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1년은 '퇴행과 폭주의 시간'…책임 있는 공직자 교체해야"
[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참여연대가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기념해 지난 기간을 '퇴행과 폭주의 1년'으로 평하고 이를 상징하는 주요 14대 사건과 교체해야 할 공직자 8명을 정리해 4일 발표했다.
4일 참여연대는 이 같은 사실을 전하며 "지난 1년 정치, 외교, 사회, 경제 모든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는 퇴행과 폭주의 주요 장면들을 꼽고 이에 책임있는 공직자들의 교체를 촉구하기 위해" 이번 리스트를 정리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지난 1년이 "'공정과 상식'을 국정운영의 기본 원칙으로 내세웠던 취임 일성은 잊혀진 지 오래이고, 민주적 절차의 무시와 정책의 퇴행으로 점철된 시간"이었다며 "권력기관을 넘어 정부 주요 요직에 전문성과 역량이 검증되지 않은 검사들을 집중 배치하면서 견제와 균형을 무너뜨리고 이른바 검사가 통치하는 나라"가 됐다고 지탄했다.
참여연대가 밝힌 교체해야 할 고위 공직자 8인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 △윤희근 경찰청장이다. 이들은 향후 거론할 지난 1년의 퇴행 사건 곳곳에서 크게 거론된 인물들이다.
참여연대가 뽑은 퇴행을 상징하는 14대 사건은 다음과 같다.
퇴행1. 10.29 이태원 참사와 정부의 무책임한 대응
지난해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밀집한 군중에 의해 159명이 희생되는 참사가 일어났다. 시민이 수차례 위험을 알렸으나 경찰과 소방의 대응이 늦어졌고 참사 이후에도 구조와 구급 등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1월 13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윤희근 경찰청장의 '구체적인 주의 의무'가 없어 이들이 책임 질 사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상민 장관의 경우 국회에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으며 현재 헌법재판소가 심리를 진행 중이다.
경찰이 일선 하위 책임자를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하고, 지자체와 정부는 주최자가 없는 행사에서 발생한 일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정부는 참사 원인을 밝히자는 유족의 요청을 묵살했다. 참여연대는 "'10·29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을 제정해 독립적 진상조사 기구를 구성"해야 하며 "진상규명기구의 설치를 위해 국회와 희생자가족대표가 추천하는 인물로 구성된 추천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퇴행2. 대통령실 용산 졸속 이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당선 열흘 만인 작년 3월 20일 청와대의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용산의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의사 결정 과정이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명목으로 이전이 시행됐다. 국방 기능에 구멍이 뚫린다는 등의 우려가 제기됐고 혈세가 낭비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참여연대는 "대통령실 이전과 같은 중요한 국가정책의 결정과 집행은 공론화 과정과 합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해야 하지만 "윤석열 당선인은 대통령직 인수에 필요한 권한만 가진 당선인 신분임에도 대통령실 이전(이와 연쇄되는 국방부와 합참 등의 이전)을 결정하고 집행"해 법리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이러한 의사결정과 집행은 헌법(89조)과 국무회의를 거치도록 한 정부조직법(12조) 위반"이며 직권남용이라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앞으로 수사를 통해 이전의 진실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의사결정과정이 헌법과 정부조직법 등에 따라 적법하게 이루어졌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하며 "특히 국방부, 합참 등 국방군사시설들의 연쇄 이전이 일방적으로 추진되어 부패방지권익위법, 국방시설사업법 등의 위반과 형법상 직권남용 등 불법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이전 비용 추계·편성, 집행과정에서 국가재정법, 국유재산법 등의 위반과 재정 낭비 여부, 관련 건축 공사 등 계약 체결에서도 국가계약법 위반" 사실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하며 "특혜와 예산 낭비 여부, 관련 비용이 2023년 예산에 숨겨지거나 불법 전용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전했다.
참여연대는 이번 이전에 관해 참여연대와 시민 723명 공동으로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 참여연대는 "감사는 물론, 국회의 국정조사, 수사기관의 수사 등을 통해 진상을 밝혀야 하고 그에 따른 법적·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퇴행3. 위법적 시행령으로 검찰 권력 확대와 복원
윤석열 정부 출범 시 검찰 권력이 다시 강해지리라는 예상은 있었다. 문재인 정부와 검찰 간 갈등의 결과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 공화국' 수준이 예상을 넘어섰다는 세간의 평이 많았다.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의 최측근 검사로 알려진 한동훈 검사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해 검찰 조직화의 신호탄을 쐈다. 이어 문재인 정부 당시 개정된 검찰청법의 권한쟁의심판을 작년 6월 27일 헌법재판소에 청구했다. 같은 해 9월 10일에는 검찰 수사권을 결국 개정 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검수원복)'을 시행했다. 지난해 12월 9일 검사 정원을 앞으로 5년간 220명 늘리는 검사정원법 개정안이 입법예고됐다.
참여연대는 윤석열 정부가 "검찰수사 총량을 줄이고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보호와 공소유지를 강화하기 위해 형사부와 공판부를 우대하던 검찰 인사 기조를 폐지하고,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장관의 검사 재직 시기 인연이 있는 특수통 검사 위주로 검찰 인사를 진행"했으며 "문재인 정부에서 설치되었던 검사파견심사위원회를 폐지하고, 실제로 이후 검사의 외부기관 파견을 다시 늘리"는 퇴행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참여연대는 "검찰의 과도한 권한과 오남용 문제제기가 수십 년 간 이어져 왔지만 윤석열 정부 1년간 법무부는 검찰 권력을 과거 수준으로 확대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며 "급기야 입법을 무력화하기 위해 모법 위배 시행령과 권한쟁의 청구"에 이르렀다고 개탄했다.
참여연대는 "검찰 조직 운영에 있어서 직접·특수수사 중시 일변도의 정책을 철회하고, 검찰 외 수사기관인 국가수사본부·공수처 등과 상호 협력하며 사법 통제 및 공소 유지와 사건 관계인 인권 보호 등에 주력"하는 검찰이 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국회는 형사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를 즉각 재가동하여 완전한 수사·기소 분리 달성과 권력기관 간 상호 분립 및 인권 보호를 위한 후속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퇴행4.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로 경찰 장악
윤석열 정부는 한동훈 장관을 통해 검찰을 장악하듯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통해 경찰을 통제했다. 행안부 내 경찰국을 설치하도록 해 작년 7월 27일 이를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이에 경찰들이 정부를 상대로 들고 일어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경찰국 신설에 반발해 총경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 등에 대한 징계가 이어졌다. 초대 국가수사본부장에 검사 출신 정순신 변호사가 임명됐으나 자녀 학폭 논란이 일어났다.
참여연대는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을 폐지해야 한다"며 "국가경찰위원회의 역할을 실질화하여 경찰 권한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고 "국가수사본부의 독립성을 높이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퇴행5. 인사검증 실패 - 정순신 국수본부장 사퇴 파문
각 요직에 검사를 앉히는 윤석열 정부 특유의 인사는 초대 경찰 국가수사본부장에도 검찰 출신을 앉히는 인사로 이어졌다. 그러나 정 변호사는 자녀 학폭 논란으로 임명 하루 만인 지난 2월 25일 자진 사퇴했다. 이에 윤석열 정부의 인사 검증 시스템 자체가 문제라는 여론이 빗발쳤다.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실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인사 검증 업무를 분담한다고 밝혔다. 다만 둘 사이의 업무 조율 내역, 구체적인 인사 검증 절차와 기준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 자리에도 검사 출신들이 포진했다. 복두규 인사기획관, 이원모 인사비서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모두 검사 출신이다.
인사 난맥이 지속되자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실 민정수식비서실을 없앤 후유증이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정치권의 비판이 나왔다.
참여연대는 "계속되는 인사검증 실패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사과하고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을 폐지"해야 한다며 "동시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국가정보원의 신원조사 등으로 구성되는 인사검증시스템과 인사검증라인의 대대적인 쇄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퇴행6. 수사 공정성 논란과 입막음소송 남발
어느 정부에서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수사 공정성은 논란이 된다. 다만 윤석열 정부의 경우 1년이 지났음에도 유난히 논란이 잦았다. 지난 1년간 여야 간 논란의 도마에 오른 수사 공정성 논란 사건은 다음과 같다.
작년 6월 17일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당시 서해 피살 공무원 사건의 감사에 착수했다. 같은해 11월 22일 대통령실은 김건희 여사 콘셉트 촬영 의혹을 제기한 장경태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11월 29일에는 서해 피살 공무원 사건과 관련해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구속됐다. 올해 1월 18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화물연대 총파업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2월 28일에는 선상 살인 혐의 북한 주민 2명을 북송한 서훈 전 실장과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기소됐다.
올해 2월 3일에는 대통령실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 천공 관련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 2월 8일에는 곽상도 전 의원이 이른바 '50억 클럽'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세상을 놀라게 했다. 2월 10일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관련자들의 선고가 내려졌다. 김건희 여사 수사는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2월 16일에는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제1야당 대표가 구속 대상이 된 최초 사례다.
참여연대는 "여권 인사 의혹은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 반면, 전 정부와 야권, 시민사회, 언론에 대해 형사고발을 남발하고 수사력을 대거 투입하는 것은 정부 비판을 옥죄는 전형적인 공안정국 조성 시도"라며 "명예훼손죄와 노동관계법 개정, 형사사법 개혁 등 입법적 해결에 더해 정권 차원에서 수사로 국정동력을 확보하려는 행태"를 그만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명예훼손 남발은 언론 비판 기능을 저해해 민주주의 원리를 해치는 대표적인 한국의 퇴행 사례로 거론된다.
퇴행7. 국정원 등 정보기관 개혁의 퇴행과 공안통치
작년 11월 1일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조직명을 이전 이름인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로 다시 바꿨다. 올해 신년 대통령 특별사면 대상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포함해 국정원, 기무사령부 등 정보와 안보기관 출신 인사 17명이 대거 포함됐다.
같은 시기 올해 1월 18일, 2월 23일, 3월 24일 정부는 민주노총 간부 등을 대상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수사를 했고, 이 상황에서 국정원 직원들이 '국가정보원' 로고가 박힌 점퍼를 입고 민주노총 사무실 등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했다. '음지에서 일한다'는 정보기관이 스스로를 드러내는, 극히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대공수사권 이전을 둘러싸고 국정원이 정부를 향해 일종의 실적 쌓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올해 3월 22일, 윤석열 대통령은 현직으로 31년 만에 방첩사를 직접 찾아서 업무보고를 받았다. 31년 전인 이전 사례는 1992년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이다.
참여연대는 "국가보안법 사건 수사를 통한 공안 탄압과 함께 대통령까지 나서 '대공수사권의 국정원 존치' 의도를 공식화"했다며 "국회의 입법을 통해 정보기관들의 기능과 직무 범위, 권한을 구체적인 법률로써 명확하고 세밀하게 제한하고, 정보와 예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근본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퇴행8. '법과 원칙' 운운 노동탄압·69시간 등 노동개악
대우조선해양 비정규 노동자들의 파업이 지속되던 당시인 작년 7월 18일 윤석열 대통령의 일성은 "법치주의가 확립돼야 한다" "산업 현장의 불법 상황은 종식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노골적인 사용자 편들기 발언이다. 이후 화물연대 파업에 맞서 정부는 위헌, 위법 소지가 다분한 업무개시명령에 이어 공정위까지 동원했다.
다른 한편 정부는 주 40시간 노동에 최대 52시간이 가능한 현 노동제를 최대 69시간으로 늘리는 개편안을 추진했다. 경영자의 책임을 강조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무력화하려 한다는 의혹이 잇따랐다.
참여연대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그저 비용으로만 간주하는 친기업·반노동 기조에 기반을 둔 '윤석열표 노동개혁'은 전면 재검토"해야 하며 "주 52시간 상한제를 무력화하고 우리 사회 퇴행을 불러올 노동시간 개편방안은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퇴행9. '세수 펑크' 위기에도 재벌부자감세는 진행 중
윤석열 정부는 전임 문재인 정부 당시 정부 지출이 크게 늘어났다며 이 같은 '방만 경영'을 하지 않기 위해 재정 긴축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그와 동시에 대대적인 감세 정책을 집행했다. 세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재정 균형을 추구하는 만큼, 서민 대상 복지 지출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법인세를 과세표준 구간별로 1퍼센트 포인트씩 낮추기로 하고 가업상속공제 적용대상 기업 범위와 한도는 확대했다. 한편 국제 경쟁력을 이유로 반도체 대기업에는 15퍼센트의 투자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이른바 'K칩스법'이 3월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종전 8퍼센트이던 세액공제가 15%로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참여연대는 "올해 2월까지 걷힌 국세수입은 54조2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15조7000억 원 줄어들면서 역대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며 "이처럼 세수가 절대적으로 줄어든 상황은 결국 민생을 위한 재정정책이 축소되는 '재정절벽', '복지절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참여연대는 "코로나 팬데믹 여파는 사회경제적으로 광범위하고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고 그 피해는 취약계층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며 "부자감세를 폐기하고 법인세 상위 구간에 대한 세율을 인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퇴행10. 폭우참사에도 공공임대주택 축소
지난해 8월 9일 집중호우로 인해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에서 살던 장애인 가족 3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마치 흔한 구경거리를 쳐다보듯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통령실은 이 장면을 선보인 카드뉴스를 내렸다. 윤 대통령은 그와 별개로 "퇴근길에 보니 제가 사는 서초동 아파트도 침수되더라"는 등의 발언을 해 재난 상황에서 당연히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할 대통령이 여유를 부리며 남의 일 보듯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정부는 "반지하 등 재해취약주택 거주자의 공공·임대주택 우선입주권을 보장하고 미이주 가구에는 침수 방지시설과 여닫이식 방범창 설치 등 주택개보수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8월 30일 국토교통부 예산을 보면 공공임대주택 예산은 2022년 20조7000억 원에서 2023년 15조1000억 원으로 오히려 삭감했다. 특히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용 국민임대·영구임대·다가구매입임대·노후 공공임대주택 리모델링 예산을 5조6000억 원 대폭 삭감했다. 대신 중산층을 대상으로 하는 분양주택과 주택구입·전세자금대출 등의 예산을 2조9000억 원 늘렸다.
그 와중에 올해 들어서는 갭투자를 통한 '깡통 전세'로 인한 피해가 전국에 걸쳐 속출하고 있다. 주요 피해자들은 아파트 입주 여건이 안 되는 서민층과 청년층이다.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을 통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 중인 매입임대 제도를 확대 적용해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최우선 매입 대상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별도 추경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따라서 올해 계획된 LH의 매입임대주택 물량 2만6000가구, 5조5000억 원을 전세사기 피해 주택 매입에 쓸 것으로 보인다. 결국 기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임대주택 사업은 더 축소될 것이 확실해지고 있다.
퇴행11. 위장된 민영화, 공공부문·공공서비스 퇴행
보수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어김없이 논란이 되는 공공기관 민영화 이슈가 현 정부 들어서도 불거졌다. 지난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은 "공공기관 혁신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이미 윤석열 정부는 올해 1분기에만 1조4000억여 원의 공공기관 자산을 매각했고 공공기관 정원 1만721명을 줄였다. 구체적으로 철도 민영화 논란이 이어지고 있으며 특히 정부는 바이오헬스 산업의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필요성이 입증된 공공기관 확충은 물건너가는 분위기다. 서울시에서는 사회서비스원 예산이 대폭 삭감됐고 요양보호사의 정규직 채용이 중단됐다. 위탁 운영 어린이집과 데이케어센터 운영도 중단이 추진 중이다.
울산의료원 등 공공병원 확충 공약은 감감무소식이다. 대신 정부는 영리기업의 의료행위를 합법화하는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를 시작했다. 아울러 민간보험사에 개인의 의료정보를 제공하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을 추진 중이다. 성남시 의료원의 민간위탁이 추진되고 있고 강원도에는 영리병원 설립이 추진 중이다.
한편 정부는 모든 사회서비스 영역 전반을 산업화 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추진 중이다.
참여연대는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공부문이 민영화 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이 떠안게 되며, 취약계층은 더욱 극심한 고통을 받을 것"이라며 "정부는 공공서비스의 국가 책임을 강화해 시민의 안전한 삶을 보장"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고 일침했다.
퇴행12. 고갈론 조성·독립성 축소, 국민연금 흔들기
현 정부는 국민연금 개혁 의지를 정권 초기부터 뚜렷이 밝혔다. 하지만 오랜 기간 연금의 공공적 사용을 고민해 온 단체와는 의견을 같이 하지 않고 있다. 참여연대는 "정부가 연금개혁 논의 과정에서 단기적 손실을 과장하고, 기금고갈 공포와 세대갈등을 증폭시켜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도리어 안정성마저도 위협"하고 있다며 이는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연금개혁은 국민 모두의 이해에 관계된 것인만큼 애초 개혁 논의 자체가 다양한 계층의 이해를 대변"해야 하는데 현 정부처럼 이를 무시한다면 "국민적 저항"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간 연금 개혁이 정권을 가리지 않고 지지부진했던 배경이다.
참여연대는 "독립성과 대표성을 지켜야하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전문성 강화라는 명목 하에 인원이 변경"됐다고 우려를 표하고 이 기구가 정부 입김에 휘둘리지 않고 공정히 운영되는 지를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퇴행13. 유례 없는 한반도 전쟁 위기
윤석열 정부 들어 한반도를 둘러싼 핵 위기가 고조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6일 북한 무인기가 영공을 침범하자 대통령이 직접 "확전을 각오하고 무인기를 침투하라"고 지시하면서 전쟁을 운운했다. 윤 대통령은 같은 달 29일에는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해 "전쟁 준비를 해야 한다"고 위기감을 키웠다. 이와 관련해 1월 26일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는 남북 양측의 무인기 영공 침범 사건을 두고 "남북 모두 정전협정을 위반했다"고 발표했다.
참여연대는 "한국전쟁 정전 70년이 되는 올해, 불안정한 휴전 상태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직면"했다며 "우발적인 충돌 가능성이 매우 커졌으나 평화를 위한 현실적인 해법은 요원"하다고 우려했다.
참여연대는 "지금은 '억제'가 아니라 무력 충돌 '예방'에 힘을 쏟아야 할 시기"라며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 등의 선제적 조치는 대화와 외교의 장을 다시 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와 별개로 참여연대는 대통령이 '전쟁 불사' 운운 등을 삼가고 입조심해야 한다고도 충고했다.
퇴행14. 위험한 '한미동맹 올인' 외교
윤석열 정부 들어 한미동맹, 보다 정확히는 실재하지 않는 '한미일 동맹'에 다걸기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이를 위해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16일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인정도, 사과도, 가해 기업의 배상 참여도 없는 해법을 공식화했다. 미국은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4월 2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한미 동맹의 길로 인도-태평양 전역에서의 협력 확대,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 등을 내세웠다. 대만 해협, 남중국해 문제 등이 직접 언급됐다.
정부는 경제마저 이념에 종속시켜 무역에서 대규모 손실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중국, 러시아와 거친 설전이 오가는 외교적 파행을 빚었다. 다른 한편에서 윤석열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과 관련해 살상 무기 지원 논란에 휘말렸다. 한반도의 위기감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참여연대는 "미중 전략 경쟁이 모든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는 미국 중심의 진영에 누구보다 빠르게 편승하여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며 "대중국 통합 억제력을 구축하려는 미국의 군사 전략에 한국군이 동원되거나 참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참여연대는 강제동원 졸속 해법을 피해자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배경에 한미일 군사 동맹이 있다며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는 한·미·일, 북·중·러가 대립하는 냉전 구도와 진영 대결을 고착화하고 군비 경쟁을 부추겨 평화 구축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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