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100억 깎이자 어린이집 운영 중단…박원순 때 설립된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논란 [메트로 돋보기]
사지원 기자 2023. 5. 4. 15:06
“든든 어린이집, 민간에 떠넘기기 절대 안 돼!”
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이런 구호가 울려 퍼졌습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사원) 지부와 든든어린이집 학부모들이 모여 어린이집을 지속적으로 운영해달라고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입니다.
서사원은 최근 국공립 어린이집 7곳에 대한 위탁 운영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에 대해 오대희 공공운수노조 서사원 지부장은 “보육의 공적 보장이야말로 여성 노동자에게 일과 가정의 양립과 안정적인 육아를 가능하게 하는 ‘저출생 해결 정책’”이라며 “서울시의 서사원 축소는 이에 정면으로 역행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서울시 “방만 운영 자구책 내놓아야”
서사원의 어린이집 위탁 운영 중단은 서사원이 지난달 17일 내놓은 자구책의 일부입니다. 서울시의회에서 올해 예산이 100억 원 삭감되면서 내놓은 자구책에는 정규직 채용을 중단하고, 국공립어린이집 7곳과 데이케어센터 3곳의 운영 계약을 순차적으로 중단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또 민간과 중복되는 재가 장기요양서비스를 종료하고, 희망퇴직 신청도 받기로 했습니다.
서사원은 2019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 당시 공공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시의 투자출연기관입니다. 장애인, 노인, 어린이 등 공적 성격이 강한 돌봄 서비스를 그동안 민간에 지나치게 의존해 왔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또 돌봄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대부분의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했습니다.
2021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보궐선거에 당선돼 취임하자 서사원의 존폐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됐습니다. 그해 11월 부임한 황정일 서사원 대표는 언론 인터뷰와 기고 등을 통해 “서사원이 방만한 운영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황 대표는 오 시장이 국회의원이던 시절 보좌관을 지냈습니다.
황 대표가 지적한 ‘방만’의 근거는 “서사원 노동자들의 서비스 제공 시간은 지나치게 낮고, 월급은 지나치게 높다”는 것입니다. 서사원이 지난해 10월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서사원 소속 요양보호사와 장애인활동지원사의 59.2%는 하루 3.83시간 이하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월평균 급여로 223만 원을 받았습니다. 정규직에 월급제로 고용됐기 때문에 시간에 따른 임금을 받아 가는 민간 돌봄 노동자보다 3배에 달하는 임금을 받는다는 게 황 대표의 주장입니다. 서울시 감사위원회도 종합 감사를 통해 성과급 과다 지급 등을 이유로 서사원에 ‘기관 경고’ 처분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서사원 노동자들은 “서사원의 설립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주장”이라고 반박합니다. 서사원의 돌봄 노동자들은 기관에 소속돼 전일제로 일하기 때문에, 교육, 사례관리, 대기 등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시간도 모두 근로시간에 해당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또 애초에 열악했던 돌봄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공공 기관을 만들었는데, 처우가 민간보다 높다는 지적 자체가 불합리하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 내부 반발-의회 설득 딜레마 놓인 서사원
논란 끝에 서사원이 자구책을 내놓았지만, 서울시의회는 그래도 부족하다는 반응입니다. 성과에 따른 차등이 없는 임금 체계를 개편하고, 순차적으로 종료한 위탁 기관 운영 종료도 앞당겨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서사원 관계자는 “서울시와 논의해 추가적으로 보완할 점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이미 내놓은 혁신안에도 내부 반발이 큰데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라고 하니 굉장히 난감하다”고 밝혔습니다. 서사원이 새 자구책을 서울시의회에 다시 제출해 통과되면, 서사원은 내부 이사회를 통해 이를 확정하게 됩니다.
서사원이 6월로 예상되는 추가경정예산(추경) 심의까지 새 자구책을 내놓지 못하면 올해 배정된 예산 68억 원만으로 꾸려나가야 합니다. 8월까지만 운영이 가능한 예산인데, 사실상 정상적 기능을 중단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서사원이 내부 반발을 다독이면서도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입니다. 무엇보다도 부모들이 우려하는 ‘돌봄 공백’ 만큼은 없도록 서사원과 서울시, 서울시의회가 합리적으로 토론하고 대안을 내놓길 기대해봅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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