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할 곳 빌라뿐인데"…대학가로 퍼진 전세사기 공포 "월세 전환 고민"

김정현 기자 2023. 5. 4.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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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연달아 발생하는 전세사기의 여파가 대학가로도 번지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매달 발생하는 고정 지출 부담에도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겠다는 대학생들도 나타나고 있다.

대학가 인근 원룸형 빌라에 거주하고 있다는 대학생 최민지씨(22·여)는 "부모님이 먼저 전세로 들어갔던 집을 월세로 전환하자고 이야기하셔서 그렇게 할 예정"이라며 "부모님이 힘들게 마련해 주신 전세금인데 혹시나 사기당해 날릴까봐 너무 무섭다"고 불안에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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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임차인들, 커뮤니티·오픈채팅방서 정보공유 '자구책'
전문가 "공인중개사 불신, 자격 남발에도 원인 있어"
전세사기에 떨고 있는 것은 직장인뿐 아니라 대학생들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 흑석동 대학가 근처 하숙 및 자취생을 모집하는 전·월세 게시판. 2016.1.14/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대학생 입장에서는 자취할 곳이 빌라 밖에 없는데…"

전국에서 연달아 발생하는 전세사기의 여파가 대학가로도 번지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매달 발생하는 고정 지출 부담에도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겠다는 대학생들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전세사기에 공인중개사가 연루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불안한 세입자들이 자체적으로 정보공유에 나서고 있다.

◇대학가도 전세사기 주의보…"다가구주택, 보증보험 가입도 어려워"

4일 만난 대학생 한모씨(26)는 "사회 경험이 없기도 하고 아직은 부모님께 기대사는 입장이라 부동산 관련 지식이 전혀 없었는데 처음으로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다"며 "매달 나가는 돈이 아깝지만 위험부담을 생각하면 월세를 살아야하나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서대문구에서 자취 중이다.

대학가 인근 원룸형 빌라에 거주하고 있다는 대학생 최민지씨(22·여)는 "부모님이 먼저 전세로 들어갔던 집을 월세로 전환하자고 이야기하셔서 그렇게 할 예정"이라며 "부모님이 힘들게 마련해 주신 전세금인데 혹시나 사기당해 날릴까봐 너무 무섭다"고 불안에 떨었다.

서대문구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대학가에는 다가구주택 원룸형 빌라가 많은데 융자를 끼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아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요즘같은 시국에 세입자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3일 오후 서울 은평구청에 마련된 전세 피해 지원을 위한 상담센터에서 한 피해자가 상담을 받고 있다. 2023.5.3/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전세사기 피해자들 정보공유도…"집주인 체납세금도 떼봐라"

전세사기가 수도권은 물론 지방에서도 계속 이어지면서 불안에 떠는 세입자들이 커뮤니티나 오픈채팅방 등을 통해 자체적인 정보 공유에 나섰다. 이들도 대학생들처럼 월세 전환을 고민하는 이들이 많았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씨(36·여)는 "전세사기로 워낙 흉흉해서 혹시나 하고 지금 사는 집 등기부등본이랑 건축물대장까지 다시 한 번 떼봤다"며 "다행히 서류상으로는 깨끗했지만 부동산 시장이 너무 불안해 다음 집은 전세로 들어갈지, 월세로 갈지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김씨는 "전세사기 사례 중에 공인중개사들이나 부동산 플랫폼까지 가담했다는데 정말 믿을 곳이 없다"며 "세입자들끼리 모이는 오픈채팅방에서도 정보 공유를 하고 있지만 너무 복잡해서 뭐가 뭔지 아직도 헷갈린다"고 울상을 지었다.

앞서 경찰청이 지난해 7월부터 지난 3월까지 실시한 전세사기 특별단속에서 입건된 피의자 2188명 중 19%인 414명이 공인중개사 또는 중개보조원이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회원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정부여당의 전세사기 특별법안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무릎을 꿇고 피해 구제를 호소하고 있다. 2023.4.28/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전문가 "전세수요 줄면 대학생 임차인은 물론 투자자·임대인 모두 위험" 실제로 들어가 본 한 전세사기 대비 오픈채팅방에서는 정보공유가 한창이었다.

한 세입자는 "전세 살고 있는 집을 재계약 하려는데 등본은 깨끗했지만 전세가와 매매가가 비슷해 찜찜하다"며 "집주인 말만 듣고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불안한 상태"라고 상담했다.

이에 살고 있는 집이 경매에 넘어갔다는 한 전세사기 피해자는 "등기부등본에는 안나오지만 집주인의 체납세금도 선순위기 때문에 확인해야 한다"며 "집주인이 좋아하지는 않겠지만 집주인에게 요청해 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송승헌 도시와경제 대표는 "체납액이나 근저당이 있는 다가구주택의 경우 기본 요건이 갖춰지지 않아 보증보험 가입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최근 대학가 주변에 재개발이 많이 일어나 투자자들도 많이 들어갔는데, 지금처럼 전세수요가 없어지게 되면 임차인인 학생은 물론 투자자나 임대인들까지 양쪽 모두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송 대표는 "우리나라는 공인중개사의 진입 장벽이 낮다보니 윤리의식도 낮고 관련 교육도 약한 경향이 있다"며 "건축사 같은 경우에도 실무 경력을 쌓거나 관련 전공을 해야 자격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데, 공인중개사 역시 자격증 남발을 줄이고 개개인의 법적 책임을 강화나 관리 체계 개선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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