넣었던 손을 다시 빼기도 했다.
서울에서 어머니와 전남 지역 사찰 여행을 왔다는 박하련(44)씨는 "입장료를 내려고 지갑을 꺼냈는데 무료입장이라고 해서 뭔가 당첨되기라도 한 듯 기분이 좋았다"며 사찰 문화재 관람료 전면 폐지 첫날의 기분을 전했다.
울산에서 자녀들과 함께 온 여성 김모씨(64)는 "35년 전 직장 워크숍으로 선암사에 왔는데, 그때는 관람료가 있었다"며 "국가문화재가 있는 사찰이라면 방문객이 더 자주 오도록 무료로 개방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선암사는 무료입장 전환을 두고 조계종과 태고종 간 이견이 불거졌다고 알려졌으나, 오랜 관행을 버리기로 뜻을 모으면서 변화의 첫날에 별다른 혼선이 빚어지지 않았다.
태고종 소속인 선암사 총무국장 원일 스님은 "지난주 화요일 내부 회의를 거쳐 전면 무료입장을 결정했다"며 "소중한 문화유산을 국민에게 공개하자는 취지에 공감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무료 개방을 통해 정부로부터 받는 보조금에 대해서는 논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바랐다.
온갖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었던 이른바 '사찰 입장료'는 1962년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되면서 같은 해부터 국가지정문화재 관람료 명목으로 징수가 시작됐다.
이후 문화재 관람료는 1967년 도입된 국립공원 입장료와 1970년부터 통합 징수됐다.
국립공원 입장료는 2017년 폐지됐으나, 전국 각지 사찰이 고수한 문화재 관람료는 이날 61년 만에 폐지됐다.
문화재 관람료를 없애기로 한 전국 65개 사찰 중 전남에는 선암사를 비롯해 장성 백양사, 구례 화엄사, 순천 송광사, 해남 대흥사 등 13곳이 있다.
da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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