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입구역에 떨어진 지갑 줍지 마세요” 온라인에 퍼진 경고, 진실은

이가영 기자 2023. 5. 4.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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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자료사진.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조선DB

서울 지하철 홍대입구역 근처에 떨어져 있는 지갑을 줍지 말라며 범죄를 의심하는 글이 온라인에서 확산했다. 그러나 홍대입구역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최근 들어 유실물 신고 접수가 늘어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3일 트위터에는 ‘홍대입구역 출구 쪽에 똑같은 지갑이 떨어져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홍대입구역 출구 근처에 작은 지갑을 일부러 떨어트리고 가는 중년 여성을 이번 주에만 두 번 봤다”며 “확실히 일부러 떨어트렸다”고 했다. 이어 “오늘 퇴근하는데 2번 출구 앞에 또 그 작은 지갑이 있다”고 했다. A씨는 “이거 무슨 (범죄)수법인 거냐”며 “지갑 주우면 안 될 것 같은데, 무섭다”고 했다. 이 글은 올라온 지 하루만에 100만회 이상 조회됐고, 1만번 가까이 공유됐다.

3일 트위터에는 서울 지하철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일부러 지갑을 떨어트리는 중년 여성을 봤다는 글이 올라왔다. /트위터

네티즌들은 “절대 줍지 말고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했다. 지갑 속 돈이 없어졌다고 우기거나 절도범으로 몰아 합의금을 요구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실제로 지갑을 일부러 놓아둔 뒤 가져가는 이들을 절도범으로 몰아 금품을 뜯어낸 사건이 있었다. 길거리에서 주운 남의 물건을 곧바로 신고하지 않고 자신이 소유하면 점유이탈물횡령죄에 해당할 수 있다. 사기꾼들은 구체적인 법률적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이 전과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억울하더라도 돈을 주고 합의하려는 마음을 이용했다.

2011년 40대 남성 B씨는 병원 엘리베이터 앞에 현금 10만원이 들어있는 지갑을 놓아두고 주변에 숨어 있다가 지갑을 들고 가는 여성에게 ‘남편과 경찰에 알리겠다’고 협박해 33만원을 챙긴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B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충주와 평택, 아산 등에서 13차례에 걸쳐 1700만원을 뜯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2017년에는 중학생 무리가 일부러 지갑을 길거리에 떨어트린 뒤 초등학생을 상대로 협박하는 일이 있었다. 이들은 2만원이 들어있던 지갑 안에 40만원이 있었다고 우기며 지갑을 주운 초등학생에게 돈을 내놓으라고 했고, 돈이 없다고 말하자 해당 학생을 집단폭행했다.

이런 사례들 때문에 A씨의 글이 더욱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홍대입구역 관계자들은 ‘지갑을 일부러 떨어트리는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없고, 최근 들어 지갑을 주웠다고 신고하는 이들이 늘어나지도 않았다고 했다.

홍대입구역 2호선 관계자는 4일 조선닷컴에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보니 하루에도 10~20건 정도의 분실물 신고가 들어오긴 한다”며 “지갑을 주웠다는 이들이 평소보다 늘어나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어 “이용객들 중에 똑같은 지갑이 계속 떨어져 있다는 등의 민원을 제기한 이들도 없었다”고 했다. 공항철도선 유실물센터 관계자 역시 “홍대입구역에서 접수된 유실물 신고 건수가 최근들어 늘어나지는 않았다”고 했다.

코레일 관계자도 홍대입구역 경의중앙선에서 지갑을 주웠다는 신고가 증가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한 달간 홍대입구역에서 지갑을 주웠다고 접수된 건 가운데 한 건을 제외하고 모두 주인이 되찾아갔고, 이들의 정보는 모두 달랐다”며 “같은 사람이 계속 지갑을 잃어버렸다는 근거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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