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빨리 자라 병 달고 사는 ‘프랑켄치킨’, 영국 정부 법정 세우다
동물복지단체 “농장동물 복지규정 어긋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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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동물복지단체가 빨리 자라는 개량 품종 닭의 사육을 규제하라며 정부를 법정에 세웠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 등 외신을 보면, 3일(현지시각) 동물복지단체 ‘영국 휴메인 리그’(THL·The Humane League)가 ‘프랑켄치킨’의 사육을 허용하는 것은 농장동물복지법에 어긋난다며 환경식품농무부(DEFRA)를 고발한 사건의 공판이 영국 고등법원에서 열렸다.
프랑켄치킨은 더 빨리 더 많은 고기를 얻기 위해 개량한 육계 품종을 일컫는 조어다. 세계적인 육종회사인 ‘아비아젠’(Aviagen)이 개발한 ‘로스’와 코브-반트레스(Cobb-Vantress)의 ‘코브’가 대표적이다. 로스는 육용 종계 중에서는 전세계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품종이며 국내에서도 로스를 종계로 보급하고 있는 기업이 46%(2009년)에 달한다.
영국 내에서 매해 도살되는 10억 마리의 육계 중 90%가 이렇게 빨리 자라는 품종으로, 35일 만에 몸무게 2.2㎏까지 늘어난다. 이런 성장 속도는 50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12주나 빨라진 것이다. 빠른 성장은 닭들에게 여러 질병을 일으키는데, 뼈가 성장하기 전 빨리 불어난 몸무게 탓에 다리가 기형이 되거나 각종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며 장기 부전, 심장 마비 등 심각한 질환을 앓게 된다.
이날 재판에 출석한 영국 휴메인 리그 션 기퍼드 활동가는 “이 닭들은 유전자에 고통을 품고 있다. 보통 닭보다 4배나 빨리 성장하고 그 무게로 인해 몸이 무너져 내린다. 농장에서 사육되는 닭의 최대 30%는 축사 바닥에 쓰러져 분변과 오줌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인디펜던트에 말했다. 그러면서 “상업적으로 이용 가능하면서 더 느리게 성장하고 복지 수준이 높은 품종도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 육용 닭의 100%가 느리게 성장하는 품종들”이라고 강조했다.
단체는 이런 사육관행이 영국 농장동물복지법(Welfare of Farmed Animals Regulations 2007)에 어긋난다며 이를 관리·감독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환경식품농무부 테리즈 코피 장관을 고발했다. 영국 농장동물복지법은 ‘유전자형 또는 표현형에 근거해 동물의 건강이나 복지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지 않고 사육이 가능하다고 예상될 때에만 동물을 사육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단체의 변호인은 “이 분야의 가장 광범위한 분석을 가지고 있는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RSPCA) 보고서에도 빠르게 성장하는 품종은 건강과 복지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지 않고서는 사육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환경식품농무부는 “농장동물복지규정에는 특정 품종의 닭 사육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다. 게다가 정부의 복지 자문관들이 평가한 결과, 빠르게 성장하는 닭 품종이 그들의 복지를 해치는 유전자 구성을 가지고 있다는 과학적 합의가 없다”고 항변했다.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법원의 바깥에서는 활동가들이 ‘닭을 위한 정의’를 외치는 집회가 벌어졌다. 공판은 목요일까지 진행된다.
영국과 유럽에서 프랑켄치킨의 복지 문제는 지속적으로 거론됐다. 때문에 케이에프시(KFC), 막스 앤 스펜서, 프리미어 푸즈 등의 소매업체는 이 품종의 닭 판매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약속했다.
성장이 빠른 닭 품종의 개발은 세계적인 추세로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강혜진 전문연구위원은 “국내 육계의 동물복지를 평가한 자료는 찾아보기 힘들다. 전세계적으로 육종의 방향은 동물의 복지나 건강을 챙기기보다 생산성을 높이는 것에 집중되어 있다”고 말했다.
국립축산과학원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연간 닭고기 소비량은 2020년 기준 15.77㎏로 2017년 대비 1.2㎏ 증가했다. 소비 선호도가 낮았던 닭가슴살 또한 건강식 트렌드와 맞물려 시장 규모가 2020년 3100억원에서 지난해 4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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