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사내하청업체 노동자 불법파견 혐의로 벌금형

울산지법 파견근로자보호법 위반혐의로 전 사장 두 명에게 각각 3000만 원과 2000만 원, 법인 3000만 원 선고
"이전부터 불법파견 각종 소송사항 꾸준히 보고받아 인지했고 잘 알고 있었을 것"

현대자동차가 사내하청업체에 노동자들을 불법 파견한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울산지방법원 전경. 국제신문 자료사진

울산지법 형사6단독 최희동 판사는 4일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대자 전 사장 A 씨에게 벌금 3000만 원, 또 다른 전 사장 B 씨에게 벌금 2000만 원을 각각 선고했다. 현대차 법인에게도 벌금 3000만 원을 선고했다. 이들은 현대차 사장으로 재임하면서 직원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사내하청업체 소속 직원들을 대신 일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이전부터 불법파견 각종 소송 사항을 꾸준히 보고받아 왔고, 2010년 실제 하청노동자 1명이 정규직 판결을 받는 상황에서 불법파견 소지를 인지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사내 하청노동자들이 실제로는 원청에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노사 합의를 통해 그동안 사내 하청노동자 수천 명을 원청 직원으로 특별채용한 점을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요소로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은 현대차 사내하청노조가 하청업체 직원들도 현대차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고 일하는 사실상 원청 소속 직원이라는 취지로 2004년과 2010년 진정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사측이 파견근로자 보호법을 위반했으니 처벌해달라는 것이다.

검찰은 2015년 12월 사측을 재판에 넘겼으나, 현대차 하청노동자가 원청 소속인지 아닌지를 다투는 다른 소송 즉,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재판이 지지부진했다.

결국 지난해 대법이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현대차 생산공장 컨베이어벨트를 직접 활용하는 하청노동자는 물론이고, 직접 활용하지 않는 ‘간접공정’에서 2년 넘게 일한 하청노동자까지 현대차 직원으로 봐야 한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파견노동자 보호법 위반 사건도 속도가 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