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희생 없어야" 등굣길 안전 직접 지키는 청동초 학부모들

부산CBS 김혜민 기자 2023. 5. 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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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0세 여아 사망 사고 발생한 부산 영도구 청동초등학교
학부모들 등굣길 직접 나와 안전 지도
전체 학부모 절반 넘게 자원해 체계적 교통 안전 관리 나설 예정
학부모·주민 "사고 이후에도 변한 것 없다" 한 목소리
영도구청 "대책 마련…9월까지 CCTV 설치"
지난달 28일 재학생이 숨진 부산 영도구 청동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직접 등굣길 안전지도에 나섰다. 김혜민 기자


재학생이 안타까운 사고로 숨진 부산 영도구 청동초등학교 학부모들이 등하굣길 안전을 지키기 위해 직접 도로로 나오고 있다. 학부모와 주민들은 사고가 난 어린이보호구역 안팎에서 여전히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고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4일 아침 영도구 청동초등학교 앞 도로. 연두색 형광 조끼를 입고 경광봉을 든 학부모들이 왕복 2차선 도롯가는 물론 경사가 심한 아파트 입구와 좁은 골목길 곳곳에 서서 차량 흐름을 유심히 살폈다. 등교에 나선 아이들이 횡단보도를 건너려 하자 곧바로 경광봉을 꺼내 들고 도로 양쪽 차량을 막아섰다.

경사로에 불법으로 주차하려는 차를 돌려보내는가 하면, 좁은 인도에서 오토바이가 빠르게 나타나자 "오토바이 온다. 벽 쪽에 붙어서 지나가자"고 아이들에게 황급히 소리치기도 했다. 20m 높이의 옹벽 아래 통학로에도 학부모 한 명이 노란색 띠를 두르고 아이들을 안전하게 인솔했다.

편도 2차선 도로는 물론 차도와 맞닿은 골목길 곳곳에도 형광조끼 복장의 어르신들이 등굣길 아이들의 안전을 살폈고, 경찰도 도로 곳곳에 자리를 잡고 통학로 안전 확보에 나섰다.

지난달 28일 재학생이 숨진 부산 영도구 청동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직접 등굣길 안전지도에 나섰다. 김혜민 기자


청동초등학교 학부모들은 이날부터 학교 앞 등굣길에 나와 직접 아이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평소에는 3~4명이 등하교 시간 교통정리 봉사활동을 펼치곤 했지만, 사고 이후 등하굣길 안전지킴이를 자처하는 학부모가 크게 늘면서 이날은 무려 10여 명이 도로에 나왔다.

각 반 학부모의 절반 이상이 자원하고 있어 조만간 순번을 정해 체계적인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초등생 여아 A양이 안타깝게 숨진 참변을 겪은 이후, 같은 사고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학교 안에 형성된 것이다.

이날 교통지도에 나선 정회순 청동초 학부모회 대표는 "평소 자발적으로 나오던 학부모들이 4명 정도 있었는데 사고 난 날부터 배 이상 늘었다"며 "등굣길 안전 지도에 동참하려는 학부모들이 전체의 절반 이상이 된다. 대략 400명 가까이 돼서 순번을 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재학생이 숨진 부산 영도구 청동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직접 등굣길 안전지도에 나섰다. 김혜민 기자


학부모들은 이처럼 도로에 직접 나오기로 한 배경은 지역 안전을 책임져야 할 지자체에 대한 '불신'이었다. 사고 전 안전조치는 물론, 사고 이후에도 별다른 개선 움직임이 없었다는 주장이다. 인근 주민들 역시 A양이 숨지는 사고가 난 뒤에도 대형 차량이 오가는 등 어린이보호구역 안팎에서 위험한 상황이 계속 연출됐다며 당장 대책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실제 취재진이 사고 현장을 여러 차례 취재하는 과정에서도 화물차가 어린이보호구역 내 도로를 수시로 오가는가 하면, 사고를 낸 업체 인근의 또다른 업체 앞에도 각종 원자재가 그대로 쌓여 있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반면 사고 이후에도 안전관리 인력이 배치되거나 시설을 보강하는 등의 눈에 띄는 개선 작업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청동초 학부모 김모(30대·여)씨는 "아이들은 (가볍게)툭 부딪히는 것만으로도 크게 다칠 수 있고, (생명의 위험까지 초래하는) 사고는 우리 아이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직접 나왔다"며 "엄마들이 교통 지도 수신호도 못 배운 상황이라 우리 힘만으로 모든 안전망을 구축할 순 없지만, 힘없는 안전펜스와 보여주기식 단속을 믿을 수 없어 가만히 두고볼 수 만은 없었다"고 호소했다.

인근 주민 문(50대·남)씨도 "어제도 학교 앞엔 대형 컨테이너 차량이 빠르게 지나치고 불법 주정차하는 차들이 많아 민원을 넣었다"며 "여전히 위험요인이 남아 있는 만큼, 이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부산 영도구 청동초등학교 앞에서 등굣길 학생을 덮친 1.7t 무게의 낙하물. 김혜민 기자


한편 안전 대책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영도구청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위험 요소를 전반적으로 점검해 종합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영도구청은 전날 종합대책회의를 열고 사고로 파손된 안전펜스를 이달 안에 복구하고 미설치 구간에도 추가로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또 오는 9월까지 불법 주정차 단속 CCTV도 설치할 계획이다.

구청 관계자는 "어린이보호구역 불법주정차 단속 홍보 현수막을 설치하고, 등교 시간대 불법주정차 특별 단속을 실시해 어린이보호구역 내 불법주정차 등 위반행위에 대해 집중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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