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도 조기교육이 효과적입니다

김효실 기자 2023. 5. 4.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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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소프트 스킬’ 키우는 다양성과 포용성 높이는 콘텐츠들
흑인 여성 의사, 코다 가족, 논바이너리 소, 동성부부 등장해
① <꼬마의사 맥스터핀스> 디즈니플러스 제공

‘나는 당신의 악당이 아니다’(#IAmNotYourVillain) 2018년 11월 영국의 비영리단체 ‘체인징 페이시스’(Changing Faces)가 시작한 캠페인 슬로건이다. 이 단체는 얼굴에 흉터 등 눈에 띄는 장애(안면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지원한다. 캠페인은 얼마나 많은 영화, 드라마, 만화가 얼굴 변형과 흉터로 악당 캐릭터를 재현하는지 상기시킨다. 캠페인에 참여한 안면장애인들은 어린 시절부터 <라이온 킹>의 스카, <배트맨>의 조커, <해리 포터>의 볼드모트 등 숱한 유명 악당들과 엮인 놀림을 받았다고 했다.

아이들은 외모 차이를 일찍 알아챈다. 5~6살이면 여러 사회문화적 편견이 형성된다고 한다. 체인징 페이시스가 캠페인을 시작하며 제시한 조사 결과에는 다음 내용이 포함됐다. “외모가 다르게 생긴 아이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대답한 어린아이는 설문에 답한 전체 어린아이 가운데 3분의 1 미만이다.” “외모가 다르게 생긴 청년과 청소년 가운데 거의 절반이 학교에서 험한 일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르면 이를수록 좋은 조기교육 목록에 다양성과 포용성을 포함하면 어떨까. 창의성·협업력 등을 뜻하는 ‘소프트 스킬’(Soft Skill)의 중요성이 커지는 시대, 이런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는 다양성과 포용성 교육도 주목받는다. 아이가 자신과 타인을 모두 인정하고 소중히 여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린이 시청자가 접할 수 있는 다양성과 포용성 수준이 높은 콘텐츠를 소개한다.

장난감 고쳐주는 아프리카계 꼬마의 역할은?

① <꼬마의사 맥스터핀스>(디즈니플러스)

2012~2020년 디즈니가 선보인 미취학 아동용 애니메이션 시리즈 <꼬마의사 맥스터핀스>는 성역할과 인종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설정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의사가 되고 싶은 6살 아프리카계 미국 소녀 도티가 고장 난 장난감을 고쳐주는 이야기다. 제작자이자 감독인 크리스 니는 천식이 있는 아들과 병원에 드나들면서 “아이들이 의사를 덜 두려워하게 돕는” 이야기를 만들고자 했다.

맥스터핀스의 엄마는 진짜 의사고, 아빠는 전업주부다. 동생은 입양으로 맞이한다. 질병과 장애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실제 소아암 생존자가 화학요법으로 머리카락이 빠지는 아이의 이야기를 다룬 에피소드에 목소리 연기로 출연하기도 했다. 시리즈는 현실에도 영향을 미쳤다. 유색인종 여성 의사 모임의 한 회원은 영국 매체 <업저버> 인터뷰에서 “<꼬마의사 맥스터핀스> 이전에는 흑인 여성을 간호사라고만 생각하던 사람들이 방송 이후 의사로 인식했다”고 말했다.

질병과 장애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② <나는 보리>의 한 장면. 영화사 진진 제공

② <나는 보리>(웨이브, 쿠팡플레이, 티빙, 네이버 시리즈온 등)

<나는 보리>는 2020년 개봉한 110분 길이 전체관람가 영화다. 바닷마을에 사는 11살 초등학생 보리(김아송)는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듣고 말할 줄 아는 청인이다. 보리는 수어로 소통하는 농인인 엄마·아빠·동생 사이에서 외로움을 느끼고, 다른 가족과 ‘같아지고’ 싶어 한다.

실제 코다(CODA·청각장애인 부모를 둔 자녀)로 자란 김진유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겼다. 폴란드어린이국제영화제·부산국제영화제 등 국내외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독일 슐링겔국제영화제에서는 어린이 관객의 투표로 상을 받았다.

우리나라 ‘다양성 콘텐츠’도 있어

③ <리들리 존스의 모험>(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키즈 시리즈 <리들리 존스의 모험>은 할머니와 엄마의 뒤를 이어 ‘살아 있는’ 박물관의 비밀을 지키는 6살 리들리가 주인공이다. 2021년 시작돼 2023년 3월 시즌5로 종영했다. 리들리의 친구들은 평소에는 박물관의 전시품이지만, 밤이 되면 살아난다.

<리들리 존스의 모험>은 미취학 아동용 애니메이션 시리즈 최초로 논바이너리(Non-binary·여성과 남성 어느 쪽에서도 자신의 성정체성을 찾지 못했거나 양성으로 규정되지 않는 사람) 캐릭터가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들소 프레드는 한때 암컷으로 ‘위니프레드’라는 이름으로 불렸지만, “가장 나다운” 모습은 암컷도 수컷도 아닌 “그냥 프레드”임을 깨닫는다. 실제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인 배우 아이리스 메나스가 프레드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③ <리들리 존스의 모험> 넷플릭스 제공

④ 올리볼리 그림동화(유튜브)

영미권 이외의 문화에 대한 목마름을 달래줄 애니메이션을 유튜브에서 무료로 볼 수도 있다. 올리볼리(ollybolly.org)는 2009년 다음세대재단이 구글의 사회공헌조직 구글닷오알지(google.org)의 후원으로 시작한 ‘다양성 코리아’ 프로젝트에서 비롯했다. 한국은 물론 레바논, 르완다, 몽골,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이란,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타이, 티베트, 팔레스타인, 필리핀 등의 국가별 그림동화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유튜브 채널에 게시한다. 올리볼리 누리집에서는 어린이나 성인이 자신의 문화다양성 수준을 알 수 있는 온라인 테스트와 교사 대상 교육자료도 제공한다.

④ ‘올리볼리’가 게시한 인도네시아 그림동화 <영리한 칸칠과 거북이>의 한 장면. 올리볼리 갈무리

배경 다른 사람 접하면 편향성 적어져

이 밖에 1982년 시작한 국내 최장수 아동 프로그램 <딩동댕 유치원>(EBS)은 2022년부터 휠체어를 탄 소년 하늘이와 다문화 소녀 마리 등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이고 있다. ‘나와 타인과 우리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나가는 세계시민교육’을 주제로 내세워 한국판 ‘세서미 스트리트’를 지향했다.

영국의 글로벌 인기 애니메이션 <페파 피그>도 2004년 첫 방송에서 18년 만인 2022년 처음으로 동성부부를 등장시켰다. ‘어린이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성소수자 캐릭터를 보여달라’는 온라인 청원에 응답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자녀를 정기적으로 다양성에 노출시키기를 권한다. 미국 매체 <페어런트>는 <성격 및 사회심리학 저널>에 발표된 편견 관련 연구 500여 개를 분석한 결과, 모든 연령대 사람이 자신과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과 많이 접촉할수록 편향될 가능성이 작았다고 전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참고 도서: <휠체어 탄 소녀를 위한 동화는 없다>, 어맨다 레덕 지음, 김소정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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