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에 잇단 대화 재개 메시지…중 “관계 개선 의지 의문”
미국이 중국에 잇따라 대화 재개 의사를 전하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미국의 관계 개선 의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냉담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미 당국자들은 지난 2월 ‘풍선 갈등’으로 취소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을 다시 추진하는 등 대화를 통해 양국 관계를 관리하자는 입장이지만 중국 측은 미국이 대중 압박 중단 등 행동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블링컨 장관은 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주최한 대담에서 중국 방문을 다시 계획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지난 2월 취소된 방중 일정을 다시 논의할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해 발리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당시 모든 수위에서 정기적인 소통선을 마련한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며 이같은 뜻을 밝혔다. 이어 “미·중이 경쟁 관계에 있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지만 미국은 이것이 갈등으로 흐르지 않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이를 위한 최소한의 전제 조건은 장을 마련하고 가드레일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블링컨 장관은 지난 2월 5~6일 중국을 방문해 지난해 미·중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방중 직전 미 상공에서 중국 정찰풍선으로 의심되는 비행 물체가 발견되자 방문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이후 양국 고위 외교라인이나 정상간 소통은 원활히 이뤄지고 있지 못한 상태다. 미국이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대화 제의를 하고 나선 셈이다.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도 지난 2일 스팀슨센터 대담에서 “미·중간 소통은 최근 중국 정찰풍선 사태 이전까지는 상당히 좋은 형태를 유지했다”며 “미국은 중국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고 더 좋은 소통선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블링컨 장관의 방중에 대해서도 “적절한 시점에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미국의 행동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반응이 나온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중·미 관계 개선에 대한 미국의 의지는 여전히 의문”이라며 “중국은 미국의 행동이 항상 말과 반대였다는 점에서 이제 미국과 관계를 맺는데 대한 관심이 낮다”고 보도했다.
리하이둥(李海東) 중국외교학원 교수는 이 매체에 “중·미 관계가 단기간에 완화될지 여부는 미국에 달려 있다”면서 “미국은 ‘행동 없이 말만 하는 위대한 언변가’가 아님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뤼샹(呂祥)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도 “미국은 대화를 강조하지만 무역 전쟁이나 (중국에 대한) 기술 제한 등 잘못을 바로잡는 것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며 “이는 미국이 잘못된 행동을 포기할 명확한 의사가 없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대만 문제와 탈동조화(디커플링)를 미국의 행동 변화가 필요한 대표적인 영역으로 꼽는다. 우신보(吳心伯) 푸단대 교수는 “올해 중·미 관계 개선 기회의 창이 닫히고 있다”며 “미국은 말과 행동을 따로 할 것이 아니라 ‘하나의 중국’ 정책 기조로 돌아가야 하고 디커플링 조치들로 중국에 기술 봉쇄를 가하는 것을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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