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부외과의사회 "하지정맥류 진단 가이드라인 수정 필요"

최영찬 기자 2023. 5. 4.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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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진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의사회 회장이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대한정맥학회 등이 제정한 하지정맥류 진단 가이드라인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최영찬 기자
지난달 대한정맥학회를 중심으로 한 6개 단체(대한정맥학회, 대한혈관외과학회,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대한외과학회, 대한외과초음파학회, 대한인터벤션영상의학회)가 제정한 하지정맥류 진단 가이드라인(하지정맥류 진단을 위한 근거중심 초음파 검사법)을 놓고 개원의사와 학회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하지정맥류를 다루고 있는 개원의사들 사이에서 이 가이드라인이 향후 보험사의 실손보험 적용 여부에 대한 해석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환자가 실손보험을 받을 수 있는 범위를 축소해 사실상 환자의 비용 부담이 늘어나게 되면 수술은 물론 검진 자체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개원의사 350여명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의사회의 김승진 회장은 지난 3일 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가이드라인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가이드라인 제정 절차에 개원의가 왜 빠졌나


김 회장은 일선 현장에서 하지정맥류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개원의사들이 가이드라인 제정 과정에서 철저히 제외돼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현장에서 가장 밀접하게 환자를 진료하는 개원의사의 의견이 배제돼 실손보험 지급 등 현실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등한시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며 "가이드라인 수정을 위해 여러 차례 소통을 시도하고 있지만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가이드라인은 국내 실정 반영 못해


김 회장은 가이드라인이 국내 실정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에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하지정맥류 진단을 위한 검진방식의 문제점을 거론했다.

가이드라인은 하지정맥류 환자가 초음파 검사를 받으려면 서 있거나 원위부(심장에서 먼 곳) 정맥의 역류 유발을 위해 손 또는 압박띠로 압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발살바법(코를 막고 입을 다문 상태에서 입안의 공기를 코 뒤쪽으로 미는 호흡법)을 사용해도 된다. 다만 환자가 서 있기 힘든 상태라면 앉거나 '역 트렌델렌부르크'(Reverse Trendelenburg) 자세에서 측정할 수 있도록 했다. 역 트렌델렌부르크란 환자를 전동침대에 눕혀 고정시킨 뒤 수직 방향으로 70~80도로 세우는 것을 말한다.

김 회장은 역 트렌델렌부르크 자세가 원칙이 아닌 단서 조항에 규정돼 있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서 초음파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전동침대를 활용하는 것은 가이드라인 규정에 어긋나는 것이기에 보험사가 실손보험 지급 거절 사유로 삼을 수 있다는 게 김 회장의 판단이다.

그는 "대한정맥학회는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기준을 준용해 가이드라인 뼈대를 세웠고 이를 국내 실정에 맞게 조정해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고 주장한다"면서 "하지만 현재 국내 대다수 병원에서 전동침대를 활용한 역 트렌델레부르크 방식으로 하지정맥류를 진단하고 있는데 국내 실정을 반영한 것이 맞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서서 초음파 검사를 받게 되면 본인이 다리 각도를 직접 조절해야 하지만 전동침대에 몸을 고정한 뒤 검사를 진행하면 검사의 정확도와 환자의 안전도를 높일 수 있다"며 "기립성 저혈압 환자의 경우 서서 초음파 검사를 받으며 쓰러져 위험에 처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가이드라인 시행, 환자 부담만 커질 것


김 회장은 가이드라인이 수정되지 않으면 환자의 비용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했다.

그는 "기존 이론서는 초음파 영상에서 원위부를 압박했을 때 원래 방향으로 혈액이 흐르는 파동을 기준선 위에, 압박하지 않았을 때 반대방향으로 혈액이 흐르는 파동을 기준선 아래에 두도록 하고 있는데 보험사는 이를 반대로 규정하고 있다"며 "보험사가 이를 들어 보험금 지급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소한 차이지만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성공적으로 하지정맥류 수술을 마친 환자가 500만~1500만원 수준인 수술비용을 환급받지 못할 수도 있다"며 가이드라인 수정을 촉구했다.

최영찬 기자 0chan11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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