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D 반대매매, 살려주세요"…하한가 피해자들 '채권추심 연기' 요청

[주가조작 사태]법무법인 대건, 금융위에 채권추심 유예 및 이자 면제 진정서 제출

금융위원회 전경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43억원 입금하라는데, 추심으로 집 날리게 생겼어요."

차액결제거래(CFD)가 촉발시킨 무더기 하한가 사태로 투자자들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청구서를 받아들고 있다. 증권사가 요구하는 추가 증거금을 납부하지 못하면 채권 추심까지 당하게 된다. 이에 해당 피해자들은 "주가조작 사기로 인해 벌어진 하한가 사태인만큼 채권 추심을 유예해 달라"는 진정서를 금융당국에 제출했다.

4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법무법인 대건은 최근 무더기 하한가를 맞은 8개 종목 투자자들을 대리해 채권 추심 유예 및 금리면제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번 하한가 사태에 따른 손실은 단순 투자 리스크가 아닌 주가조작 범죄로 인한 '피해'라는 것이 투자자들의 호소다. 예측할 수 없는 손실이 발생한 만큼 변제기일을 유예해 주고 해당 기간동안 이자를 일시 면제해 준다면 '개인파산'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고 손실을 해결해나가겠다는 것이다.

대건에 접수된 피해자는 50여명 안팎이며 이들이 추심받는 금액은 10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DB금융투자는 고객에게 "CFD 증거금 비율이 마이너스 927.4%로 입금해야 하는 금액은 43억원"이라고 공지했고, 키움증권 역시 고객에게 "12억원의 추가증거금이 발생했다"고 문자를 보냈다. 증거금을 발생하지 않을 땐 실시간으로 반대매매를 진행할 수 있다고 알렸다.

CFD는 투자자가 기초자산의 직접 보유 없이 진입 시점과 청산 시점의 차액을 결제하는 장외파생계약의 일종이다. 투자자는 증거금을 납부하고 손익만 정산하기 때문에 최대 2.5배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하다. 1주당 10만원짜리 주식 100주를 1000만원이 아닌 400만원으로 매수가 가능한 것이다.

증권사마다 다르지만, 유지증거금은 통상 60% 정도다. 증거금으로 400만원을 냈다면, 유지증거금은 240만원이다. 주가가 40% 하락해서 기본 증거금(400만원)이 유지증거금(240만원) 아래로 떨어지면 추가증거금을 내거나 그러지 못하면 시장가에 청산당한다.

문제는 시장가에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을 때다. 기계적으로 매도해 100만원만 건졌다면 투자자에게는 300만원의 빚이 생긴다. 레버리지를 활용한 탓에 CFD 투자자의 손실은 원금의 100%가 넘어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실제 CFD 계좌 투자자들의 손실은 감당할 수 없이 불어나고 있다.

투자자들의 추심 유예 진정서 접수는 증권업계도 내심 바라는 부분이다. 업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건 CFD 투자자가 손실 정산을 못하고 개인 파산 절차는 밟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최종 손실을 증권사가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가 추심할 수 있는 수준은 한계가 있다"면서 "결국 이번 CFD 손실은 충당금으로 쌓아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일단 잔여 주식을 매도하는 데 주력하면서 위험한 CFD 잔량을 분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esth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