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인 것도 서러운데···'하루 15번 흡연 만큼 해롭다'는 이 감정 [헬시타임]
외로움, 조기 사망·치매 등 질병 발생 위험도 높여
코로나19 이후 외로움·고립감 심화···사회 문제로
대다수 현대인들이 경험할 법한 '외로움'이 매일 담배 15개비씩 피우는 것만큼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 결과가 미국에서 나왔다. 외로움과 고립감을 비만, 약물중독과 같은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로 다뤄야 한다는 지적이다.
AP통신 등 다수 외신 보도에 따르면 비베크 머시(Vivek Mercy) 미국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Public Health Service Corps) 단장 겸 의무총감은 최근 '외로움과 고립감이라는 유행병'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해당 보고서는 외로움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다수 연구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에 인용된 여러 연구에 따르면 외로움은 조기 사망 가능성을 약 26∼29%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 담배 15개비씩을 피우는 것만큼 건강에 해롭다는 의미다. 심장병과 뇌졸중 위험도 각각 29%, 32% 커진다.
고립됐다는 느낌이 불안감, 우울증, 치매 등 신경정신계 질환과 연관될 뿐 아니라, 바이러스 감염이나 호흡기질환에 더 취약한 상태를 만든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 브리검 영 대학 연구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로움은 사망 위험을 무려 30%나 높였다. 또한 외로운 사람은 치매에 걸릴 위험이 66%, 심근경색 위험은 43%가 많은 반면 강한 사회적 유대를 맺고 사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생존 확률이 50%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감정은 심하면 일상에서 학업성취도와 업무 효율마저 떨어뜨리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고 지목된다.
외로움은 경제적인 문제로도 이어진다. 머시 의무총감은 “최근 몇년 사이 미국 성인의 약 절반이 외로움을 경험했다”며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흔한 감정이지만 배고픔, 갈증과 같이 생존에 필요한 무언가가 빠졌을 때 몸이 우리에게 보내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로움은 경제적인 문제로도 이어진다. 외시들에 따르면 미국의 노인 의료보험인 메디케어 지출 가운데 고립감으로 인한 의료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연간 67억 달러(약 8조 9800만 원)에 달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사람들 간 왕래가 줄어들면서 이 같은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코로나19가 한창 확산하던 2019년 6월부터 2020년 6월 사이에 사회적 네트워크의 크기가 평균 16% 줄었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머시 의무총감은 최근 영국 BBC방송에 출연해 "사회적 연결이 흡연과 비슷한 수준으로 조기 사망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이 대중들에게 알려지면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며 "외로움은 이제 진지하게 다뤄야 할 공중보건의 중대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비단 해외 국가들만의 문제만은 아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피앰아이가 전국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사회에서도 외로움은 심각한 문제로 나타났다. 피앰아이가 20개의 문항으로 이뤄진 UCLA 외로움 척도를 토대로 한국 사회에 사용 가능한 축약형 외로움 척도를 개발하기 위해 자살 생각과 외로움 관련 질문을 던졌을 때, 배우자가 없으면 배우자가 있는 경우보다 상대적으로 외로움을 더 많이 느끼는 경향을 보였다. 해당 연구는 외로운 정도를 '4점 척도'로 표현하도록 설문문항을 구성했다. △1점은 ‘전혀 그렇지 않다’ △2점은 ‘별로 그렇지 않다’ △3점은 ‘가끔 그런 편이다’ △4점은 ‘항상 그렇다’ 순으로 점수가 높으면 높을 수록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조사 결과, 배우자가 있는 경우(2.14점)보다 배우자가 없는 경우(2.30점)에 외로움 점수가 높았다.
외로움을 느끼는 정도는 교육 수준과 거주 지역별로도 차이를 보였다. 피앰아이 조사 결과 외로움 점수는 고등학교 수준에서 가장 높았고(2.27점), 대학원 수준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2.12점). 지역별로는 제주 지역의 외로움 점수(2.30점)가 가장 높았고, 강원(2.10점)이 가장 낮았다.
정신건강적 측면을 살펴볼 수 있는 대표적 지표 중 하나인 자살 생각도 외로움과 높은 연관성을 보였다, 자살 생각이 없는 경우 외로움의 평균 점수(2.12점)보다 자살 생각을 한 경험이 있는 경우의 외로움 평균 점수(2.74점)가 월등히 높게 나타난 것이다. 자살 생각 경험 여부에 따른 외로움 양상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자살 생각을 한적이 있는 경우 외로움을 항상 느낀다고 응답한 비율을 16.1%였지만 자살 생각 경험이 없는 사람의 경우 1.9%만이 항상 외로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외로움을 전혀 느끼지 않는 비율은 자살 생각 경험이 없는 사람이 12.0%였고, 자살 생각 경험이 있는 사람은 3.1%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외로움이 사회 구성원들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로 여겨지기 때문에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머시 의무총감은 "구멍 뚫린 사회 구조를 꿰매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자원봉사 조직이나 스포츠·종교 모임 같은 프로그램과 대중교통·주거·교육정책, 도서관·공원·운동장 등 물리적 요소를 아우르는 지역 공동체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사회적 고립의 영향에 관한 데이터 간의 격차를 해소하는 연구 의제를 수립하기 위해 연결친화적 공공정책이 나와야 한다"며 "테크 기업들의 투명한 정보 공개와 디지털 환경 개선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영국은 2018년 1월 세계 최초로 외로움부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직을 신설하고 정부와 사회단체가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외로움을 덜어낼 사회적 연결망을 구축하였다. 일본 역시 코로나19 이후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들이 급증하면서 지난해 2월 '고독, 고립 담당 장관'을 임명하였다. 국가의 책임 아래 외로움에 방치된 사람들을 본격 지원하겠다는 의지인 것이다.
실제 영국은 2018년 1월 세계 최초로 외로움부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직을 신설하고 정부와 사회단체가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외로움을 덜어낼 사회적 연결망을 구축했다. 일본 역시 코로나19 이후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들이 급증하자 지난해 2월 '고독, 고립 담당 장관'을 임명한 바 있다. 외로움에 방치된 사람들을 국가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피앰아이와 공동으로 외로움 관련 연구를 진행한 이윤석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외로움의 양상은 다양한 사회인구학적 변인에 따라 상이하므로 지역간 분석, 사회 집단 간 분석으로 보다 세분화되고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연결을 건강하게 발전시키기 위해 지역사회와 유기적 협력 및 실질적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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