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샷] 여성의 과학계 이탈 이유 있다, 연구비가 남성의 절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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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계의 성차별이 연구비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과학 선진국이라는 미국과 유럽에서도 여성 연구자는 남성 연구자가 받는 연구비의 절반을 받는 데 그쳤다.
미국 워싱턴 주립대 심리학과의 카렌 슈말링(Karen Schmaling) 교수 연구진은 4일 국제 학술지 '연구 진실성과 동료 평가'에 "2005~2020년 전 세계에서 발표된 연구비 관련 연구 논문 55편을 분석한 결과, 여성 연구자가 받은 연구비는 남성의 52%에 그쳤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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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과제 연구비도 남성이 두 배 많아
과학계의 성차별이 연구비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과학 선진국이라는 미국과 유럽에서도 여성 연구자는 남성 연구자가 받는 연구비의 절반을 받는 데 그쳤다. 우리나라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한국 여성 박사 절반이 과학 연구 현장을 떠난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말이 나왔다.
미국 워싱턴 주립대 심리학과의 카렌 슈말링(Karen Schmaling) 교수 연구진은 4일 국제 학술지 ‘연구 진실성과 동료 평가’에 “2005~2020년 전 세계에서 발표된 연구비 관련 연구 논문 55편을 분석한 결과, 여성 연구자가 받은 연구비는 남성의 52%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미국 과학재단(NSF)의 지원을 받았다.
◇여성 연구비는 남성 절반, 신청자 비중은 30% 그쳐
이번에 조사한 논문들은 전 세계 130만건 이상의 연구비 신청자료를 조사했는데, 자료는 주로 미국과 유럽에서 나왔다. 워싱턴 주립대 연구진이 논문이 인용된 자료들을 취합해 분석했더니, 여성 연구자는 평균 약 34만2000달러(한화 4억 5300만원)를 지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남성 연구자는 그 두 배인 65만9000달러(8억 7300만원)를 받았다.
슈말링 교수는 “연구비 격차는 장기적으로 여성이 연구자로 성공하는 것을 가로막는 장벽이 되며, 과학 자체에도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성은 창의성이나 과학적 진보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과학에 성별이나 인종, 민족, 국적의 다양성이 반영되지 않으면 실제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했다.
연구진은 여성이 세계 인구의 절반을 넘지만 과학계에 여성 연구자의 비중이 적다고 지적했다. 연구비 신청 자격을 가진 사람 중 여성은 36%에 그쳤다. 실제 지원 비율은 그보다 낮은 30%였다. 연구비 신청액도 여성이 남성보다 적었다.
◇논문 양적 평가가 남녀 불균형 심화시켜
연구진은 남녀 연구비 차이는 평가 기준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논문 공동 저자인 미국 생명과학연구원의 스티븐 갤로(Stephen Gallo) 박사는 “연구비 지원 기관들은 평가에서 논문 수와 인용 횟수를 중요하게 본다”며 “하지만 이런 수치가 연구 능력의 차이를 그대로 반영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논문 인용 횟수에도 성차별이 반영된 상태여서 이를 기준으로 평가를 하면 과학계의 고질적인 남녀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앞서 연구에서 남성은 여성 연구자보다 다른 남성 연구자가 발표한 연구 결과를 더 자주 인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연구진은 2021년 ‘미국의사협회저널(JAMA) 네트워크 오픈’에 2015~2018년 의학 학술지 5종에 실린 논문 5554건을 조사한 결과, 제1 저자와 교신저자가 여성인 논문은 인용횟수가 33회였지만, 둘 다 남성이면 59회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과학계 전반의 문제로 보인다. 앞서 미국 인디애나대와 캐나다 몬트리올대 연구진은 지난 2013년 네아처에 여성 저자 논문이 남성 저자 논문에 비해 더 적게 인용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일례로 단독 저자의 논문에서 여성 저자는 평균 1회 이하의 피인용 횟수를 보였으나 남성은 1.2회에 가까운 피인용 횟수를 보였다. 당시 논문은 2008-2012년에 출판된 연구·리뷰 논문 548만 3841편(저자 2732만 9915명)의 피인용 횟수를 분석했다. 조사 대상 논문은 자연과학과 공학, 인문·사회과학을 망라했다.
◇성 격차 심한 국가일수록 연구비 남녀 차 커
워싱턴 주립대 연구진은 그래도 유럽은 미국보다 사정이 나았다고 밝혔다. 유럽 여성 연구원은 미국보다 연구비를 6% 더 받았다. 저자들은 미국의 국제 성 평등 순위가 유럽보다 낮은 것을 반영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2021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성 격차가 낮은 순위가 20위에 그쳤다. 상위 순위는 대부분 유럽 국가였다.
한국은 WEF 성 격차 순위가 뒤에서 세 번째인 36위였다. 마찬가지로 연구비의 성 격차가 크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수행한 40세 이하 신진 연구책임자의 1인당 평균 연구비는 1.5억원이었다. 이중 여성 연구책임자의 평균 연구비는 0.9억원으로 남성(1.8억원)의 절반이었다.
연구비 성 격차는 위로 올라가도 마찬가지였다. 2020년 전체 연구책임자의 1인당 평균 연구비는 4.0억원이었다. 그중 여성 연구책임자의 1인당 평균 연구비는 2.2억원으로, 남성(4.3억원)의 51% 수준이었다. 여성 연구자는 출산·육아에 따른 경력 단절에 연구비 격차까지 이중고에 시달리는 것이다.
참고자료
Research Integrity and Peer Review(2023), DOI: https://doi.org/10.1186/s41073-023-00127-3
JAMA Network Open(2021), DOI: https://doi.org/10.1001/jamanetworkopen.2021.14509
Nature(2013), DOI: https://doi.org/10.1038/504211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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