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서도 ‘부정선거’ 주장 시위…시위대 100명 이상 체포

최서은 기자 2023. 5. 4.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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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과이 대선 부정선거 의혹을 주장하는 파라과요 쿠바스 후보 지지자들이 2일(현지시간) 이틀째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파라과이도 ‘선거 사기’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치러진 파라과이 대선 결과를 놓고 부정선거 의혹을 주장하는 이들이 연일 폭력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통신과 파라과이 현지 매체 라나시온 등에 따르면 대선 다음날인 1일(현지시간)부터 이틀 연속 수도 아순시온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수백명의 사람들이 이번 선거가 사기로 얼룩졌다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시위대는 도로 곳곳을 점거한 채 차량 통행을 방해했고, 일부는 돌을 던지거나 공공기물을 훼손하기도 했다.

경찰은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최루탄까지 동원했고, 공무집행방해와 치안 교란 등 혐의로 현재까지 100명 이상의 사람들을 구금했다.

시위를 주도한 것은 이번 대선에서 예상보다 훨씬 높은 득표율로 3위를 차치하며 모두를 깜짝 놀라게한 국가십자군당 소속 파라과요 쿠바스 후보의 지지자들이었다. 극우 포퓰리즘 성향의 쿠바스는 변호사 출신으로, 급진적 혁명을 주장하는 반체제 인물로 꼽힌다. 그는 과거 다른 의원의 얼굴에 물을 뿌리거나 판사실에서 배변을 하는 것과 같은 돌출 행동과 거침없는 화법 등으로 문제를 일으켜 의회에서 제명된 바 있다.

쿠바스는 이번 대선에서 야당 표의 상당수를 뺏어오며 20%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는데 성공했다.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는 중도좌파 후보인 에프라인 알레그레 후보가 집권당인 우파 콜로라도당의 산티아고 페냐 후보를 앞지르는 것으로 나타나 71년 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쿠바스 후보의 선전으로 알레그레 후보는 페냐 당선인에게 크게 뒤졌다.

그러나 쿠바스는 자신의 득표율이 생각보다 낮게 나왔다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쿠바스는 “우리는 모든 기록에 대한 감사를 요청하고 있다. 이미 이와 관련한 사기 징후를 보고 있다”며 지지자들에게 항의하라고 선동했다. 다만 부정선거 관련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국가십자군당 소속 크리스티안 델가도는 “사람들은 그들의 의지가 억압되고 진정한 대통령을 빼앗겼다는 쓰라린 느낌을 받고있다”고 말했다.

이번 시위에 대해 페냐 대통령 당선인은 “불행하게도 오늘 (시위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직장에 도착하지 못했거나 늦게 도착했다”며 시민들의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해줄 것을 촉구했다.

파라과이 사태가 앞서 브라질과 미국 등에서 발생한 대선 불복 폭동 사태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치 컨설턴트 레오나르도 리마는 “(쿠바스가) 지지자들을 선동한 보우소나루의 각본을 따르고 있다”며 “다만 그는 보우소나루와 같은 군 동원 능력은 없다”고 밝혔다.

대선 결과에 승복한다고 밝혔던 2위 알레그레 후보도 시위가 일어난 후 투표 재검토와 감사를 요청하며 분위기에 편승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선 투표 감시를 위해 선거 참관단을 파견한 미주기구(OAS)는 “선거 결과를 의심할 이유가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이날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당국이 과도한 무력을 사용했다고 알려지면서 이에 대해서도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SNS와 폐쇄회로(CC)TV 등에 찍힌 시위 진압 영상 등을 토대로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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