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외교·안보' 총공세 나선 野 "탈냉전 후 최대 위기…호갱 자처 "
더불어민주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을 앞두고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 정책 비판 총공세에 나섰다. 한미정상회담 평가를 통해 국익과 실용 외교를 위한 해법 촉구하는 한편 국방안보특별위원회(국방안보특위)를 출범시켰다.
민주당은 4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여의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 1차 회의를 열고 한미정상회담 평가와 민주당의 역할에 대해 논의했다. 회의엔 이재명 대표를 비롯해 윤호중 자문회의 의장, 이재정 부의장,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지난 30년간 세계를 지배했던 다자협력, 국제협력이 붕괴되면서 지정학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국익을 지키고 한반도 평화를 공고하게 다져나갈 시기"라고 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친구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적 외교안보정책으로 일관하고 한반도를 진영대결의 한복판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일본과 미국에 알아서 접어주는 호갱 외교를 자처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중국·러시아와의 관계가 사실상 북방외교 이전으로 회기 중"이라며 "탈냉전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이 대표는 "반도체와 자동차 기업을 위한 실질적인 도움을 이끌지 못했고 우크라이나와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큰 불신을 남기고 말았다"며 "정부·여당이 공헌했던 핵 공유 문제도 소리만 요란한 빈 껍데기가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외교·안보의 실패는 국가의 존망과 직결되는 문제기에 외교·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며 "(정부가) 국익 중심의 유능한 실용 외교에 전념한다면 전폭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자문회의 의장인 윤호중 의원도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형식과 의전만으로 본다면 정말 아름답기 그지없는 3단 콤보 웨딩케이크 같지만 속은 텅 비었다"며 "정작 그 내용을 채워야 할 정상회담서 외교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윤 의원은 "윤 대통령이 해외 순방 때마다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며 "국민 생명과 안전이 걸린 외교 사안인 만큼 민주당 외교안보통일자문위는 윤 정부 외교안보통일 정책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자문위원을 맡은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국익 수호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며 "정부가 하지 못한 일이라고 해서 (민주당이)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적절한 시기에 대표단을 구성해 미국을 방문해 미국 행정당국과 의회 지도자를 만나서 설득하고 한국 경제가 어떤 타격을 받는지 설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비판의 수위를 한 층 높였다. 김 전 원장은 "모든 외교 자산을 투입해 핵 공유 또는 그에 버금가는 확장억제 받아오겠다는 설계 자체가 잘못됐다"며 "미국의 입장을 잘못 읽고 동맹지상주의를 가진 보수 정부가 자기모순에 빠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일관된 이념과 진영편향 외교가 반복되고 있다. 외교가 아니라 전쟁을 하고 있다"며 "자유, 인권, 민주주의로 대표되는 가치 외교는 추구해야 하지만 외교무대에서 진영을 가르고 적대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수단으로 사용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를 마치고 나온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회의에서)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한 여러 문제점을 계속 논의했다"며 "대안을 민주당에서 많이 제시하라는 요구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시각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국방안보특위 출범식이 열렸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출범식에 참석해 "최근 우리 국민들이 불안하게 느끼는 안보에 뭔가 틈이 보이고 있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김병주 의원이 '대통령실을 다른 나라 군부대 옆에 둔다는 것은 안방을 훤히 열어놓고 다 들여다보라 하는 것과 다른 게 없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며 "위험천만한 상황을 우리 스스로가 만들었다는 것에 대해 정말로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했다. 이어 "안보가 지향하는 가치는 평화고 최종적으로 국민의 안전이다"며 "이 부분에 대한 우리 당 인식은 너무나 분명하고 확고하다. 앞으로 특별위원회에서 정부의 취약한 안보 정책 전략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역량을 분명히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국방안보특위는 당규 제5호 65조에 따라 국가의 안보 문제에 관한 조사·연구 및 정책의 수립에 관한 사항을 관장한다. 국방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은 김병주 의원과 4성 장군 출신 이철휘, 황인권이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김병주 의원은 "외교·안보·국방 문제는 잘못되면 국가 존망과 직결되는 문제다"라며 "윤석열 정부 들어와서 한반도는 더 긴장이 높아져 전쟁의 먹구름이 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러시아와 적대시돼가며 동북아 지형이 아주 위기로 치닫고 있다"며 "민주당은 이런 정부를 견제하고 대안을 제시해 국방과 안보를 튼튼히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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