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 기타신공] 前 삼익악기 김성준 상무, 종합악기유통사 설립…9월 론칭

조성진 기자 2023. 5. 4.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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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트‧삼익악기 거친 악기업계 베테랑
삼익악기 재직시 깁슨 매출 크게 기여
‘뮤직필드 인터내셔널’이란 회사 설립
거의 모든 악기 유통, 주력 악기는 기타
유럽의 하이엔드 기타와 유통 계약
기타 제작 경험 살려 향후 자체 브랜드도 선봬
기계공학 전공 및 음향학 석사
14년 나이차 아내와 연애 6개월만에 결혼
사진=조성진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콜트''삼익악기' 등 국내 대형 악기기업에서 25년 넘게 근무한 김성준(52)'뮤직필드 인터내셔널'로 새롭게 출발한다.

얼마 전 김성준은 삼익악기 상무이사 직함을 끝으로, '뮤직필드 인터내셔널'이란 종합악기유통사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자기 사업을 시작했다.

김성준 삼익악기 상무는 "평소 꿈꾸던 악기사업을 해보고 싶었다""많은 악기를 취급하는 종합유통사로 출발하지만, 그간 기타 디자인 작업과 글로벌 마케팅 노하우를 살려 기타를 직접 제작해 선보이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홍익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연세대)에서 음향학 석사학위를 땄다. 국내 악기업계에선 흔치 않은 기기/소리 분야 전문 스팩의 소유자다.

김성준 '뮤직필드 인터내셔널' 대표는 98'콜트(콜텍)'에 입사하며 악기업계로 뛰어들었다.

'콜트'에서 아이바네즈 기술 영업을 담당한 김 대표는, 아이바네즈 S시리즈 프레스티지 모든 라인업에 관여했다. 아이바네즈 SR베이스의 바디가 휘어진 컨투어 개발도 주도했다. 콜트에 재직하며 그는 기타 디자인 및 글로벌 마케팅 전반 역량을 쌓아갔다.

의욕적으로 해당 업무 전반에 관여했지만 저 유명한 '콜트콜텍 사태(폐업)'로 사표를 내고 악기와는 무관한 플랜트업체(포스코 협력사)에서 2년간 근무했다. 하지만 악기업계에 대한 미련이 워낙 강하다 보니 2009년 삼익악기에 입사하며 악기 분야로 복귀했다.

"제가 입사할 당시 삼익악기엔 '그렉 베텟' 기타 등 기타 라인업은 매우 약했어요. 그래서 과거 모델부터 현재에 이르는 다양한 개발을 통해 새로운 기타 브랜드 SGW를 선보이게 됐습니다. 2010년엔 일렉기타, 2017년엔 어쿠스틱기타를 론칭했죠. 제가 참여해 선보인 것이니만큼 현재까지 SGW에 대한 애정이 많습니다."

김성준 대표는 삼익악기 시절 미국의 깁슨(Gibson) 기타와 채널을 유지하며 국내 기타애호가들의 '니즈'를 잘 파악, 깁슨 매출을 2~3배로 끌어 올리는 데에도 기여했다. 물론 삼익악기내 관련 부서 직원들과 좋은 팀플을 통해 이룬 결과다. 

직장생활을 하며 자기 사업에 대한 꿈은 오랫동안 고민하던 것인 만큼 그는 '뮤직필드 인터내셔널'을 통해 많은 것들을 이루고 싶어 한다.

"커스터마이징 기타로는 쉑터와 ESP가 손꼽히는데, 특히 쉑터기타는 이 분야 제조사 중 최고입니다."

"저 유명한 깁슨 ES-335는 코로나 때 거의 3년 치나 되는 물량 주문에 응하지 못했습니다. ES-335를 만들던 커스텀 장인이 코로나로 사망하며서 제작 전반이 중단됐기 때문이죠. 대체할 전문가가 없다 보니 더 이상 제작할 수 없었고, 이제 ES-335를 공급받는 건 하늘의 별 따기가 됐습니다. 이러한 모든 것들에 제겐 도전의식을 불태웁니다. 언젠간 저도 '뮤직필드'를 통해 독보적인 기술력+돋보이는 디자인으로 세계 악기산업에 우뚝 서고 싶다는."

김성준 대표의 악기 롤 모델 브랜드는 스트랜드버그(Strandberg)와 키질(KIESSEL)이다.

자신의 회사와 관계할 제조사 접촉으로 해외에 나가 몇몇 유명 업체와도 미팅했다. 물론 얼마 전에 폐막한 2023 미국 남(NAMM)쇼도 다녀왔다. 최근 이탈리아의 모 하이엔드 기타 제조사와 유통 계약했고 이외에 몇몇 브랜드와도 공조하기로 했다. 물론 유통하려는 악기는 매우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기타 비중이 큰 편이다.

1971년 서울(왕십리)에서 태어난 김성준 대표는 아버지를 비롯해 자신까지 3대에 이르는 기계 전문 '엔지니어 패밀리'.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하던 그는 낙원상가 '임마누엘악기'에서 산 국산 기타로 열심히 기타를 익혔다. 이후 잭슨 '딩키'로 기타를 업그레이드했는데, 이 기타 또한 '임마누엘 악기'에서 산 것이다.

김성준 대표는 대학에 입학한지 얼마 안 돼 "학교 중퇴하고 음악가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했다. 공부는 게을리하고 방에서 잭슨 딩키로 종일 연습만 했다. 방의 벽이 검게 변색될 만큼 일단 연습을 시작하면 그는 벽에 기대 종일 기타만 잡았던 것이다. 완고했던 아버지는 김성준 대표가 애지중지하던 잭슨 '딩키' 기타를 부숴버리려 했다. 이에 충격받은 김 대표는 집을 나가 1주일간 들어오질 않았다. 생애 최초의 가출이었다.

결국 부모는 아들과 타협하기로 했다. 일단 휴학하고 군대에 다녀올 것을 권유했고 제대 후에도 음악하고 싶은 결심이 변치 않으면 그땐 허락해주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김 대표는 입대해 신병교육대 조교로 복무했다. 제대후에도 결심히 굳건한 아들을 보고 부모는 "네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

깁슨 CEO 제임스 컬리(왼쪽에서 두번째)와 함께.

그에겐 뮤지션의 길도 좋았지만 기타 제작 메커니즘, 다시말해 엔지니어의 피가 흐르는 기질도 속일 수 없었다. 음악을 하느냐 기타 제작 쪽으로 진출하느냐 고민하던 중 콜트 공채 공고를 보고 응시했고 이렇게 해서 악기업계 종사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기타 외에도 색소폰, 플루트, 심지언 바이올린까지 여러 악기를 다룰 줄 안다. 열심히 기타를 모으던 시절엔 아이바네즈, ESP, 깁슨 등등 20여대 이상 소장했을 정도다. 현재엔 삼익 SGW기타, 깁슨, 에일리언 기타(대만), 길드, 르드리게즈 클래식기타 등 5대 정도 소장하고 있다. 기타 외에 색소폰, 플루트, 클라리넷, 바이올린 등 여러 악기를 소장하고 있어 방 하나가 모두 악기로만 진열돼 있을 정도다.

김성준 대표는 40살에야 결혼했다. 삼익악기 시절 만난 사내커플로, 아내와는 무려 14년 나이차다. 아내가 국내영업부에서 해외영업부로 발령받았기 때문에 같은 부서에서 일하며 가까워졌다. 결국 연애 6개월 만에 결혼으로 골인했다.

"당시 삼익악기 여직원 중에선 책상 정리 정돈도 제일 잘했는데 그런 면도 아내에게 끌린 이유 중 하나입니다."

현재 초교 5학년 딸 하나를 두고 있다.

김성준 대표의 취미는 MTB 자전거 타기다. 주말만 되면 몇 시간 이상 MTB로 격하게 땀을 흘리는 걸 좋아한다.

"국내 악기업계를 생각할 때 악기를 만드는 제조공장이 사라진게 너무 안타깝습니다. 한국은 예전엔 악기제조의 메카였는데 말이죠. 이런 점에서 아직까지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성음 크래프터'는 정말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K팝이 보여주는 건 고차원적이고 음악 수준 또한 세계적인 톱클래스가 됐지만 그 후반작업을 하는 기본 소스들은 모두 다른 곳에서 하고 있습니다. 향후 K팝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봅니다. 기계에만 의존하는 디지틀 시대라는 특수성(트렌드)도 문제지만. 이러한 점으로 볼때 음악적 미래는 밝을 수 있겠지만 악기산업 미래는 그렇게 보이질 않아 마음이 무겁기도 합니다. 저라도 작은 힘이나마 이러한 아쉬움에 기여할 수 있는 존재로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더욱 열심히 일하고자 합니다."

한편, 김성준 삼익악기 상무가 설립한 종합악기유통사 '뮤직필드 인터내셔널'은 오는 9월부터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할 예정이다.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corvette-z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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