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시리즈 각본상 ‘몸값’ 작가3인 “상 받은 걸 까먹고 계속 작업”[인터뷰]
최장 20분 롱테이크 ‘몸값’ 작가진 인터뷰
삼총사 만담 같은 공동 작업, 세계에도 통했다
10년전 영화작업 인연으로 막역한 사이
‘악한 자본주의’ 새로운 디스토피아 창조
서로 끊임없이 대화, 설득해가며 작업
“각본 작품화한 제작진·배우 함께 받은 상”
지난달 개최된 제6회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에서 각본상을 받은 ‘몸값’의 각본을 쓴 전우성 감독과 곽재민·최병윤 작가를 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앞서 2018년에 tvN 드라마 ‘마더’가 칸 시리즈 경쟁 부문에 진출한 적은 있지만 수상은 불발됐던 탓에, 이번 수상은 한국 드라마 최초의 쾌거다.
호명되기 직전까지 수상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이들은 기쁜 소회를 드러냈다. 곽 작가는 “각본상이지만 인쇄됀 활자를 보고 준 상이 아니라 작품 안에 녹아있는 각본에 준 상”이라며 “시나리오는 절대 그 자체만으로 인정받을 수 없고 작품으로 만들어져 눈과 귀로 즐겨야 인정받는다. 미흡한 부분도 잘 채워준 스탭과 배우들 덕분에 가능했다”고 공을 돌렸다.
‘몸값’은 대지진으로 무너져가는 건물 안에서 돈과 목숨을 걸고 사투를 벌이는 세 사람의 이야기다. 이충현 감독이 만든 동명의 14분 짜리 단편 영화가 원작으로, 200분 분량의 6부작으로 확장시킨 드라마다. 한 장면당 5분에서 최장 20여분에 달하는 롱테이크 촬영 기법, 배우 진선규·전종서·장률의 호연 등 즐길 요소가 많다.
작가들은 특히 공동 작업을 통해 반전을 거듭하는 서사와 쫀득한 대사를 완성시켰다. 이들은 과거 전 감독과 배우 혹은 창작자로 만난 동료 사이다. 전 감독이 2013년께 단편 영화를 찍을 때 연극 배우로도 활동하는 최 작가와 만났고, 두 사람은 함께 글 쓰는 파트너가 됐다. 전 감독은 또 곽 작가 등과 함께 창작가 집단 ‘팀이치’(TEAM.ITCH)를 만들어 활동 중이다. 이번 작품에선 이야기 배경인 건물 구조와 큰 틀을 잡는 작업을 곽 작가가 주도했고, 캐릭터 대사 등을 쓰는 덴 최 작가가 투입됐다. 이들은 계속해서 프로젝트 활동을 이어갈 가능성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너무 좋다”고 답했다.
“서로 이야기를 끊임없이 많이 나눠요. 한 글자도 못 적더라도 하루 종일 얘기만 나눈 날도 많고요. 누구 한 명이라도 걸리는 부분이 있다면 설득될 때까지 계속 대화를 했어요. 평소에도 막역하기 때문에 가감없이 솔직하게, ‘말이 된다’ ‘갈 수 있겠다’는 지점에 도달할 때까지 대화하면서 작업했습니다.”(곽재민)
극의 가장 큰 특징인 ‘롱테이크’도 각본에서 중요하게 고려한 요소다. 극중 ‘양아남’이라는 캐릭터로 출연하기도 한 최 작가는 “글을 쓸 때부터 직접 연기하면서 분·초를 재고 동선을 맞췄다”며 “제가 한 줄 읽으면 전 감독, 곽 작가가 대사를 쳐주는 식이었다”고 떠올렸다. 곽 작가도 “끊김 없이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서사라 다른 작품과는 쓰는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며 “한 호흡 안에서 어떻게 매력적으로 상황을 설명할 수 있을지를 많이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대사에 비속어가 많이 나오는 점은 일각에선 시청 장벽으로 작용한단 비판도 있었다. 이에 대해 전 감독은 “저도 느끼긴 했지만 주인공들이 모두 악인이고 재난 상황이 닥친다면 감정을 절제하지 않고 표현하는 성향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곽 작가는 “작품 내내 정적이 없을 정도로 만담 같은 대사가 이어지고, 원테이크로 이 부분을 쫓아가는 부분이 재밌게 표현됐다”며 “그 과정에서 욕설이 많긴 했지만 일종의 ‘구강 액션’으로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성과를 올린 만큼 시즌2 제작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전 감독은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자신의 구상을 귀띔했다. “시즌1은 한 건물에 갇혀있는 얘기였다면 시즌2는 트인 배경에서 액션 장면이 도드라지는, 새로운 즐길 거리가 있는 시리즈가 되면 좋겠어요. 원테이크 촬영 형식도 가져갈 겁니다.”
한국 드라마 최초의 수상 기록을 세운 만큼 이들의 행보에도 부담과 기대가 더해질 수밖에 없다. 최 작가는 “상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 오늘 이후로는 상 받은 걸 까먹고 계속 작업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항상 목표는 다음 작품을 만드는 것”이라며 “거기에 대해 (수상이) 사실 도움이 많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최 작가는 “계속해서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곽 작가는 “한국 사회의 ‘확증편향’ 문제는 우리 세대가 싸워나가야 하는 적이라고 생각한다. 관련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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