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여성 최초 파이널 진출' 박정은 감독, 새 시즌은 우승 노린다!

최서진 2023. 5. 4.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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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최서진 기자] 패배와 더 가까웠던 부산 BNK썸의 지휘봉을 잡은 박정은 감독은 첫 시즌(2021~2022)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고, 2년 차인 2022~2023시즌 플레이오프 승리와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성공했다. 여성 감독으로서 모두 최초의 기록이었다. ‘여성 지도자는 성공하지 못한다’는 편견을 뒤바꿔 놓은 것이다. 선수 시절 플레이오프 진출은 걱정도 하지 않고, 우승만이 목표였던 명품 포워드는 어느새 명품 감독이 됐다. BNK를 2년 만에 준우승팀으로 변모시킨 박정은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4월 15일에 진행됐습니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5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휴가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지난 시즌에 어떻게 했는지 복기하기도 하고, 푹 쉬었어요. 시즌 끝나자마자 포상 휴가로 선수들이랑 하와이에 다녀왔어요. 그때 신나게 좀 놀았고, 지금은 여행 피로를 풀고 있고요. 또 각 구단 FA 동향도 지켜보고 있습니다.

6박 7일 하와이 휴가는 어땠나요?
너무 좋았어요. 작년에도 다녀왔는데, 두 번째이다 보니 선수들이 이것저것 다양하게 준비했어요. 선수들 신나게 노는 거 보면서 저도 잘 쉬다 왔어요. 선수들은 신나서 서핑 강습도 받았는데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다들 보드 위에 섰다고 하더라고요.

가장 기억에 남는 일정은요?
쥬라기 공원 촬영지 ‘쿠알로아랜치’에서 선수들이랑 사륜구동차를 운전했어요. 전망이 정말 좋았는데, 완전 자연을 만끽하면서 선수들이랑 같이 즐겼죠. 선수들이 국제면허증을 다 가져가서 5인 1조로 움직이고 놀았어요. 액티비티는 빨리 예약을 잡아야 하는데, 선수들이 한 번 가봤다고 일사천리로 잘하더라고요(웃음).

BNK 감독으로 부임한 후 여성 최초 기록들을 썼잖아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BNK에 와서 최초의 기록들을 쓸 수 있는 건 선수들을 잘 만난 덕분이에요. 또 구단에서 지원을 워낙 잘해주니 선수들의 기량도 더 잘 나오는 것 같아요. 선수들의 기량이 성장하고 있고, 더불어 성적이 잘 나오고 있어 고마운 마음이에요. 이런 타이틀이 제게는 정말 영광이고, 앞으로 다른 여성 지도자들이 나아갈 길을 잘 다지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어요. 책임감도 생기는 타이틀이고요.

부임 첫 시즌인 2021-2022시즌도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지난 시즌은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랐기에 다른 점이 있을 것 같아요.
처음 BNK에 왔을 때 팀 특징이 가능성 있는 선수들이었어요. 근데 큰 무대 경험 부족이 성장하는 데 걸림돌이 되겠다 생각했죠. 그래서 플레이오프 진출을 목표로 잡았어요. 다행히 선수들이 플레이오프 경험을 했어요. 첫해 경험에 그치지 않고 지난 시즌은 플레이오프 승리를 해보자, 더 높은 곳으로 가보자라는 목표를 잡았죠. 큰 무대 경험을 쌓았던 것이 플레이오프 승리로 이어졌고, 큰 무대에서 떨지 않고 이긴 것이 챔피언결정전으로 이어졌다 생각해요. 이제는 더 단단한 팀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선수로서 맞은 플레이오프와 비교해본다면요?
선수 때는 별 감흥이 없었어요. 워낙 자주 올라갔었거든요(웃음). 우승을 하냐, 안 하냐가 관건이었죠. 관중이 많고, 관심받는 경기를 좀 즐기는 편이었어요. 근데 지도자로 코트 위에 서니 또 다르더라고요. 더 떨렸고, 더 고민이 많아졌어요. 확실히 선수 때보다는 지도자가 더 힘든 것 같은데, 그래도 성취감이 다른 것 같아요. 기쁨이 두 배였어요.

이례적으로 시즌이 끝나지 않았는데 재계약 발표가 됐어요. 놀라기도 했을 것 같은데요?
발표 시기는 몰랐어요. 시즌이 계획대로 잘 진행됐고, 오프시즌 열심히 준비한 부분을 좋게 봐주신 거라 생각해요. 앞으로 선수들과 손발을 더 잘 맞출 수 있도록 좋은 기회를 주신 것 같아요. 아무래도 계약이 종료되는 시즌은 후반기로 갈수록 조급해질 수밖에 없거든요. 성적에 사로잡히면 단면만 보고 시즌을 운영하게 되는데 편안하게, 길게 운영하라는 의미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여성 지도자는 안 된다는 편견을 극복했는데 이 부분이 동기부여가 되기도 했나요?
노크 정도가 아닐까요(웃음). 저는 WKBL을 뛰어봤기에 리그의 성격이나 운영하는데 필요한 점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직접 몸으로 느껴봤기에 선수들에게 더 얘기해주고, 가르쳐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항상 했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여성 지도자가 팀을 이끌기에 환경 자체가 녹록지 않기도 했죠. 운이 좋게 제가 기회를 받게 됐고,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더 신중하게 했고, 생각한 부분을 실행하려 많이 노력했죠.

여성 감독의 장점은 뭘까요?
리그를 뛰어봤고, 선수들이 가진 예민한 부분을 잘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같은 농구 기술이라도 WKBL에서 쓸 수 있는 게 있고, KBL에서 쓸 수 있는 기술이 있어요. 이런 것에 대한 노하우나 스킬을 선수들에게 전파할 수도 있어요. 경험해봤기 때문에 WKBL 특성에 맞는 전술도 쉽게 파악할 수 있죠.

반대로 단점은요?
지도자가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으면 선수들이 어려워하고 불편해하기도 해요. 그래서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게 좀 힘들었죠(웃음). 여자끼리는 운동 나왔을 때 선수의 마음도 알고, 발목 한 번 만졌을 때 느낌이나 생각도 아는 그런 게 있거든요. 다 알지만, 잔소리가 돼서는 안 되기에 조절하는 것에 항상 신경 쓰고 있어요.

코칭스태프가 다 여성으로 이뤄져 있잖아요. 어떤가요?
변연하 수석 코치, 김영화 코치와 함께하고 있는데 변연하 코치는 성격이 불같아요. 반대로 김영화 코치는 물이고요. 중간에 강약조절이 되는 제가 있어요. 선수들이 성향에 따라 골라 배울 수 있죠(웃음). 코치들과 삼성생명에서 함께 뛰었기에 농구에 대한 기준이나 보는 시선이 비슷해요. 그래서 농구 이야기할 때 소통이 잘 되는 것 같아요.

선수단 휴가 6월 4일까지예요. 이례적인데, 어쩌다 이런 결정을 내렸나요?
원래는 5월 말로 생각했었어요. 선수들이 노력도, 고생도 정말 많이 했거든요. 그만큼 포상을 주고 싶었고, 다른 팀보다 많이 줘야지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이전까지 누구에게 꽃가루 알러지가 있는지 모를 정도로 시즌이 일찍 끝났었거든요. 지난 시즌은 꽃가루 알러지 있는 선수를 처음 봤고, 봄에 농구도 해봤으니 본인에게 칭찬과 선물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선수들에게 돌아와서 바로 운동할 수 있게 몸 관리를 잘하라는 숙제를 남겼어요. 지켜봐야죠. 얼마나 책임감 있게 잘해오는지(웃음).

30대 중반 이상 선수, 기혼자에게 출퇴근이나 합숙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고 알고 있어요.
(김)한별이가 출퇴근하고 있어요. 30대 중반 이상과 기혼자가 없어서 나머지는 합숙하고 있고요. 궁극적인 목표는 출퇴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온 선수들은 25세 이상이겠지만, 보통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오기에 어린 선수들은 케어를 해줘야 할 것 같아요. 25세 이상이 됐을 때는 자율적으로 출퇴근할 수 있게끔 시도해보고 싶어요. 부산이라는 특성이 있어 선수들이 집을 얻어야 하는 고민이 있지만, (이)소희에게 물어보면 자기는 집 얻어서 나갈 거라 하더라고요. 인테리어나 아기자기하게 집 꾸미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지금 합숙하고 있지만, 저녁 시간에 근처 카페를 가거나 영화를 보는 등에 대해는 전혀 터치하고 있지 않습니다. 마음껏 다닐 수 있게 해주는데 선수들이 피곤해서 안 나가더라고요(웃음).

“진안이. 볼이 멀리멀리 튀는데 이 사이에 (이)해란이가 서 있어. 너도 그냥 서 있어. 어떻게 하라고 했어? 부딪치고 잡으라고 했지. (한)엄지. (배)혜윤이가 드리블을 쳐. 원스텝만 하면 다 던지는데, 부지런히 움직여줘야 한다고 이야기했잖아…”

이는 2022~2023시즌 12월 14일에 열린 용인 삼성생명과의 맞대결에서 나온 BNK의 작전타임 내용이다. 글로만 봤을 때 감정을 느끼기 어렵지만, 실제 박정은 감독의 목소리는 차분하다. 침착한 목소리로 한 명, 한 명의 해야 할 일을 짚는다. 일반적으로 봤던 프로 감독의 유형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작전타임이 화제가 됐어요. 차분하게 한 명씩 해야 할 일을 짚어 주시더라고요. 어떻게 그렇게 운영할 수 있나요?
삼성생명에 있을 때도, 중고등학교 때도 항상 감독님들을 잘 만났던 것 같아요. 감독님들이 설명을 잘 해주셨던 부분이 많이 도움 됐어요. 큰소리를 내는 감독님도 없으셔서 기본적인 지도 철학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선수에게 위축감이 들게 하기보다는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그래야 준비한 걸 실행할 수 있죠. 최대한 감정은 배제하고 설명을 많이 하려 했어요.

애로 사항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처음에는 바로바로 효과가 안 나왔어요. 그래도 인내심을 가지고 톤을 유지하려고 했죠. 선수들이 점차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효과가 조금씩 나오는 것 같았어요. 또 저는 질문하는 거를 좋아해요. 선수들이 질문해야 그 부분에 대한 본인만의 방식으로 정립된다고 생각해요. (이)소희가 많이 하는 편이죠.

선수 시절 1~4번 포지션이 되고, 특수한 경우에 5번까지도 맡았잖아요. 선수들이 못하면 답답해서 화를 내고 싶은 마음도 들 것 같아요.
화를 내면 순간적인 효과는 있는 것 같아요. 근데 충격요법이잖아요. 본인 것이 되지 않는 것 같아요. 무서워서 하게 되니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아요. 선수 시절 1번부터 5번 포지션까지 다 해봤기에 선수들에게 포지션 구애받지 않고 조언 해줄 수 있어요. 다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요. 긴 선수 생활을 하며 주전 선수의 부상으로 벤치 선수를 데리고 뛰어야 하는 상황도 있었어요. 그때 그 선수들을 이해시키면서 뛰었던 경험이 지도자 하면서 많이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 하고만 뛰었다면 이런 경험을 하지 못했겠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인데, 푸는 방법이 있나요?
잠을 많이 자요. 선수 때도 스트레스 받으면 잠을 잤어요. 그러다 보니 금방 괜찮아지는 것 같더라고요. 선수 때 후배들이 항상 하는 이야기가 ‘정은 언니는 방에서 나오질 않는다. 살아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였어요. 다른 선수들은 잠을 못 자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남편분이 해주시는 외조가 있나요? 깜짝 해설도 하고 경기장에 많이 오시더라고요.
그건 본인의 취미생활이에요(웃음). 정말 농구를 좋아합니다. 저보다 많이 아는 부분도 있고 농구 사랑이 뛰어나요. 어쨌든 결혼했으니 신경 써야 하는 부분들이 있잖아요. 청소나 빨래, 대소사 등 모든 걸 신랑이 알아서 해결해줘요. 농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부분이 가장 크죠.

정선민 감독님(현 여자국가대표 감독)이 “한국 여자 스몰포워드 중에 박정은이 가장 뛰어나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함께 농구 했을 때 확실한 자기 포지션이 있었어요. 정해진 역할을 잘하니 잘 맞았던 것 같아요. 눈빛만 통해도 다 안다고 하잖아요. 움직임이 겹치지도 않았다 보니 그런 말씀을 하신 것 같아요. 저는 대체로 궂은일을 많이 했습니다(웃음). 언니가 하기 싫어하는 걸 대신 많이 했기에 이런 칭찬이 나온 것 같네요. 하하.

김은혜 해설위원님은 “농구를 참 얄밉게 하는 스타일이다”라는 말을 남겼다는데요?
상대에 따라 속이는 걸 좋아했었어요. 그러다 보니 얄밉지 않았을까 싶어요(웃음). 상대 약점은 잘 파고들고, 제 약점은 감추며 농구 했거든요. (속공 때 레이업슛을 쏘는 게 아니라 3점슛을 쏘기도 했다면서요?) 그때는 슛 감각이 좋았을 때예요. 들어가면 2점인데, 밖에서 쏘면 3점이잖아요(웃음). 들어가는데 체력 소모도 있으니 1점 더 얻고, 체력도 아낀다는 생각으로 던지는 거죠. 근데 확률 높은 공격을 하는 것이 맞아요(웃음).

박정은 감독은 1995년부터 2012-2013시즌까지 용인 삼성생명에서 뛴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국가대표로서 4번의 올림픽에 참가할 정도로 기량이 우수했다. 은퇴 이후 삼성생명의 플레잉 코치, 수석 코치를 거쳤고 WKBL 경기운영본부장을 맡기도 했다. 그야말로 농구계에서 가질 수 있는 직업 대부분을 경험해 본 능력자다. 이 모든 경험은 지금의 박정은 감독을 만들었다.

선수, 코치, WKBL 경기운영본부장, 감독까지. 많은 직업을 돌아보면 어떤가요?
결과적으로 지금 감독 생활에 다 도움이 돼요. 선수 때는 선수가 느낄 수 있는 부분을 경험했다 하면, 코치는 한발 뒤에 서서 선수들을 볼 수 있었죠. 경기운영을 맡았을 때는 더 넓은 부분을 봤던 것 같아요. 경기 운영, 심판, 규칙에 대한 부분을 자세하게 알 수 있었죠. 심판들의 성향도 알게 됐고, 연맹에서 일하면서 심판 자격증도 땄어요. 만약 코트에서 계속 뛰다 감독이 됐으면, 지금처럼 선수들을 이끌지 못했을 것 같아요. 모든 경험이 밑바탕이 됐다고 생각해요.

다가오는 시즌 준비 계획은요?
12월에 연장 계약을 맺어서 한 해 계획은 이미 다 짜여 있습니다(웃음). 체력 훈련, 해외 전지훈련, 일본 팀 초청 연습 경기 등 모두 계획되어 있어요. 우선 선수들이 복귀하면 스킬 트레이닝부터 시작할 거고, 제주도로 체력 훈련을 떠날 예정입니다.

첫 시즌 목표는 플레이오프 진출, 두 번째 시즌은 플레이오프 승리였는데 모두 이뤘잖아요. 다음 시즌 목표는요?
BNK에 처음 올 때 내 고향 팀이 이대로 무너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컸어요. 동주여상(현 동주여고) 출신인데, 그때 부산에 프로팀이 있었다면 100% 갔을 거예요. 항상 BNK가 잘됐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고향 팀에 한몫할 기회가 왔죠. 팬들의 사랑을 받고 싶었는데, 그러려면 성적이 나야 한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플레이오프라는 목표를 세웠죠. 플레이오프를 갈 때까지 팬들이 점점 많이 생겼는데, 시즌이 끝나버렸어요. 너무 아쉬웠죠. 그래도 이번은 더 길게 시즌을 치렀고, 사랑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이제는 팬들도 많아졌고 보내주시는 사랑도 크기 때문에 팬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요. BNK는 항상 지는 팀이 아니라 이기는 팀이라는 인식을 주고 싶어요.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팀의 방향은요?
자율 속에서 선수들의 성장과 홀로서기를 잘할 수 있게 하고 싶어요. 타인에게 의지하는 것이 아닌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는 선수로요. 그 안에서 개성 강한 선수들이 모여 목표를 향해 달리는 케미스트리도 바라고 있고요. 잘 융화될 수 있는 팀이 됐으면 좋겠어요.

#사진_문복주 기자, 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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