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토니상 후보 헬렌 박 "한국 이야기 더 많이 만들라는 격려"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이런 작품을 더 많이 만들어도 된다는 격려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용기 있게 한국인이 한국인의 이야기를 자신의 관점에서 쓰는 그런 뮤지컬이 존재할 가치가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거든요."
뮤지컬 'K팝'의 공동 작곡가인 헬렌 박(36)은 4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국 브로드웨이 연극·뮤지컬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토니상 후보로 선정된 의미를 이같이 정리했다.
관객들에게 낯선 한국 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한국인의 말과 몸짓으로 과감하게 풀어낸 이 작품의 흥행 실패로 받았던 중압감을 상당 부분 털어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노미네이션이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는 전언이다.
지난해 11월 'K팝'을 브로드웨이 무대에 처음 올렸을 때는 "유대인 남성 작곡가가 지배하는 브로드웨이에서 동양인 여성으로서 첫 발걸음을 디뎠다는 자부심"이 있었지만, 불과 2주 만에 막을 내리는 바람에 "프로듀서들이 동양인 여성의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사라질까봐 걱정도 들었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박씨는 "모든 것을 퍼부었는데 일찍 공연이 끝난 것이 상처로 남았다"면서 토니상 후보 발표가 "이런 뮤지컬이 존재할 가치가 있다고, 계속해도 좋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침 음악상 후보 선정은 뮤지컬 'K팝'의 정식 음반 발매 직전에 이뤄져 겹경사가 됐다. 동고동락한 팀원들이 앞다퉈 자기 일처럼 축하해줬다며 "다시 뮤지컬 'K팝'의 기쁨을 잠깐이라도 다시 맛볼 수 있어서 모두 기뻐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계 작곡가로는 처음으로, 또 아시아계 여성 작곡가로서도 처음으로 최고 권위의 토니상 음악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된 박씨는 공동 후보에 오른 맥스 버논과 함께 이 작품의 작곡, 작사, 프로듀싱을 담당하며 8년간 공을 들였다.
지난 2017년 오프브로드웨이 무대에서 '대박'을 친 작품을 브로드웨이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했지만, 주류 관객들의 낯선 장르와 언어에 생소함을 느낀 탓인지 열렬한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박씨는 "브로드웨이에 속한 고지식한 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미 주류 언론의 부정적인 비평을 의식한 듯 "생소한 작품을 볼 때 평론가도 마음을 열 수 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미국인 관객들의 시선을 많이 의식했던 오프브로드웨이 시절 공연과 달리 브로드웨이 버전은 "한국인의 시선에서 K팝을 잘 대표하는 작품으로 만든 것"이라고 박씨는 설명했다.
비록 장기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짧게나마 브로드웨이에 한국 문화가 올랐다는 것은 정말 너무나도 큰 자부심"이라고 강조했다.
5살 때부터 클래식 피아노를 배운 박씨는 부친의 미국 유학으로 초등학생 시절 미국 미주리주에서 살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는 되기 어렵겠다'는 모친의 말에 부친의 뒤를 이어 의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음악은 취미로 돌렸다고 전했다.
마이클 잭슨과 스티비 원더 등 다양한 뮤지션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독학으로 작곡하던 그는 의대 진학을 위해 학부에서 생물학을 공부하다 3학년 때 "꿈을 포기했다고 후회하기 싫어서 고민 끝에 음악을 전공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뉴욕대 뮤지컬작곡 대학원에서 본격적으로 공부한 박씨는 졸업 후 오프브로드웨이의 한 극장에서 뮤지컬 'K팝' 제안을 받고 "K팝에 충실한 작곡이 우선순위"라는 마음으로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그는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러운 작품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했다. 이런 작품이 앞으로 또 있을까 싶다"라며 'K팝'을 다시 무대에 올리고 싶냐는 물음에 "당연히 그렇다. 브로드웨이 버전 그대로 다시 하기보단 변형을 조금 해서 여러 무대에 올리고 싶다"라고 답했다.
현재 박씨는 영화를 각색한 뮤지컬 3편의 음악 작업을 담당하고, TV 애니메이션 작곡과 프로듀싱에 참여한 것은 물론 애니메이션 영화 한 편도 준비 중이라고 근황을 소개했다.
firstcir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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