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하는 갈매기, ‘GSW vs 레이커스’ 최대변수
‘시리즈 승패를 쥐고 있는 것은 갈매기의 폭주 여부?’ 플레이오프에서 LA 레이커스 'AD' 앤서니 데이비스(30‧208cm)가 엄청난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다. 레이커스는 3일(한국시간) 있었던 NBA 서부 컨퍼런스 플레이오프 2라운드 1차전에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117-112로 물리쳤다. 서로간 부담이 큰 경기에서는 첫판을 누가 잡아내느냐가 전체 시리즈에 큰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기세 싸움에서 우위를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점에서 레이커스는 일단 유리한 고지를 점령해놓고 2차전에 들어설 수 있게 됐다.
현재 치러지고있는 2라운드 경기중 팬들의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시리즈는 단연 레이커스와 워리어스의 승부다. 명가로 꼽히는 팀끼리의 자존심 대결은 물론 '킹' 르브론 제임스(38‧206cm)와 '매운맛 커리' 스테판 커리(35‧188cm)라는 최고의 슈퍼스타가 각각 팀을 이끌고있기 때문이다.
이름값과 흥행성만 놓고보면 파이널 이상의 관심이 쏟아진다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양팀의 승부 역시 두 선수의 영향력에 따라 갈릴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1차전에서 둘은 여전한 활약을 펼쳤다. 커리는 27득점(3점슛 6개), 3리바운드로 팀을 이끌었고 클레이 탐슨(25득점, 3점슛 6개, 4어시스트), 조던 풀(21득점, 3점슛 6개, 6어시스트), 케본 루니(10득점, 23리바운드, 5어시스트)가 뒤를 받쳤다.
뒤지고 있던 4쿼터 폭죽처럼 3점슛을 터트리며 레이커스를 패배일보 직전까지 몰아붙인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커리를 필두로 선수들의 전체적 외곽슛 감각이 살아나고 있는 모습이다. 르브론(22득점, 11리바운드, 4어시스트, 3블록슛) 역시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선수층이 두터운 팀답게 디안젤로 러셀(19득점, 6어시스트)과 데니스 슈뢰더(19득점)의 득점 가세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를 지배한 선수는 커리도 르브론도 아니었다. 르브론과 함께 ‘원투펀치’를 이루고 있는 데이비스였다. ‘건강하기만하면 요키치, 엠비드 부럽지 않은 빅맨이다’는 것을 입증이라도 하듯 30득점, 23리바운드, 5어시스트, 4블록슛으로 경기 내내 펄펄 날았다.
이날 데이비스가 대단했던 점은 겉으로 드러난 기록을 능가하는 보이지않는 공헌도다. 양팀 선수중 최다인 44분을 뛰며 공수에서 활약했는데 특히 수비에서의 존재감이 엄청났다는 평가다. 이날 데이비스와 주로 매치업된 골든스테이트 빅맨은 루니다. 플레이오프 내내 많은 숫자의 리바운드를 기록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보드장악력이 좋은 선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공격력이 부족하고 특히 슈팅이 좋지못하다.
영리한 데이비스는 이점을 적극적으로 파고들었다. 빅맨중에서도 빠른 축에 속하는 그는 골든스테이트 공격시 루니의 외곽슛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도움수비에 들어갔다. 골든스테이트에서 돌파를 시도하면 상대가 누구든 가리지않고 따라들어가 견제를 하는것은 물론 내외곽을 오가며 여러 곳을 체크하는 움직임을 멈추지않았다.
실제로 블록슛도 4개나 성공시켰던지라 골든스테이트 입장에서는 엄청난 부담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골밑에서 밀리는 것은 물론 외곽 플레이까지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평소보다 뚝 떨어진 야투성공률(40.6%)이 이를 입증한다. 골든스테이트의 스몰볼은 자신들과 비슷한 팀컬러의 팀은 좀더 완성된 조직력으로 부수고 빅맨이 좋은 팀은 스피드나 외곽슛의 우위를 살려 제압한다.
하지만 레이커스에게는 그게 통하지않았다. 다양한 스타일의 플레이어를 폭넓게 사용할 수 있는 두터운 선수층에 더해 잘뛰고 잘달리고 센스까지 좋은 데이비스가 있기 때문이다. 데이비스는 신장은 빅맨치고 크지않지만 이를 상쇄시키고도 남을 엄청난 윙스팬(227cm)을 갖고 있다.
거기에 가드를 상대로 따라다닐 수 있는 기동성, 기가막힌 블록슛 타이밍, 상대 패스 길을 알고 잘라먹을 수 있는 능력 등 좋은 수비수가 갖춰야할 여러 장점을 두루 겸비한지라 데이비스가 제대로 마음먹고 수비모드에 들어가면 상대팀에서는 악몽을 겪을 수밖에 없다. 현재 골든스테이트는 상성에서 최악의 빅맨을 만난셈이다.
특유의 독특한 눈썹모양으로 인해 국내 팬들 사이에서 ‘갈매기’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하는 데이비스는 한때 NBA를 대표하는 최고의 빅맨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볼없는 움직임도 수준급인지라 일대일은 물론 활동량과 적극성을 바탕으로 속공참여, 풋백, 2대2 플레이 등 간결하게 득점을 올리는 방식에도 능숙했다. 이런 플레이 스타일로 인해 스타급 선수들과의 호흡은 물론 벤치자원들과도 잘어울렸다.
하지만 거듭된 부상이 발목을 잡았고 ‘유리몸’이라는 혹평 속에 당초의 높은 기대치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행보를 걸을 수밖에 없었다. 르브론과 우승을 합작하던 시절처럼 건강할 때의 위력은 단연 탑클래스지만 매시즌 몸상태를 장담할 수 없는지라 좀처럼 계산이 서지않는 선수로 꼽힌다.
그 사이 리그를 대표하는 최고 센터 자리는 ‘조커’ 니콜라 요키치(28‧211cm) '각하' 조엘 엠비드(29‧213cm) 등에게 넘어갔다. 파워포워드까지 넓혀도 '그리스 괴인' 야니스 아데토쿤보(28‧213cm)의 아성이 더 높아졌다. 셋 모두 정규시즌 MVP 타이틀까지 가지고있는데 반해 데이비스는 아직까지 올스타전을 제외하고는 MVP 타이틀이 없다.
선수를 평가하는데 큰 경기에서 활약상은 큰 영향을 끼친다. 잦은 부상으로 인해 정규시즌에서의 꾸준한 활약이 쉽지않다면 플레이오프에서 미치면 된다. ‘큰 경기의 사나이’로 불리는 카와이 레너드가 대표적이다. 만약 데이비스가 현재의 활약상을 이어나가 레이커스를 우승으로 이끌고 파이널 MVP까지 수상한다면 그의 커리어에는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요키치, 엠비드가 아직까지 우승이 없는 가운데 2회 우승, 파이널 MVP 1회는 크게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것은 데이비스의 태도다. 1차전 대활약에도 불구하고 데이비스는 들뜨지않고 차분하다. 경기 이후 가진 인터뷰 등에서도 "우리는 골든스테이트가 디펜딩 챔피언이라는것을 잘알고 있다. 1라운드에서 세크라멘토를 상대로한 시리즈를 보았고 끝까지 방심하지 않겠다"는 말로 냉정하면서도 결연한 의지를 다지고있는 모습이다. 2% 아쉬운 특급빅맨 데이비스가 우승을 통해 평가를 뒤집어놓을지 주목된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
Copyright © 점프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