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과 무기력이 많아진 청소년들···“건강한 또래 관계가 가장 필요”[현장에서]
우울과 무기력. 각자의 방에서 화면을 통해 만나고 메신저로 이야기 나누는 것이 일상인 코로나 세대가 심리상담에서 자주 털어놓는 고민이다. 지난 2일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만난 정우민 상담사는 “또래를 처음 만드는 초등학교 고학년에 코로나19를 겪은 청소년들이 큰 영향을 받았다”며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요즘 청소년 문제의 핵심은 ‘관계’로 귀결된다”고 말했다.
서울 25개 자치구(중구는 시립)에 1곳씩 설치된 복지센터는 연간 3000명이 넘는 청소년이 상담을 받는다. 개인적으로 찾거나 학교에서 집단으로 심리 검사 등을 하기도 한다. 법원·경찰과 연계해 일시 보호하는 경우도 있다. 1388 전화 상담도 24시간 100건 이상 접수된다.
과거 청소년 문제는 비행과 일탈이 화두였다면 최근에는 정신건강 관련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전체 1388 상담 가운데 관련 내용은 2019년 3만3536건에서 2021년 3만9868건으로 약 1.2배가 늘었다. 청소년기 특징과 사회적 변화가 맞물려 심리적 고위험군이 늘었다. 비대면 활동과 소셜미디어·메신저 등 텍스트 매개 소통도 원인이다.
정 상담사는 “문자와 글로 받은 메시지는 상대의 생각이 아닌 나의 관점과 감정을 투사해 해석하기 때문에 공감보다 본인 생각에 함몰되는 경험을 더 많이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화를 두려워하고 먼저 말을 걸지 못하는 부적응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정신질환 증상을 다룬 콘텐츠가 늘고 검색 결과에 우울갤러리 등의 정보가 무차별 노출되는 것도 원인이다. 실시간 소통, 새벽배송 등으로 자기 욕구를 지연시킬 필요 없이 성장한 세대가 갈등 조율과 기다림에 미숙한 특징도 있다. 이는 충동성을 키워 분노의 감정을 자해 등 극단적 행동으로 풀게 한다는 것이다.
청소년 상담은 자신과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연습을 하며 오해 없이 타인을 볼 수 있는 힘을 키우는 시간이다.
부모와 갈등으로 1년 가까이 상담을 받은 학교밖 청소년 김지연양(18·가명)은 진로 문제를 풀기위해 센터를 찾았고, 현실을 대면하는 경험을 통해 불안감을 줄였다고 했다. 김양은 “어른들도 언제나 완벽할 수 없다는 점을 알게 됐고 불안 원인을 찾으니 편안해졌다”며 “선생님이 나를 보듯이 내 상황을 다른 사람의 고민처럼 보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청소년기 또래와 건강한 관계를 경험하는 것이 심리적 상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최근 개인화 경향은 문제 해결의 걸림돌이다. 이에 복지센터 측은 학교별로 ‘또래 상담자’를 배치했다. 친구들에게 관심이 많은 학생이 또래 상담 동아리를 운영하며 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오는 8월부터는 학교폭력 피해 청소년들의 방과 후 교실을 운영해 또래 자조모임이나 음악·미술 치료 등도 지원할 계획이다.
가정 안에서도 구성원 간 교집합이 줄어든 만큼 같이 식사를 하거나 맛집을 찾아다니는 활동이 유대감 형성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정신건강을 중요하게 보는 인식이 커졌지만 대면 대화 자체가 어색한 청소년들이 센터까지 오기에는 여전히 장벽이 높다. 복지센터가 이달부터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카카오톡 상담을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담자 5명이 24시간 대응하기 위해 25개 복지센터 상담 인력을 현재 169명에서 연말까지 198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정 상담사는 “대면을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카톡으로) 쉽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한 것도 상담 문턱을 낮추기 위해서였다”며 “선생님과 대면해 이야기하는 방에서 작은 사회를 경험하고 또래 등 대인 관계를 맺는 힘을 기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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