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One] '이민자 몸살' 시카고…"수용 능력 초과" 정부 SOS
(시카고=뉴스1) 박영주 통신원 = 텍사스에서 보낸 이민자 수 급증으로 애를 먹는 시카고가 연방 정부 지원을 한층 촉구하고 나섰다. 혼란 속, 시카고 시장이 텍사스 주지사에 "난민을 보내지 말아달라" 호소했다 면박을 당하는 일도 발생했다. '이민자 보호도시'(sanctuary city)를 표방해온 시카고가 체면을 구겼다.
최근 며칠 새 시카고 언론들은 일제히 시카고 지역에 유입되는 텍사스발 난민들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텍사스는 '이민자 버스'를 다시 보내기 시작했으며, 코로나19 팬데믹 시대 난민 유입을 제한해 온 조치는 이달 11일 종료한다. 이와 맞물려 시카고 이민자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이라는 게 이들 전망이다.
시카고는 최근 텍사스 등 국경 주에서 비행기와 버스로 도착하는 사람들 수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이후 텍사스가 보낸 이민자 수는 모두 8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카고 관리들은 "급증하는 이민자 수가 시의 수용인원을 초과했다"며 "우리는 시간과 돈, 공간과 싸우고 있으며 그 정점은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카고는 이민자를 돕는 데 한 달에 수백만 달러를 지출하는 상황이다.
시의회도 이를 우려해 특히 연방 정부에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몇몇 시의원들은 시에서 이민자들을 위해 2000만 달러를 지출했지만 이제 돈이 바닥났다며, "일부 이민자는 가족 전체가 경찰서 안에서 잠을 자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 예산 책임자는 "올해까지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 자금이 지급되지 않았으며, 앞으로 지급될 것으로 예상하는 자금도 여전히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자 문제 해결을 위해 시카고가 FEMA로부터 받은 지원금은 지난해 550만 달러가 전부이다. 수지 박 예산국장은 "시는 재정 지원을 요청해왔지만, 현재까지 이 비상사태에 대처하기에 충분한 금액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시카고 시 지도자들도 한목소리로 연방정부가 나설 것을 촉구했다. 지난 2주 새 시카고에 도착하는 이민자가 크게 늘자 시의원 그룹이 주와 연방 정부에 직접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39지구 시의원인 사만다 뉴전트는 "이 문제는 연방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국가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13지구의 아리엘 레보라스 시의원은 "이민자 가족과 아이들이 경찰서에서 잠을 자고 있다”며 “남은 자원도 없고 지원 계획도 없는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몇몇 시의원들은 연방기금 확보를 위해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인 딕 더빈과 태미 덕워스 두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도 연방정부가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로리 라이트풋 시장과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 간 난민 문제를 둘러싼 서한 공방도 벌어져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30일 애벗 주지사에게 보낸 편지에서 라이트풋은 "시카고는 현재 이민자 수용 공간, 서비스, 자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비인도적이고 위험한 이민자 수송 행위를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또한 "나는 당신(에보트 주지사)에 반대하기보다는 함께 일하고 싶다"며 "도시 대 도시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과제인 이민자 문제 해결에 힘을 합치자"고 당부했다.
애벗 주지사는 이에 대해 1일 "모든 이민자를 환영하겠다는 대도시 시카고가 불과 수천 명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바이든 대통령에게 국경 대책을 요구하라"고 라이트풋 제안을 일축했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는 코로나19 시대 국경 정책인 이른바 '타이틀 42'를 논란 끝 이달 11일 폐지한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불법 입국자를 즉시 추방하도록 했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정책이다.
이에 대비해 미 국방부는 1500명의 군인을 멕시코 국경에 추가 파병한다고 지난 2일 밝혔다. 현재 국경에는 약 4만5000명의 이민자가 미국 입국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yjpark@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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