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얼굴마담? 피해자 코스프레?"…임창정, 주가조작세력 행사·골프장 계약 동행·동업 모든 전말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가수 겸 배우 임창정의 주가 조작 세력 연루 의혹으로 벌써 일주일 넘게 온라인이 떠들썩하다.
요약하자면 4월 25일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이후 대규모 주가 조작 세력으로 의심되는 일당 10명이 붙잡혔는데, 임창정이 이들의 수장인 라덕연이 주최한 행사에 2차례 참석해 멘트를 하거나 노래를 부르며 투자를 권유하고, 라덕연 일당의 해외 골프장 계약 관련 미국과 일본 출장에 동행하고, 동업을 하는 등 밀접한 관게를 맺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임창정은 투자를 권유하거나, 골프장 계약에 관여한 적은 없으며 자신도 피해자라고 호소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체 임창정과 라덕연은 무슨 관계인걸까. 임창정은 라덕연의 공범이었을까, 아니면 얼굴마담으로 이용당한 피해자였을까.
▶ 임창정은 정말 라덕연의 실체를 몰랐나?
일단 첫 만남 당시 임창정이 라덕연 일당의 비즈니스 구조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임창정은 라덕연 일당이 주식 관련 사업으로 돈을 벌어들였다는 것은 알지 못했고, 엔터 비즈니스 사업에 뛰어든 투자자로 인식하고 라덕연 일당의 손을 잡았다.
임창정이 라덕연을 만나게 된 것은 지난해 10월 9일이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위해 투자라를 구하던 임창정은 친한 선배 A씨로부터 '사업을 크게 하고 있는 젊은 친구들이 있는데 만나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고 골프 모임을 갖기로 했다. 그러나 우천으로 골프는 취소됐고 간단히 식사만 한 뒤 헤어졌다. 그리고 10월 22일 임창정은 라덕연과 골프 라운딩을 하며 두 번째 만남을 가졌다. 라덕연은 자신들이 여러가지 사업을 하고 있고, 케이블 채널 방송국도 갖고 있다고 말했고 프로골퍼 출신인 안 모씨가 임창정을 너무 보고 싶어한다며 골프 모임을 갖자고 했다. 그렇게 11월 라덕연과의 3번째 만남이 성사됐다. 안씨까지 동행한 자리에서 라덕연은 방송국 브랜딩을 위해 본격적으로 프로그램 제작 등을 할 생각인데 임창정의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며 투자를 제안했다. 당시만 해도 임창정은 라덕연에 대한 신뢰가 없었던 터라 의구심을 드러냈다. 그러자 라덕연은 그 자리에서 갑자기 계좌를 알려달라고 하더니 25억원을 입금했다. 깜짝 놀란 임창정은 예스아이엠엔터테인먼트(이하 예스아이엠) 신영록 대표와 상의했고, 이틀 만에 라덕연에게 그대로 25억원 전액을 돌려줬다. 라덕연은 그렇게 자신의 자금력을 보여주며 투자 의향을 적극 어필했다. 투자가가 필요했던 임창정에게는 매력적인 인물이었음이 틀림없었다.
이에 임창정은 지난해 12월 1일 라덕연 일당이 보유하고 있다는 선주문 어플 회사 얍 사무실에서 첫 공식 비즈니스 미팅을 했다. 이 자리에는 임창정과 신 대표 등이 참석했다. 그리고 12월 8일 얍 컴퍼니에서 두 번째 미팅을 갖고 라덕연 측이 임창정이 보유한 예스아이엠 구주를 50억원어치 사는 방식으로 투자를 하고, 어떤 콘텐츠를 만들고 어떻게 아이돌 그룹을 육성할 것인지 등 앞으로의 사업 협력 계획에 대해 논의했다.
▶ 2번의 행사, 2번의 골프장 동행은 왜했나
임창정의 피해 호소와 적극적인 해명이 먹히지 않는 이유가 있다. 바로 임창정이 라덕연 일당이 주최한 행사에 2차례 참석하고 해외 골프장 계약 관련 출장에 동행한 것이 알려지면서 '저렇게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데도 주가조작 사실을 몰랐다는 게 말이 되냐'는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물론 임창정이 행사에 참석한 것도, 해외 출장에 동행한 것도 모두 사실이다. 하지만 그 배경이 알려진 사실과는 조금 다르다.
우선 '조조파티'의 경우를 보자. 라덕연은 얍 컴퍼니에서 첫 비즈니스 미팅을 한 뒤 '송년회 겸 회식자리가 있는데 가족들도 함께 하는 자리이니 오셔서 식사하고 가세요'라고 말했다. 성공적으로 미팅을 마친 후였기 때문에 임창정은 아내 서하얀과 함께 12월 2일 가벼운 마음으로 자리에 참석했다. 그런데 이 자리는 단순 송년회나 회식 자리가 아니라 라덕연 일당이 운영하는 자산이 1조원을 돌파한 것을 자축하는 자리였다. 라덕연은 추첨을 통해 샤넬 가방 등 명품 선물을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이벤트를 열었고, 임창정에게도 추첨을 한 번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렇게 마이크를 잡은 임창정은 '무슨 자리인지 모르고 왔지만 운영 자산이 1조원을 돌파했다고 하니 너무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나도 라덕연과 엔터 사업 열심히 해서 글로벌로 성공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 보겠다'고 했다.
이후 임창정은 12월 20일 VVIP 골프 자선행사에 초청받았다. 이 자리는 라덕연과 수년간 투자를 하며 수익을 냈던 VVIP 대상 행사였다. 그런데 임창정이 '저 XX 종교야. 12월 말까지 번 모든 돈을 쟤(라덕연)한테 다 줘. 내 돈 못 불리면 해산시킬거야'라고 말했던 게 문제가 됐다. 임창정이 투자를 권유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속사정이 달랐다. 이미 12월 8일 진행된 두 번째 미팅 자리에서 구주 인수 방식으로 투자를 받기로 확정했던 만큼, 주식 판매대금 50억원을 자신이 벌 돈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행사 다음날인 12월 21일 임창정은 라덕연으로부터 50억원을 받았다.
골프장 계약도 임창정이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없었다. 임창정이 라덕연 일당과 미국과 일본에 있는 골프장을 찾은 것은 지난 3월이다. 그러나 라덕연 일당이 해당 골프장들의 인수 계약을 체결한 것은 2월이었다. 즉 임창정이 골프장에 동행한 것과 라덕연의 골프장 인수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사건이었다. 임창정이 골프장을 찾은 것은 예능 프로그램 촬영 답사 차원이었을 뿐이다.
▶ 피해자 코스프레? 임창정은 왜 라덕연을 믿었나
무엇보다 의심을 지울 수 없는 대목이 있다. 바로 임창정이 너무나 빠른 기간 내에 라덕연을 믿고, 그에게 주식 판매 대금 50억원 중 60%에 해당하는 30억원을 주식 투자금으로 맡겼다는 것이다. 알고 지낸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을, 대체 뭘 믿고 신분증까지 맡기며 금융 계좌 관리를 일임한 걸까. 더욱이 사업을 하고 있는 임창정이 주식이나 비즈니스 사업 구조를 전혀 몰랐을 리도 없을텐데 말이다.
사업적인 측면에서는 클린했다. 라덕연의 주변에는 정치, 사회, 금융업계 유명 인사들이 함께 했다.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사람들과 알고 지냈고, 그 사람들이 라덕연을 칭찬하며 '라덕연을 만난 것은 행운이다, 잘해보라'는 식으로 말을 하다 보니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투자 미팅의 경우도 변호사를 대동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주식 판매 대금 50억원이 들어오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라덕연은 50억원을 입금하면서 자신에게 돈을 맡기면 투자 운용사에 맡겨 자산을 불려주겠다고 제안했다. 투자 계약을 모두 마쳤던 터라 앞으로 라덕연과 사업을 계속 함께 해나갈 거라고 생각한 임창정은 라덕연의 말대로 계좌를 만들어 30억원을 입금했다. 휴대폰에 앱을 깔아주고 실시간으로 자금 운용상황을 모니터링 할 수 있다고 했기 때문에 안심한 구석도 있었다.
물론 신분증 등을 넘긴 건 임창정의 부주의와 무지가 맞다. 하지만 이 부분만큼은 연예인 생활 특성상 생긴 불찰이라 보는 게 타당할 듯 하다. 일반적으로 연예인들이 계약서를 쓸 때는 본인이 직접 자리에 참석해 사인을 하거나 도장을 찍는 경우도 있지만, 모든 자리에 함께하기 어려울 때가 많기 때문에 소속사에 인감, 위임장, 신분증 등을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산 관리 때문에 통장도 소속사에 맡겨 놓는다. 아니면 아예 회사 측에서 아티스트 명의로 통장과 휴대폰을 개설하고 거래 내역을 공유하기도 한다. 30여년간 그런 생활을 해 온 임창정인 만큼 신분증이나 계좌 정보를 넘기는 것이 잘못됐다고 인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어쨌든 이 문제는 금융실명법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법적 책임을 온전히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수익을 봤을 때는 가만히 있다가 손해가 나니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고 피해자라고 코스프레를 한다'는 지적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 라덕연 일당이 설치해준 앱은 세세한 주식 정보는 나오지 않고 계좌 잔액만 나오는 것이었다. 임창정 입장에서는 어떤 종목에 투자를 했고, 어떤 종목에서 얼마나 수익이 났는지까지의 정보는 파악할 수 없었던 것. 라덕연 일당은 이 부분을 악용해 임창정과 상의 없이 레버리지를 일으켜 84억원 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즉 실제 30억원을 넣고 84억원의 수익을 냈던 것이 아니라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했던 것이다. 쉽게 말해 라덕연이 임창정 이름으로 빚을 내서 주식을 샀다는 얘기다. 그런데 갑자기 라덕연이 사들인 종목이 모두 폭락했고, 레버리지를 쓴 사람들은 모두 큰 손해를 봤다. 현재 이 부분에 대해 라덕연은 키움증권 김익래 회장과 기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 선광이 배후라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주장하고 있고 키움증권 측은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하겠다고 맞섰다.
▶ 불법 뒷거래 의혹?
또 하나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임창정과 라덕연의 동업이다. 임창정이 라덕연과 함께 엔터테인먼트 법인을 설립하고 해당 법인에 서하얀과 주가조작단 멤버들이 사내 이사로 등재됐으며 임창정이 먼저 저작인접권으로 투자 금액을 정산하는 방법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수 박혜경이 임창정을 믿고 투자했다 손해를 봤다는 보도도 나와 논란이 가중됐다.
일단 박혜경의 발언은 박혜경 본인까지 나서 '임창정을 믿고 투자했다는 얘기가 아니었다. 전속계약을 하는 조건으로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고 해서 돈을 조금씩 넣었는데 손해를 보게 됐다'고 해명하며 마무리가 되는 분위기다.
남은 문제는 저작인접권인데, 이 과정이 복잡하다. 임창정이 라덕연에게 지분을 넘기며 임창정과 라덕연 측은 예스아이엠 지분을 50%씩 나눠 갖게 됐다. 그리고 임창정은 합의했던 대로 라덕연 측에서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 생각하고 사업을 진행했다. 그런데 추가로 주기로 했던 투자금이 계속 입금되지 않았다. 임창정은 라덕연에게 투자금 지급 지연에 대한 이유를 물었고, 라덕연 측은 예스아이엠 법인에 투자를 하려면 확인해야 할 서류도 많고 상황이 복잡해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이에 임창정은 '이미 일을 시작했으니 투자 방식이 아닌 저작인접권을 사는 방식으로 돈을 달라. 그 돈으로 먼저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 대신 라덕연은 현 예스아이엠에 투자를 하면 검토해야 할 것이 많으니 별도의 법인을 설립하자고 했다. 그래서 라덕연이 7억원, 임창정이 3억원을 출자해 새로운 사업체를 세우고 캐이블 방송사를 갖고 있다는 안 모씨와 제작사 카르텔의 변 모씨가 사내 이사로 들어왔다.
이 과정에서 임창정은 사전에 협의했던대로 라덕연 측 방송사에서 제작하는 콘텐츠에 출연하기로 했다. 골프 예능 1개와 당구 예능 1개를 찍기로 하고 회당 1000만원에 출연계약서까지 작성했다. 그 골프 예능 촬영을 위해 3월 일본과 미국 골프장 답사를 다녀왔고 한국에 돌아와 골프 예능 2회차, 당구 예능 1회차를 촬영했으나 이번 사건으로 제작이 올스톱된 상황이다.
여기까지가 임창정과 라덕연 일당의 잘못된 만남의 전말이다. 임창정은 그의 말대로 정말 무지했다. 제대로 라덕연 일당과 그들의 비즈니스에 대해 확인하지 않았고 높은 수익성과 사업 투자에 혹해 금전적 손해까지 봤다. 다만 라덕연 일당은 투자의 위험성이나 자금 운용 계획 등을 제대로 공지하지 않았고 합의된 투자 계획 또한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식 운용이나 사업체 운영에 무지했던 임창정을 투자자 행사나 직원 이벤트 등에 내세우며 '얼굴마담'으로 이용했을 가능성 또한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어쨌든 결말은 향후 수사를 통해 맺어질 전망이다. 검찰 등은 라덕연을 비롯한 주가조작 의심세력 10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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